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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교리

가톨릭 신자들을 위한 가톨릭 신학24-25: 연옥 영혼이 살아 있는 우리를 위해 기도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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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7-03 ㅣ No.3325

가톨릭 신자들을 위한 가톨릭 신학 (24) 연옥 영혼이 살아 있는 우리를 위해 기도할 수 있을까요? (1)

 

 

천주교 신자 중 ‘식사 전 기도’ 외우는 사람은 드물지 않지만, ‘식사 후 기도’까지 외우는 사람은 흔치 않습니다. 식후 기도 마지막은 이렇습니다. “세상을 떠난 모든 이가 하느님의 자비로 평화의 안식을 얻게 하소서.” 살아 있는 우리는 연옥 영혼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그런데, 연옥 영혼들이 살아있는 우리를 위해 기도할 수 있을까요?

 

개신교와 달리 가톨릭교회는 한 인간이 죽으면 천국이나 연옥 혹은 지옥에 간다고 가르칩니다. 천국 가기에 합당한(!) 사람은 천국 가고, 지옥 가도 마땅한(?) 사람은 지옥 가는데, 천국 가기 애매하고, 지옥에 갈만하지 않은 대다수 사람들은 일종의 중간상태인 연옥에 간다는 것이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입니다. 개신교에서 연옥이 없다고 하는 신학적 근거는 인간의 죽음과 관련됩니다. 창세기 2장에 따르면 인간은 하느님께서 흙으로 빚으신 후 당신 숨결을 불어 넣으셔서 창조된 존재라 합니다. 개신교 신학자들에 따르면 인간은 영과 육으로 이루어진 단일한 존재이고, 살아있을 때 영과 육이 완전히 하나이기에, 죽음 후에 영과 육은 함께 소멸한다고 주장합니다. 따라서 죽음 후 영혼만 남지 않고, 죽는 순간 부활하거나 지옥으로 떨어진다고 합니다. 개신교에서는 연옥이란 있을 수 없고, 가톨릭교회가 지어낸 이야기라 합니다.

 

인간은 영과 육으로 이루어진 단일체이고, 영과 육을 분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은 가톨릭교회도 동일합니다. 하지만 영(혼)은 육(신)보다 더 근본적인 본질이고, 육신처럼 썩어 없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영혼이 불멸한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하느님께서 불멸하시기 때문입니다. 하느님 모상으로 창조된 인간은 본성적으로 하느님과 함께한다면 불멸을 희망할 수 있습니다. 영혼이 죽음과 함께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면, 천국은 물론 연옥의 존재도 가능합니다.

 

‘연옥’이란 단어가 처음 교회에 사용된 것은 12세기 전후이지만, 죽은 이를 위한 기도는 오래 전부터 있었습니다. 모든 인간의 구원을 바라시는 하느님은 모두에게 구원될 가능성을 주셨고, 인간의 자유로운 선택과 신앙을 원하십니다. 살아서는 물론 죽은 다음에도 회개의 기회와 가능성, 그리고 정화의 시간을 주십니다. 하느님 은총과 사랑을 알지만, 아직 온전히 정화되지 못 한 사람들은 죽은 다음에 정화의 시간을 거쳐야 합니다.

 

연옥에 대해 성경은 직접적 증언을 하지 않습니다. 성경에는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이 들어 있지만, 사도 바오로도 성경에 모든 것을 다 기록하지는 않으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밖의 것은 내가 가서 일러 주겠습니다.”(1코린 11,34) 하느님의 가르침, 즉 계시는 성경과 성전(聖傳 Traditio)을 통해, 사도들과 교회의 가르침을 통해 주어진다고 가톨릭교회는 가르칩니다. 연옥이란 ‘정화소’(淨化所, Purgatorium)입니다. 연옥의 불은 벌을 주는 지옥의 불과 다른 것인데, 깨끗하고 따뜻하게 해주는 하느님 사랑의 불입니다. 정화시키는 하느님 사랑의 불을 통해 정화되고 순수해져야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번 주 다룬 연옥을 근거로 다음 주에는 연옥 영혼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2022년 7월 3일(다해) 연중 제14주일 서울주보 4면, 조한규 베네딕토 신부(가톨릭대학교 조직신학 교수)]

