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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사목] 신앙으로 현대문화읽기: 영화 모뉴먼츠 맨: 세기의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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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6-22 ㅣ No.730

[신앙으로 현대 문화 읽기] 영화 ‘모뉴먼츠 맨: 세기의 작전’


인류 역사 지켜낸 사상 최대 전술



영화 ‘모뉴먼츠 맨: 세기의 작전’ 스틸컷.


벨기에의 유서 깊은 도시 겐트의 제단화! 이는 플랑드르 회화의 거장인 후베르트 반 아이크(Hubert van Eyck, 1370~1426)가 성 바프(바오로) 성당에 세운 작품으로 제단의 전면을 장식하고 있다. 높이 3m 50cm 너비 4m 61cm의 거대한 제단화는 평소엔 접어두었다가 미사 때 펼쳐놓는다. 그림의 세세한 설명은 제쳐 두고 매주 미사에서 그 장엄한 그림을 바라보았을 법한 신자들의 느낌에 다가서보자.

주일날 아침 성당에 들어서 성수로 성호를 긋고 조배를 한 뒤에 거대한 고딕 성당의 주랑 복도를 지나 앞으로 나간 후 안쪽 방향으로 틀어 장의자에 앉아 제단을 바라본다. 그 때 옥좌에 앉은 성부와 마리아, 색 원근법으로 그려진 어린양 예수의 모습이 우선 눈에 들어오고 좌우에 등신(等身)으로 서 있는 아담과 이브가 보인다. 마음을 메우듯이 성스러운 인물들의 패널이 가득 들어서 있는 제단. 그 앞에서 마음을 가다듬으며 잠시 침묵이 흐른 후에 드디어 “기도합시다.”

매주 성 바프 성당을 찾는 교인들에게 겐트의 제단화는 자기 장소에 변함없이 굳건하게 서 있어야만 한다. 그런데 히틀러가 이 성스런 작품을 자신의 전용 미술관으로 옮기려 하니 누군가 나서서 이런 몰지각한 폭력을 막아야 되지 않겠는가!

2차 세계대전은 유럽의 질서를 바꾼 대 사건이었다. 독일이 유럽 대부분을 정복하면서 독재자 히틀러의 광기가 하늘을 찔렀고, 퇴각 직전에 그는 유럽 전역에 소장된 예술품들을 독일로 빼돌리려 했다. 연합군 특수 부대인 ‘모뉴먼츠 맨’은 그런 배경에서 만들어진 특수부대였다. <모뉴먼츠 맨: 세기의 작전>(The Monuments Men, 조지 클루니 감독, 극영화, 미국/독일, 2014년, 118분)은 부대가 처음 만들어지고 유럽의 예술품들을 히틀러의 손에서 구해내는 활약상을 그린 영화다. 로버트 M. 에드셀의 기념비적인 소설인 「모뉴먼츠 맨」을 원작으로 한다.

영화 <모뉴먼츠 맨: 세기의 작전>의 특징 몇 가지를 꼽아보겠다. 우선 실화를 바탕으로 하기에 마치 연대기를 쓰듯 이야기 전개에 매우 충실하다. 그리고 모뉴먼츠 맨들의 다양한 개성을 살리기 위해 역량 있는 배우들을 대거 등장시킨 점도 염두에 둘 수 있다. 감독과 주연을 맡은 조지 클루니를 비롯해서 맷 데이먼, 존 굿맨, 케이트 블랑쳇, 쟝 뒤자르뎅, 빌 머레이 등등, 이름만 들어도 맘이 설레는 명배우들을 출연시켜 영화에 무게감을 실어주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특징은 어떤 과정으로 예술품들을 히틀러의 손에서 구해냈는지 알려주는 대목이었다. 미켈란젤로의 작품 중 유일하게 이탈리아에서 외부에 있는 브뤼헤의 성모자상, 렘브란트의 자화상, 르노아르의 소녀상 등등. 영화에서 그 작품들 하나하나에 숨은 이야기를 듣는 재미가 보통이 아니었다.

모뉴멘츠 맨들 전부가 가톨릭 신자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의 작전이 인류의 역사를 지켜내고 하느님께 경외심을 표하는 길이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전쟁이 끝난 후 루즈벨트 대통령이 부대의 장이었던 프랭크(조지 클루니)에게 물어본다. “당신들의 수고는 잘 알겠지만 세월이 지나면 사람들이 그들의 희생을 기억하겠습니까?” 세월이 30년이나 지나 프랭크는 손자와 함께 브뤼헤의 성모자상 앞에 다시 섰고 성모자상의 역사를 손자에게 들려준다. 그 때 루즈벨트의 질문이 다시금 그의 귀에 들리고 프랭크는 자신 있게 대답한다.

“네.”

*
박태식 신부는 서강대 영문과와 종교학과 대학원을 졸업 후 독일 괴팅엔대에서 신학박사를 취득했다. 현재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원으로 활동중이다.

[가톨릭신문, 2014년 6월 22일,
박태식 신부(영화평론가, 성공회 장애인센터 ‘함께사는세상’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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