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ㅣ교회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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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속 예술, 예술 속 신앙26: 클라우디오 몬테베르디의 성인들의 공로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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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속 예술, 예술 속 신앙] (26) 클라우디오 몬테베르디 〈성인들의 공로에서〉 사라지지 않는 몸, 부활을 노래하다
최근 지인과의 담소 중 흥미로운 말을 들었다. 자신은 가톨릭의 성해에 대한 신심 행위가 도통 와닿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왜 성인의 뼈, 머리카락을 공경하고 전구를 청하는가에 대해 질문도 했다.
문득 이 대화가 떠올랐던 것은, 6월 말 전례력이 순교자의 기억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교회는 6월 28일 성 이레네오 주교 학자 순교자를, 29일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를, 30일 로마 교회의 첫 순교자들을 기념한다. 이 축일들은 순교자의 죽음뿐 아니라, 그 몸을 기억해 온 교회의 방식을 함께 떠올리게 한다.
박해 시대 그리스도인들은 불에 타고, 칼에 베이고 참수되며, 맹수에 의해 찢겼다. 교회는 그 몸들을 무덤과 제대, 성해함과 축일, 성가 안에 간직했다. 그간의 연구는 고대 순교자 명부의 수치나 기록이, 공동체의 신앙 정체성과 영적 모범을 세우기 위해 더욱 강조되었을 가능성을 제시한다. 가장 체계적이고 가혹했다고 알려진 디오클레티아누스 박해(303~311)조차 제국 전역에서 일제히 진행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그럼에도 피로써 신앙을 지켰던 순교자들의 영웅성은 퇴색되지 않는다. 순교자의 성해는 그들이 그리스도를 따르고 본받았다는 증거이자 장차 부활할 몸을 암시했다.
초기 교회에서 순교자의 몸을 두고 고민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맹수형이나 화형을 포함한 여러 처형 방식은 때론 시신을 온전히 남기지 않았다. 야수에게 씹히고, 불타서 재가 되어 흩어졌다면 그 몸은 어떻게 부활할 수 있는가.
https://youtu.be/P2OgvKsM1FA?si=e1K1R9PmWKCSr1JT
종교사학자 캐럴라인 워커 바이넘(Caroline Walker Bynum)이 지적하듯, 부서지고 파편화된 성인의 육체는 최후의 심판 시 하느님께서 다시 모으실 몸의 표지로 이해되었다. 많은 성해함이 팔, 발, 머리, 상반신 같은 신체 형상을 본떠 제작되었던 것은 이런 맥락을 갖고 있다.
안티오키아의 성 이냐시오는 이 역설을 강렬한 언어로 표현했다. 압송되어 맹수형을 앞두고 있던 그는 이런 말을 남겼다. “저를 맹수의 먹이가 되게 놔두십시오. 저는 하느님의 밀이니 짐승의 이빨에 갈려서 그리스도의 깨끗한 빵이 될 것입니다.”(「로마인들에게 보낸 편지」, 4장) 찢기는 순교자는 제분되는 알곡이 되고, 이는 그리스도께 봉헌되는 빵이 된다. 육체에 대한 소멸이 성찬례적 상상력 안에서 되살아나는 것이다.
순교자들의 기억은 성음악 안에서도 울린다. 몬테베르디(Claudio Monteverdi, 1567~1643)의 후기 교회음악집 「도덕적·영적 숲」에는 순교자 찬미가를 바탕으로 한 〈성인들의 공로에서(Sanctorum meritis)〉가 실려 있다. 첫 연은 이렇게 시작한다.
“성인들의 공로에서 피어난 빛나는 기쁨을 노래하자(Sanctorum meritis inclita gaudia). 벗들이여, 그들의 용맹한 행적을 함께 노래하자(Pangamus, socii, gestaque fortia). 승리자들의 가장 빼어난 이들을 노래로 드러내고자 마음이 타오른다(Nam gliscit animus promere cantibus, Victorum genus optimum).”
여기서 성인은 순교자들이다. 가사는 그들의 죽음을 애도의 언어로 부르지 않으며, 첫 절부터 단어 ‘기쁨(gaudia)’이 등장한다. 몬테베르디는 같은 음악적 틀에 여러 절의 가사를 얹을 수 있는 유절 형식(strophic form)을 빌어, 순교자들을 반복되는 찬미의 시간으로 데려온다. 교회는 그 몸을 ‘용맹한 행적’으로 부르고, 그들은 ‘승리자들의 가장 빼어난 이들’이 된다. 그래서 순교자들의 승리는 죽음 앞에서 신앙을 증언하고, 그리스도와의 일치를 향해 나아간 믿음의 승리가 된다.
[가톨릭신문, 2026년 6월 28일, 박찬이 율리아나(음악 칼럼니스트)] 0 13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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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세기경 그려진 〈맹수형을 당하는 안티오키아의 성 이냐시오〉. 위키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