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ㅣ교회음악
|
신앙과 음악: 예수님의 수난을 바라보는 일곱 개의 노래 |
|---|
|
[신앙과 음악] 예수님의 수난을 바라보는 일곱 개의 노래
사순 시기를 지내며 교회는 자연스럽게 주님의 수난을 묵상하도록 우리를 이끕니다. 전례와 성가를 통해 우리는 십자가의 의미를 조금 더 깊이 바라보게 됩니다. 때로는 한편의 음악이 이러한 묵상에 깊이를 더해 주기도 합니다. 2026년 3월 11일, 주교좌 의정부 성당에서 열린 사순 음악회 역시 그러한 시간이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울려 퍼진 디트리히 북스테후데의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지체들(Membra Jesu Nostri)」은 십자가에 달리신 그리스도의 몸을 차례로 바라보며 수난의 신비를 묵상하도록 이끄는, 말하자면 ‘노래로 바치는 기도’와 같은 작품이었습니다. 그 여운이 오래도록 깊이 남았습니다.
기도와 성가를 하나의 신앙적 표현으로 이해하는 이들도 있지만, 이 둘을 구분하여 생각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교회 안에서 음악은 기도를 더 정성스럽고 간절하게 바치기 위해 기도문에 선율이라는 옷을 입힌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성음악에서는 화려한 음악적 표현보다 그 바탕이 되는 가사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작곡가는 가사가 지닌 영적 의미를 음악 안에서 드러내고자 하며, 듣는 이 또한 선율 속에 담긴 말씀을 이해하려는 묵상의 태도로 음악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성가를 함께 부를 때뿐 아니라 들을 때에도 그 시간은 침묵 가운데 기도하는 시간이 됩니다.
북독일 바로크 작곡가 디트리히 북스테후데가 1680년에 작곡한 이 작품은 일곱 개의 칸타타로 이루어진 수난 묵상곡 입니다. 각각의 곡은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의 지체를 차례로 바라보며 묵상을 이어 갑니다. 이 작품은 발, 무릎, 손, 옆구리, 가슴, 마음, 얼굴이라는 일곱 부분을 통해 십자가의 의미를 단계적으로 바라보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 곡 ‘발(Ad Pedes)’은 복음을 전하는 발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며 십자가 아래에 머무는 신앙인의 자세를 떠올리게 합니다. 두 번째 곡 ‘무릎(Ad Genua)’에서는 주님의 자비 안에서 위로받는 영혼의 모습을 묵상합니다. 세 번째 곡 ‘손(Ad Manus)’에서는 못에 찔린 손을 바라보며 수난의 상처를 묵상하게 합니다. 네 번째 곡 ‘옆구리(Ad Latus)’는 창에 찔린 상처를 바라보며 그 상처 안에 머물고자 하는 영혼의 마음을 표현합니다. 다섯 번째 곡 ‘가슴(Ad Pectus)’은 주님의 사랑을 갈망하는 영혼의 모습을 노래합니다. 여섯 번째 곡 ‘마음(Ad Cor)’은 주님의 마음을 묵상하도록 우리를 이끕니다. 마지막 일곱 번째 곡 ‘얼굴(Ad Faciem)’은 청중이 주님의 얼굴을 바라보며 깊은 묵상 안에 머물도록 이끕니다. 이 작품을 들으며 우리는 수난의 장면을 음악 안에서 다시 바라보게 됩니다. 특별히 여섯 번째 곡 「Ad Cor」에는 다음과 같은 아가서의 구절이 노래됩니다(아가 4,9).
성주간을 지내며 이 음악을 들어보시길 권합니다. 선율 속에 담긴 말씀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그 음악은 우리의 기도가 됩니다.
[2026년 3월 29일(가해) 주님 수난 성지 주일 의정부주보 4면, 김재근 대철베드로 신부(백석동 협력사목, 교황청립 성음악대학 그레고리오 성가 전공)] 0 21 0 |




게시판 운영원칙
Help Desk
Vulnerasti cor meum, soror mea, sponsa, vulnerasti cor meum. (너는 내 마음을 상처 입혔다, 나의 누이여, 나의 신부여, 너는 내 마음을 상처 입혔다. 라틴어 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