 

 

가톨릭 신자들을 위한 가톨릭 신학 (25) 연옥 영혼이 살아 있는 우리를 위해 기도할 수 있을까요? (2)

 

 

‘연옥에 있는 영혼은 스스로 기도하거나 천국에 갈 수 없다. 우리의 기도와 희생이 있어야만 그들을 도와줄 수 있다!’ 맞는 말일까요? 반은 맞고, 반은 맞지 않습니다. 연옥 영혼을 위해 기도하는 이유, 기도해야 하는 이유는 연옥 영혼이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 아닙니다. 연옥 영혼 역시 하느님과 관계를 맺고, 결합되어 있기에 자신을 위해 기도할 수 있고, 정화를 위해 노력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과 결합된 이들은 천상교회(개선교회, 승리교회) 혹은 지상교회(투쟁교회, 순례교회) 혹은 연옥교회(정화교회)에 속해 있습니다. 사도신경에 나오는 ‘성인들의 통공’(communio sanctorum, 여기서 communio는 ‘친교’, ‘통공’이고, sanctorum은 ‘거룩한 사람들’(남성 복수 2격) 혹은 ‘거룩한 것들’(중성 복수 2격)로 번역될 수 있는데, ‘거룩함’은 하느님과 관련됩니다)이란 세 교회에 속한 사람들의 기도와 공로가 서로 통한다는 것입니다. 세 교회에 온전히 속한 이들이 하느님 교회의 구성원이고, 이들의 기도는 ‘친교’하고, ‘통공’합니다.

 

중세 이래 ‘연옥’은 지옥과 비슷하게 오해되었습니다. 그 당시 누구나 그리스도인이 될 수 있었고, 때론 준비없이 그리스도인이 되었기에, 하느님 사랑과 자비, 죄와 벌에 대해 충분히 설명할 기회가 적었고, 죄지으면 지옥 간다는 단순한 교리에 치중했습니다. 천국이 하느님과 얼굴을 맞대는 지복직관(1코린 13,12 참조)의 세계이고, 지옥이 하느님과 완전히 차단되어 고통받는 상태라면 그 중간상태인 연옥도 필요합니다. 연옥이란 하느님에 대한 믿음으로 구원을 보장받은 이가 천국에 가기 위해 준비하고 정화하는 상태입니다. 연옥 영혼의 정화를 돕기 위해 지상교회에 속한 그리스도인들은 연옥 영혼들을 위해 기도, 희생, 자선, 보속 등을 통해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연옥 영혼은 살아있는 우리를 위해 기도할 수 있을까요? 이 주제는 신학자에 따라 견해 차이가 있습니다. 연옥을 인정하지 않는 개신교에서는 논의 자체가 불가하고, 일부 가톨릭 신학자들은 연옥에 있는 영혼은 죽음 이후 육신이 사라졌고, 더 이상 온전한 인격체가 아니기에 자신을 위해 기도하거나 살아있는 우리를 위해 기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반대 주장도 많습니다. 기도하는 능력은 본래 육신에 속한 것이 아니라, 영혼에 속한 것입니다. 인간을 영혼과 육신으로 구분할 수 없지만, 육신보다 더 근본적이고 중요한 것이 영혼입니다. 인간에서 영혼을 빼면 그저 흙의 먼지일 뿐입니다.(창세 2,7 참조) 영혼이란 육신을 인간으로 존재하게 하는 힘과 원리이고, 하느님과 관계 맺게 해 주는 것입니다. 인간은 영과 육의 단일체이지만, 그 둘은 동일하지 않습니다. 연옥에 있는 모든 영혼이 우리를 위해 기도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천국에 거의 다다를 만큼 충분한 정화 과정을 거친 영혼은 지상의 우리보다 더 잘 기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연옥교회에 속해서도 함께 기도할 수 있습니다. 또한 지금 천국에 머무는 존재 역시 영과 육의 단일체가 아니라, 아직은 영혼이 구원된 존재입니다. 육신의 부활은 마지막 날 예수님 재림 때 이루어진다고 사도신경이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2022년 7월 10일(다해) 연중 제15주일 서울주보 4면, 조한규 베네딕토 신부(가톨릭대학교 조직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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