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18일 (수)
(자) 사순 제4주간 수요일 아버지께서 죽은 이들을 일으켜 다시 살리시는 것처럼 아들도 자기가 원하는 이들을 다시 살린다.

성미술ㅣ교회건축

K톨릭-미술: 20세기 한국 가톨릭 교회미술의 선구자 장발(루도비코, 1901~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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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10:21 ㅣ No.1270

[K톨릭: 미술] 20세기 한국 가톨릭 교회미술의 선구자 장발(루도비코, 1901~2001)

 

 

20세기 한국 가톨릭 교회미술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현대미술의 실험적 창의성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교회미술의 현대화’, 그리고 한국 고유의 전통적 양식과 화법을 종교적 주제와 조화롭게 결합한 ‘교회미술의 토착화’라 할 수 있습니다. 교회미술의 현대화와 토착화는 1964년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 전 세계 교회미술이 나아갈 방향으로 선언되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이에 앞서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한국 교회미술이 선진적이고 진보적으로 개척되고 탐구된 것은 장발(루도비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초대 학장님(1953~1961년 재직)의 깊은 신앙심과 헌신 덕분이었습니다. 장발 학장님은 1901년 독실한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나셨습니다. 두 살 위의 형은 4·19혁명 이후 수반된 민주당 정부의 장면(요한, 1899~1966) 총리님이시며, 조카(장면 총리님의 아드님)는 장익(십자가의 요한, 1933~2020) 주교님이십니다.

 

장발 학장님은 1919년 도쿄미술대학에 입학했다가 1922년에 미국 유학길에 올라 컬럼비아대학교에서 미술 실기와 이론을 배운 후 1925년에 귀국했습니다. 장발 학장님은 장면 총리님과 함께 1925년 7월 5일 교황청에서 거행된 ‘조선 순교복자 79위 시복식’에 조선 평신도 대표로 참석한 것을 기회로 바티칸의 수많은 성(聖) 미술품을 보게 됩니다. 그때 받은 깊은 감동으로 하느님께 교회미술에 온 마음을 다해 헌신하겠다고 기도했다고 합니다. 장발 학장님은 〈성 김대건 신부님〉 등 다수의 성화를 그렸지만, 가장 대표적인 작품은 명동대성당에 있습니다.

 

명동대성당 대성전에 들어서면 제단 뒤편으로 〈14사도화〉(1926) 성화를 마주 보게 됩니다. 이 성화는 장발 학장님이 독일 남부의 작은 도시 보이론(Beuron)의 베네딕도 수도회에서 유래된 보이론 화풍으로 그린 것입니다. 절제되고 간결한 선(線)적 리듬, 밝게 빛나는 선명한 색채, 그리고 기하학적이고 대칭적인 구도는 보이론 미술을 참조한 것입니다. 동시에 수직적으로 벽면을 둘러싸듯이 배열된 이 작품의 방식은 석굴암 본존불을 둘러싼 내벽의 10부 입상 부조의 수직적 배치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서양 화법과 한국적 전통이 공통으로 갖고 있었던 절제되고 엄숙한 조형미가 만나, 〈14사도화〉는 전례를 더욱 장엄하고 거룩하게 합니다.

 

또한 장발 학장님은 혜화동성당(1960년 준공) 건립을 진두지휘하면서 현대미술의 추상성으로 교회미술의 높은 영성을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총감독으로서 당대 최고의 현대미술가들을 초빙하여 혜화동성당을 성(聖)스러운 현대미술의 보고로 만들었습니다. 기하학적인 건축과 단순하고 절제된 형상의 성모자상, 십자고상 등으로 가득 찬 혜화동성당은 교회미술 현대화의 모범으로 평가받습니다.

 

20세기 한국 교회미술의 초석을 다진 장발 학장님은 5·16 군사쿠데타 이후 활동을 중단하고 1964년에 미국으로 건너가 그곳에서 생을 마감했습니다.

 

[2026년 3월 15일(가해) 사순 제4주일 서울주보 7면, 김현화 베로니카(숙명여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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