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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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안 상징 읽기: 성화 하느님의 어린양 경배에 담긴 의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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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안 상징 읽기] 성화 ‘하느님의 어린양 경배’에 담긴 의미
이 그림은 오늘날의 시선으로 보면 확실히 혼란스러워 보일 수 있는 인물들과 소품들로 그득하다. 사실, 르네상스 시기의 화가들 중에는 자신의 작품에다 비의적(秘儀的)이거나 영지주의적인 주제 또는 상징을 그려 넣은 이들이 적지 않았다. 특히 이탈리아 출신의 화가들, 가령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보티첼리 같은 유명 화가들의 작품에도 그러한 성향과 의도가 다분히 깔려 있다. 그런 점에서 에이크의 그림에 대해서도 역시 미심쩍은 눈길을 던지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에이크를 비롯한 15세기 플랑드르파 화가들은 그러한 영향을 덜 받은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에이크는 비그리스도교적이고 심지어는 이단적이기까지 한 이탈리아 화가들과는 다르게 가톨릭 신앙 중 그리스도의 구속(救贖)의 신비를 풍부한 상징주의를 바탕으로 이 그림에서 표현하고자 했다.
하느님의 어린양
그림의 중앙에는 황금 성작에 피를 쏟아내는 어린양이 있다. 어린양은 성체 안에 현존하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한다. 어린양은 칼바리아에서 피를 흘리신 분, 오늘날에도 날마다 제단에서 피 흘리지 않는 방식으로 당신의 희생을 새롭게 하시는 그리스도시다.
에이크가 이 제단화를 그리기 얼마 전부터 개신교 혁명의 선봉인 위클리프(1320~1384년)와 후스(1369?~1415년) 같은 사람들은 그리스도가 제단의 성사 안에 현존하지 않으며 또한 어떠한 실체로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치던 터였다. 에이크는 마치 1415년 콘스탄츠 공의회에서 단죄된 이 종교 혁명가들에 맞서기라도 하려는 듯이, 자신의 위대한 작품의 중심부에 가톨릭교회의 가르침, 곧 하느님의 어린양이신 예수 그리스도는 미사 성제 때 모든 제대 위에 현존하신다는 교의를 표현한 것이다.
네 곳에서 진행되는 행렬
제단 위의 어린양은 마치 화폭의 네 곳에서 진행 중인 행렬에 우리도 참여하도록 초대라도 하는 듯이 그윽한 눈길로 그림을 보는 이를 응시한다.
그림의 앞쪽에는 어린양이 있는 제단을 향해 움직이는 두 무리가 있다. 왼쪽 무리에는 무릎을 꿇은 구약시대의 성조들과 예언자들, 곧 구세주 오시기를 기다리고 그 오심을 예고한 이들이 있다. 그리고 그들의 뒤로는 옷차림이며 머리 장식으로 보아 세계 곳곳에서 모여들었음을 알 수 있는 이교도 시인들과 철학자들이 있다. 그중에 흰옷을 입고 월계관을 손에 든 인물은 시인 베르길리우스로 여겨진다. 그는 자신이 쓴 네 번째 목가에서 구세주가 오실 것임을 예언한 바 있다. 그 곁에는 이사야 예언자가 “이사이의 그루터기에서 햇순이 돋아나고 그 뿌리에서 새싹이 움트리라.”(이사 11,1)라는 예언을 상징하는 작은 나뭇가지를 들고 서 있다.
오른쪽 무리에는 신약시대를 대표하는 인물들인 12사도들이 있고, 그 뒤에는 교황들, 주교들, 성직자들이 있다. 삼중관을 쓴 세 명의 교황은 아마도 교회에 화해와 개혁에 크게 기여한 마르티노 5세, 그레고리오 7세, 알렉산데르 4세인 듯이 보인다. 그리고 맨 오른쪽에 모여 있는 세 인물은 지금까지도 그리스도교 역사상 아픈 상처로 남아 있는 분열 대란 시대(또는 대립 교황 시대; Western Schism)를 가리킨다.
