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19일 (목)
(백)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배필 성 요셉 대축일 요셉은 주님의 천사가 명령한 대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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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충실한 백성의 어머니 공지에 따른 레지오 마리애 선서문 수정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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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6-03-18 ㅣ No.986

[특별기고] 「충실한 백성의 어머니」 공지에 따른 레지오 마리애 선서문 수정의 의미


성모 마리아, 하느님의 아름답고 겸손한 메아리

 

 

주교회의 상임위원회는 2월 10일 한국 레지오 마리애가 제출한 선서문 수정 시안을 승인했다. 이에 본지는 교황청 신앙교리부의 ‘구원 사업에서 마리아의 협력과 관련된 마리아의 일부 호칭에 관한 교리 공지’ 「충실한 교회의 어머니」의 내용에 비춰 레지오 마리애 선서문 수정의 이유에 대해 교황청 국제신학위원회 위원 박준양(요한 세례자) 신부의 기고를 통해 알아본다.

 

- 교도권 문헌은 성모 마리아에 대한 적절한 공경을 제시하며 마리아의 겸손과 성덕을 강조한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누구든 등산하러 가서 깊은 산속 골짜기에서 목소리를 크게 내었을 때 거듭 울려 퍼지며 되돌아오는 메아리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높은 산을 오르내려야 하는 우리의 험난한 인생 여정에서, 성모 마리아는 인간을 구원하고자 하시는 하느님의 뜻을 거듭 알려주는 메아리이다. 그것은 자기 목소리를 전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신비를 통한 하느님 구원의 기쁜 소식을 온 누리에 울려 퍼지게 하는 아름다운 메아리이다. 그리스도의 유일한 중개를 통한 삼위일체 하느님의 구원 역사 안에서, 성모 마리아는 우리를 일깨우는 어머니의 자비로운 손길처럼 하느님의 자비와 구원 의지를 알려준다.

 

이런 점에서, 성모 마리아를 거의 신적인 지위에까지 높이고자 하는 과도한 신심은, 성경에서 마리아께서 몸소 보이셨던 삶의 모습과 들어맞지 않는다. ‘과유불급’이란 말처럼 지나치면 오히려 해가 된다. 성모 마리아께 지나치게 과장된 공경을 드려 거의 삼위일체 하느님과 비슷하게 들어 높이려 하는 것이 과연 합당하고도 진정한 공경인가? 실상 마리아의 삶은 하느님께 대한 순종과 겸손으로 점철되어 있고, 마리아의 자기 이해는 삼위일체 하느님의 구원 역사에 전적으로 동참하는 겸손한 “주님의 종”(루카 1,38)이었다. 그래서 이는 성부 하느님의 구원 계획 안에서 성자에 의해 세워지고 성령에 의해 생명력을 얻어 구원 활동을 시작한 교회 공동체의 ‘전형’이자 ‘모범’이 된다.

 

 

공의회 정신에 비추어 쇄신되는 성모 신심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2003년 서한에서, “몽포르의 루도비코 성인의 가르침은 본질적으로 타당성을 갖고 있는 것이면서도 오늘날에는 공의회에 비추어 재독 되고 재해석되어야만 한다”고 강조한다. 요한 바오로 2세가 강조한, 마리아 신학을 위한 기준점이 되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가르침이란 곧 「교회 헌장」 제8장을 가리킨다. 따라서 ‘그리스도와 교회의 신비 안에 계시는 천주의 성모 복되신 동정 마리아’라는 제목의 「교회 헌장」 제8장은 모든 마리아 신심과 신학이 그 빛에 비추어 재해석되어야 할 교도권 가르침의 기준점이 된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요한 바오로 2세의 2001년 교서 「새 천년기」 57항을 인용해, “이제 막 시작된 이 세기에 우리의 위치를 확인할 확실한 나침반을 우리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 발견”한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성모 신심의 전통을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빛에 비추어 쇄신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다. 하지만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에 따른 신학적 성찰이 현재의 여러 성모 신심 운동 안에서 충실히 이루어지고 있는가? 단적으로, 레지오 선서문에 나타난 성령과 성모 마리아의 관계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전에 성령론이 제대로 발전하지 않고 그 대신에 마리아 신심이 지나치게 과장되었던 시대의 시각을 그대로 반영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기초해서, 한국 레지오 마리애는 선서문의 새로운 수정 번역을 진행하여 최근에 주교회의 승인을 받았다.

