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19일 (목)
(백)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배필 성 요셉 대축일 요셉은 주님의 천사가 명령한 대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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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신앙에 주파수를 맞춰요: 신학과 철학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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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6-03-18 ㅣ No.2254

[신앙에 주파수를 맞춰요] 신학과 철학의 차이

 

 

“하느님이라는 말마디는 ‘믿는 사람’(신학자)이 사용하는 말마디이고 ‘부동의 제일동자’라는 말마디는 ‘생각하는 사람’(철학자)의 말마디이다. 여기서 생각하는 사람의 말마디와 믿는 사람의 말마디는 서로 다르지만, 그 말마디들은 서로 상대편의 말마디들을 잘 조명해 준다”(정달용 「그리스도교 철학」 참조)는 글은 신학과 철학의 관계를 함축적으로 암시한다.

 

신학과 철학은 공통성도 지니지만 차이점도 지닌다. 한마디로 신학은 하느님에 대한 사랑이며 철학은 지혜에 대한 사랑이다. 이 둘의 공통점은 스스로 어떤 가치에 대한 사랑이라고 주장하는 점이며, 그 가치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다른 선익을 경멸하고 포기하여야 한다고 요구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플라톤은 ‘진짜 금화’(지혜, 정의 등)를 얻기 위해 다른 모든 선을 맞바꾸어야 한다고 가르쳤고, 예수님은 마태오복음에서 값비싼 진주를 손에 넣기 위해서는 가진 것을 모두 처분하여 그것을 산다고 하였다.(마태 13,46 참조)

 

이렇게 어떤 가치에 대한 사랑에 있어서는 신학과 철학이 같지만 서로 차이가 있는 것은 그 사랑하는 사물의 내용에 있다. 즉 철학은 지혜를 사랑하는 것이고 신학은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이다.(리하르트 셰플러 「철학과 그리스도교 신앙(II)」 참조) 철학에서도 신을 논하지만, 최고의 존재요 존재의 근거로서 신의 본체나 속성을 이성으로 추구할 뿐이다. 그러나 신학에서는 인격신으로서의 하느님을 추구한다. 쉽게 말해서 철학은 하느님이 무엇인지를 연구하고, 신학은 하느님이 누구이신지를 연구하는 것이다.

 

신학과 철학은 현실 전체를 대상으로 연구한다. 그러나 어원적으로 하느님에 관하여 말하는 학문인 신학은 계시와 신앙에서 출발하고, 어원적으로 지혜를 사랑하는 학문인 철학은 자연과 이성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신학은 계시를 통한 신앙의 학문이고, 철학은 이성을 통한 진리의 학문이다. 철학이 질문을 통해 솟아 나온 사색의 학문이라면, 신학은 철학이 질문한 것에 답을 제공하면서 신앙으로 응답하는 실행의 학문 즉 구원의 학문이다.

 

유한의 체험을 말하는 철학은 인간과 자연을 초월하는 존재에 대하여 이 존재를 거부하지는 않지만, 단지 이 존재를 생각하고 인간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해석한다. 한편 무한의 체험을 말하는 신학은 인간과 자연을 초월하는 존재에 대하여 이 존재를 확실히 인정한 뒤, 이 존재를 받아들이고 대화하면서 존재의 신비로 들어간다. 철학이 이 존재의 문지방에 서성거린다면, 신학은 이 존재의 신비로 들어가 그 신비를 향유한다.

 

“철학 없이 신학 없다”라는 한스 우르스 폰 발타사르 추기경의 말처럼 신학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철학을 해야 한다. 인간의 궁극적 의미와 진리를 탐구하는 철학은 신학을 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신학은 철학의 도움을 받아 인간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계시와 신앙을 설명한다. 실제로 아우구스티노는 플라톤의 철학을, 토마스 아퀴나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을, 현대에서 칼 라너 신부는 하이데거 철학의 도움을 받아 그들의 신학을 전개하였다.

 

[가톨릭신문, 2026년 3월 15일, 김석태 베드로 신부(대전교구 도룡동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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