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6일 (화)
(녹) 연중 제11주간 화요일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성경자료

[신약] 성경 다시 보기: 형님이 무척 부러웠다! 그분의 상처로 우리는 병이 나았습니다(1베드 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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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08:26 ㅣ No.9692

[성경 다시 보기] 형님이 무척 부러웠다! “그분의 상처로 우리는 병이 나았습니다”(1베드 2,24)

 

 

위의 말씀은 지난 부활 제4주 성소 주일 날에 읽은 제2독서의 한 구절입니다. 불의하게 고난을 겪으면서도 하느님을 생각하고 그 괴로움을 참아내면 그것이 바로 은총입니다. 선을 행하면서도 고난을 겪으면 그것은 하느님의 은총입니다. 그분께서는 우리의 죄를 당신 몸에 친히 지시고 십자 나무에 달리시어, 죄에서 죽은 우리가 의로움을 위해 살게 해 주셨습니다(1베드 2,19-25 참조).

 

예수님의 부활이 기쁘고 즐거운 것은, 그분의 부활로 말미암아, 나의 신앙생활이 정말 행복함을 느낄 때가 아니겠습니까? 부활하신 그분께서 우리의, 나아가서 나의 잘못과 죄를 용서해 주셨다는 것을 실감할 때가 아니겠습니까?(요한 20,19-23 참조)

 

이날 독서의 말씀을 읽다가, 문득 어릴 때의 일이 생각났습니다. 그때 저는 초등학교 4-5학년, 저의 형은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이었습니다. 하루는 아버지가 새로 산 호미 2자루를 주시며, 산 너머에 있는 고추밭을 매고 오라는 것이었습니다. 아침부터 땀을 흘리며 열심히 밭을 매다가 점심때가 되었을 때, 집으로 점심을 먹으러 가게 되었습니다. “형아, 길도 멀고, 호미가 무거우니 여기, 우리가 김을 맨 풀 속에 감추어 놓고 가자!”라고 제가 제안했습니다. 형도 동의하여, 우리는 맨손으로 집에 와서 점심을 먹고, 김을 마저 매러 다시 밭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웬일입니까, 밭고랑이 말겠습니다. 누가 가져갔는지 풀도 없어지고 호미도 없어지고 말았습니다. 그 앞 동네에 가서 집집마다 물어서 찾아볼 생각은 엄두도 못 내고, 결국 빈손으로 집에 와서 해거름에 아버지께 그 사실을 겁먹은 마음으로 조심스레 말했습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벼락이 떨어졌습니다. 평소의 아버지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합리적이고 자상하신 아버지가 아니었습니다. 갑자기 크게 화를 내시며, 옆에 있는 지게 작대기를 들고, 형을 엉덩이와 종아리를, 닥치는 대로 마구잡이로 때리는 것이었습니다. 형은 반항도 못 하고, “봉철이가 그러자고 해서 그랬습니다.”라는 진실을 말도 하지 못하고, 그 엄청난 몽둥이세례를 무방비 상태로 맞으며, 이를 악물고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매를 맞으며 울고 있는 형, 변명도 아니 하고 진범이 나를 대신해서 맞고 있는 형! 그를 쳐다보는 나! 그때 저는 무슨 심정이었을까요? 무섭기도 하고 떨려서, 내가 그러자고 했다고 당당하게 감히 나설 엄두도 못 내었습니다. 마냥 맞으며 울고 있는 형을 보면서, 난생처음, 형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를 대신해서 그 무서운 몽둥이를 맞고 있는 형이 정말 정말 부러웠습니다. 그리고 그 매 맞는 형이 불쌍하고 측은하고, 부럽고, 존경스러웠습니다. 내가 형처럼 그렇게 동생을 위해 매를 맞으며, 동생을 감싸고 대신 벌을 받을 수 있을까? 그런 고마운 형의 모습을 두고, 두고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이번 성소 주일의 제2독서(1베드 2, 20-25)를 읽으면서, 옳은 일을 하면서도 고난을 겪으신 예수님! “우리의 죄를 당신의 몸에 친히 지시고 십자 나무에 달리시어, 죄에서 죽음 우리를 살게 해 주신” 그 예수님의 마음을 새삼 느끼며 실감 나게 묵상하게 되었습니다. 그분은 주님이니까, 예수님이니까, 하느님의 아들이니까 하는 관념적이고 나와는 거리가 먼 예수님이 아니라, 생생하게 피부로 와닿는 형과 같은 분으로 각인됩니다. 오늘따라 그때의 그 형님의 모습이 정말 부럽고 존경스러워, 나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감히 들었습니다.

 

[2026년 6월 14일(가해) 연중 제11주일 가톨릭마산 12면, 황봉철 베드로 신부(성서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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