 

- 세계에서 가장 큰 벡실리움이 설치돼 있는 한국레지오마리애기념관 외벽.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성모 호칭 수정 가능해

 

교황청 신앙교리부가 2025년 11월 4일 발표한 문헌 「충실한 백성의 어머니」는 ‘구원 사업에서 마리아의 협력과 관련된 마리아의 일부 호칭에 관한 교리 공지’란 부제가 말하듯이 가톨릭교회의 마리아 신학에 중요한 이정표를 제시한다. 「충실한 백성의 어머니」는 현재의 성모 신심이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가르침에 따라 쇄신되어야 함을 강조하면서, 과장된 성모 호칭들에 대한 지침을 제시한다. 

 

‘공동 구속자’라는 호칭은 언제나 부적절하며(22항), ‘모든 은총의 중개자’ 호칭 역시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와 이루는 인격적 관계와는 별개로 마리아를 영적 선이나 힘을 분배하는 존재로 제시할 위험이 있기에 마리아의 고유한 위치에 대한 올바른 이해에 도움이 되지 않는 한계를 지닌다.(67~68항) 하지만 마리아를 ‘은총의 전구자’이며 ‘은총의 세계에서 우리의 어머니’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우리가 하느님 은총의 선물을 받을 수 있도록 그분께서 하느님께 청하시기 때문이며, 동시에 우리 마음이 하느님의 사랑에 열려 있도록 그분께서 준비시켜 주시기 때문이다.(54항, 69~70항)

 

성모 신심 전통에서 과거에 사용하던 호칭들은 절대 불변이 아니라 수정 가능한 것들이다. 가톨릭교회 교도권의 가르침에 따르면, 역사 안의 ‘개별 전승들(traditions)’은 ‘사도적 전승(Apostolic Tradition)’에 비추어 ‘강화’나 ‘수정’ 아니면 ‘폐기’가 가능하다. 개별 전승에 대한 비판적 성찰은, 그것이 오늘날 교회의 살아 있는 신앙에 잘 어울리고 상응하게끔 하려는 데에 목적이 있다. ‘사도적 전승’에 대한 비판은 적절하지 않지만, ‘개별 전승들’은 언제나 비판에 개방되어 있어야 한다. 그럼으로써 교회가 자신의 유일한 기초인 예수 그리스도를 토대로 하여 항구한 자기 쇄신을 거듭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혜롭고 관대한 교회가 신자들의 대중 신심을 오랜 기간 인내로 관찰하다가, 어느 시점에 단호한 교리적 결정을 내리고 이를 사목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보편교회의 전통적 관례이다. 이번 문헌 역시 그러하다. 

 

교회 교도권이 마침내 공식 발표한 가르침에 따라 성모 신심의 호칭들에 대한 복음적 쇄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하나의 개별 전승으로서 그 신심 운동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대중적인 성모 신심 운동이 교회 교도권의 가르침에 따라 수정, 쇄신되지 않는다면 곧 오류와 미신에 빠지게 되고 마침내 이단으로 판단되는 것은 교회 역사가 증명하는 바이다. 

 

서울세나뚜스 영적 지도자 직무를 지난 3년간 수행한 필자의 직접적인 관찰에 의하면, 현재 레지오 선서문의 수정 번역에 대해 일부 극소수를 제외하고 일선 현장의 분위기는 환영과 신뢰의 마음이 압도적이다. 바로 이것이 올바른 신학적 바탕 위에서 신앙생활을 하는 대다수 한국 레지오 단원들의 건강한 신심 수준이다.

 

 

사랑과 겸손의 자세로 신앙 살아가야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교도권 문헌은 성모 마리아께 대한 적절한 공경을 제시하며 마리아의 겸손과 성덕을 강조한다. 성모 마리아께서 우리에게 모범으로 보여주시듯이, 하느님의 구원 사업에 협력하는 가장 뛰어난 길은 하느님 뜻에 대한 사랑 가득한 겸손의 자세로 우리의 신앙을 충실히 살아가는 것이다. 자기를 내세우고 자신만의 이익을 추구하며 살아가고자 하는 경향, 그래서 하느님의 뜻에 반하는 삶의 모습들이 세상 안에 횡행하는 오늘날, 성모 마리아께서는 자신의 모범을 통해 사랑 가득한 겸손의 길, 하느님 뜻에 순종하는 아름다운 구원의 길로 우리를 초대하고 계신다.

 

[가톨릭신문, 2026년 3월 15일, 박준양 요한 세례자 신부(교황청 국제신학위원회 위원·가톨릭대학교 성의교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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