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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토닥토닥: 살아가는 데 필요한 자원들은 어디에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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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6-01 ㅣ No.1079

[박예진의 토닥토닥] (21) 살아가는 데 필요한 자원들은 어디에 있을까요 (상)

 

 

시골에서 자란 희진씨는 5월이 되면 라일락꽃을 찾아다닙니다. 라일락 향기를 맡으며 푸르게 변해가는 잎사귀들을 보면 그렇게 행복할 수 없습니다. 아마도 어릴 때 추억 때문이겠지요. 희진씨에게는 라일락 향기를 음미하며, 아카시아나 메뚜기로 튀김을 해먹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누구에게나 이런 아름다운 추억이 있을 텐데요, 이런 추억들은 내가 누구인지 말해줍니다.

 

알프레드 아들러는 우연한 기억은 없다고 했습니다. 지금도 자주 떠올리는 기억이나 자주 꾸는 꿈 등은 현재와 연결이 되어 있다고 했으며, 자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다양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특히 5세 전후의 기억이 중요한데요, 현재의 사고방식과 자주 느끼는 감정, 습관화된 행동들의 근원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희진씨의 경우는 지금도 꽃을 좋아하고, 향기가 나는 것들과 먹는 것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많이 먹는 편은 아니지만 특색 있는 음식을 좋아해 여행을 가면 그 지역의 맛집은 꼭 들른다고 하지요. 아마도 라일락 향기를 좋아하고 아카시아를 따 먹던 어릴 때의 기억이 영향을 준 것일 텐데, 이렇게 기억에서 나의 오감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라일락과 아카시아에서 비롯된 후각, 튀김을 해먹던 미각이 희진씨에게 잘 발달한 감각이지요.

 

물론 꼭 좋은 기억만이 오감을 발달시키는 것은 아닙니다. 부정적인 감정을 느꼈을 때 들었던 소리나 장면, 냄새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냄새를 맡았을 때 안 좋았던 기억을 떠올리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그래서 이런 감각들에 대한 정보가 매우 중요합니다. 기억 속에서 나의 발달한 감각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부정적인 경험 때문에 발달한 감각일지라도 살아가면서 긍정적인 자원으로 전환해 발달시킬 수가 있습니다. 아무리 부정적인 뿌리로부터 발달되었다고 해도 나의 오감은 살아온 세월만큼 발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청각에 민감하다면 좋은 소리를 녹음해두고 긴장될 때나 불안할 때 들으면 됩니다. 따라 부르는 것도 한 방법이겠지요. 손이나 몸으로 느껴지는, 촉각적인 면이 더 좋다면 애착 인형이나 반려견, 좋아하는 대상과의 스킨십을 통해 안정적 자원을 만들 수 있습니다. 시각적인 요소로 기분이 전환된다면 좋아하는 장면을 촬영해두고 부정적 감정이 올라올 때마다 보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옷이나 액세서리의 컬러 매치를 통해 포인트를 주는 것도 괜찮겠지요.

 

내 안에 있는 것들을 밖으로 꺼내어 의식화하는 것은 무척 도움이 됩니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것을 내 안에 쌓아두고 꾹꾹 눌러두는 경향이 있는데요. 이런 것들은 우리의 마음뿐만 아니라 몸에도 영향을 줍니다. 분명 몸이 모두 기억하고 아프다고 신호를 보내는데, 그조차도 바쁘다는 이유로, 지금 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이유로, 다른 게 우선이라는 이유로 미뤄둔 나머지 우리 몸이 둔감해져서 알아채지 못하는 것이지요. 따라서 감각을 되살리는 일은 우리의 몸과 마음에 큰 도움이 될뿐더러 삶에 대한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어 줍니다.

 

이렇듯 우리는 오감도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긍정적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긍정적인 경험에 더 초점을 맞추어 나에게 이로운 것으로 활용하면 됩니다. 인간은 참 위대한 존재입니다. 우리는 사는 데 필요한 모든 자원을 우리 안에 다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지요. 우리가 이러한 나만의 자원들을 더 발전시켜서 살아가는 강점으로 활용하면 더 행복하겠지요? [가톨릭평화신문, 2022년 5월 29일, 박예진(율리아, 한국아들러협회장)]

 

 

[박예진의 토닥토닥] (22) 살아가는 데 필요한 자원들은 어디에 있을까요 (하)

 

 

지난주에 이어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우리 기억에는 우리가 살아가는 데 충분한 긍정적 힘과 자원들이 있다는 것에 관해서요. 자, 다시 한 번 희진씨 이야기를 떠올려볼까요?