그림의 뒤쪽에도 두 무리가 있다. 왼쪽 무리는 남성들로 신앙의 증거자들, 고위 성직자들, 수도원장들, 수도자들이다. 오른쪽 무리는 여성들인데, 종려나무 가지를 들고 화관을 쓴 여성들은 동정 순교자들이다. 이들 중 몇몇 성녀는 그 상징물을 보고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다. 가령, 어린 양을 품에 안은 이는 성녀 아녜스, 탑을 손에 든 이는 성녀 바르바라, 화살을 든 이는 성녀 우르술라다.
이 네 무리는 모두 하느님의 어린양(요한 1,29;36), 곧 주 예수 그리스도를 향해 나아가는 중이다. 그러니까 화가는 마치 묵시록의 한 구절, 곧 “그분(어린양)은 주님들의 주님이시며 부르심을 받고 선택된 충실한 이들도 그분과 함께 승리할 것이다.”(17,14)라는 구절을 그림으로써 풀이해 보여준 것으로 여겨진다.
그림의 배경을 이루는 풍경에는 철철이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피어나는 꽃들이 있는데, 이 또한 그리스도께서 세상 모든 나라를 구원하시고자 피를 흘리러 오셨다는 것을 상징한다. 그리고 뒤로 멀리 보이는 높고 신비로운 건물들은 새 예루살렘, 곧 그리스도의 신부(新婦)인 가톨릭교회를 상징한다. 이렇게 교회는 모든 성인의 통공을 바탕으로 하늘에서도 땅에서도 존재한다. 그리고 하늘의 비둘기는 인류에게 은사와 은총을 내리시는 성령을 나타낸다.
맨앞 가운데의 분수에서 떨어져 내리는 수정 같은 물방울들은 영원한 은총의 근원인 생명의 샘에서 흘러나오는 생명수를 나타낸다. 그 메시지는, 그리스도의 피는 우리의 죄를 씻어 내고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가져다준다는 것이다. 제단에 새겨진 글은 “보라,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요한 1,29)라는 구절인바, 하느님의 어린양은 참으로 구원되어 늘 그분을 경배하고 찬미하는 이들에 둘러싸여 제단 위에 현존하신다는 것을 나타낸다.
이렇듯이 이 그림 안의 모든 것은 저마다 신앙적인 의미를 지닌다. 그리고 ‘하느님의 어린양 경배’를 포함한 이 제단화에는 얽힌 이야기가 있다.
1566년 종교 혁명을 일으킨 무리가 이 위대한 작품을 ‘가톨릭의 과도한 우상 숭배의 본보기’라 여겨 불태워 버리겠다며 몰려와 대성당의 문들을 부수었을 때 민첩한 가톨릭 수호자들은 이 작품을 해체하여 대성당의 탑에 숨겨 제단화는 훼손되지 않고 무사히 보존되었다. 그 뒤 몇 세기에 걸쳐 겐트 제단화는 나폴레옹 전쟁 통에 전리품으로 약탈되었다가 되돌아왔고, 몇몇 작품들은 이 성당의 한 성직자에 의해 탈취된 후 몇 차례 팔려 넘어간 끝에 베를린 박물관에 보관되었다가 베르사유 조약 이후 대성당으로 되돌아왔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2년 2월호, 이석규 베드로(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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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겐트(또는 헨트)의 성 바보(St. Bavo) 대성당에는 네덜란드 출신 화가 얀 판 에이크(Jan van Eyck, 1390~1441년)가 그린 제단화가 있다. 1432년에 완성된 이 걸작품은 절묘하고 세밀한 묘사, 다채로운 소재, 화려한 색채, 자연주의적인 사실 표현,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상징성으로 해서 이내 빼어난 작품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이 제단화는 여러 폭의 그림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중에는 ‘하느님의 어린양 경배’라는 그림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