 

“시골에서 자란 희진씨는 5월이 되면 라일락꽃을 찾아다닙니다. 라일락 향기를 맡으며 푸르게 변해가는 잎사귀들을 보면 그렇게 행복할 수 없습니다. 아마도 어릴 때의 추억 때문이겠지요. 희진씨에게는 라일락 향기를 음미하며, 아카시아 꽃이나 메뚜기로 튀김을 해먹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중 희진씨에게 남는 특별한 기억이 있습니다. 여섯 살 무렵, 그날도 희진씨는 친구들과 함께 아카시아 꽃을 따러 갔습니다. 그런데 탐스럽게 보이는 꽃 무더기가 조금 높은 곳에 있었습니다. 어린 희진씨는 나무에 올라 손을 뻗어 그 꽃을 따려다가 몸의 균형을 잃어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친구들이 다가와 물었습니다. “희진아, 괜찮아?” 희진씨는 답했습니다. “응, 괜찮아.” 그리고 일어나서는 엉덩이에 묻은 흙을 툭툭 털어버리고 “얘들아, 오늘은 다른 곳에 가서 놀자!” 하면서 친구들과 다른 곳으로 갔습니다.

 

지난번, 알프레드 아들러는 우연한 기억은 없으며, 현재와 연관성이 있다고 말했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기억에서 알아낼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여섯 살짜리 아이가 나무에서 떨어졌다면 어떨까요? 아프다고 울거나, 친구들의 위로를 받는 것이 자연스럽겠지요? 하지만 어린 희진씨는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엉덩이를 털면서 괜찮은 척을 했습니다. 아마도 희진씨는 지금도 본인이 고통을 당하거나 어려운 일이 생겨도 다른 사람에게 드러내지 않고 속으로 삭이거나 힘들지 않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태도를 보일 겁니다. 이미 그런 성향이 내재된 것이지요.

 

아프다고 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그럴 때 희진씨는 창피함을 느끼고 다른 사람과 비교해 자신이 ‘약한 사람’이라고 느껴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무렇지 않다고 가장하면서 창피한 감정을 숨기려고 “내가 참아야 해”라고 입술을 꽉 문다고 합니다. 사실 희진씨의 어린 시절, 부모님이 모두 맞벌이를 해서 희진씨의 외로움을 공감해주거나 살펴줄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몸을 다치거나 안 좋은 일이 생겨도 “조심하지 그랬니”하는 걱정을 들었다고 하네요. 아마 이런 것들이 스스로에게 ‘약한 사람’으로 비치지 말아야겠다는 인식을 심어주었을 겁니다.

 

이런 부분에 집중하게 되면 자존감이나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믿음이 약해집니다. 어린 희진씨의 경우 아카시아 꽃을 따다가 실수로 나무에서 미끄러진 것이 ‘나는 조심성이 없는 사람이다, 그러니 이런 일이 벌어진 거야’라는 자기 패배적인 신념이 바탕이 되었을지 모릅니다. 내가 부족해서 벌어진 일이니, 그런 약점을 들키고 싶지 않았던 거겠지요. 그러니 남에게 도움을 청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저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화제를 돌릴 수밖에요.

 

그런데 다르게 생각을 해본다면, 오히려 주도적이고 독립적인 면도 생기지 않았나요? ‘괜찮아’하면서 친구들을 이끌고 다른 곳으로 갈 수도 있고, 어려운 일이 닥치면 남에게 기대지 않고 스스로 해결점을 찾습니다. 내가 벌인 일이니 내가 감당해야지 하는 책임감도 생긴 겁니다. 즉 ‘동전처럼 양면성’이 있다는 것이지요. 부정적인 기억과 경험 뒤에는 그로 인해 생긴 나만의 긍정적 자원도 있음을 꼭 염두에 두세요.

 

우리의 기억 안에는 살아오면서 고통과 어려움을 이겨 낸 나만의 비법이 있습니다. 이제 내 안의 뿌리 깊은 강점과 긍정적 자원을 자신 있게 활용해보는 게 어떨까요? [가톨릭평화신문, 2022년 6월 5일, 박예진(율리아, 한국아들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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