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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성미술 산책: 마르크 샤갈의 에덴의 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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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6-07-05 ㅣ No.1297

[성미술 산책] 마르크 샤갈 <에덴의 동산>


세계대전 비극 속에 택한 환상주의

 

 

- 마르크 샤갈 <에덴의 동산>, 1978년, 스테인드글라스, 마인츠 성 슈테판 성당, 독일

 

 

“나는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하늘과 땅 사이에 태어났고, 이 세상은 거대한 사막이고 그 안에서 내 영혼은 횃불처럼 떠다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가 오래전부터 간직한 꿈을 실현한다는 의미에서 이 그림들을 그렸다. 나는 사람들이 이 그림들을 보면서 마음의 평화를 얻고 영적인 깨달음과 종교적인 감정, 인생의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이 그림들을 이 미술관에 걸어두고 싶다.”

 

1973년 프랑스 니스 국립 샤갈 미술관 개관 당시 마르크 샤갈(Marc Chagall, 1887~1985)이 전한 인사말입니다.

 

러시아의 붉은 혁명, 1·2차 세계대전 등 비극적인 참상을 겪으며 잔혹한 인간성에 대한 깊은 회의와 절망감을 느낀 유럽 예술가들은 크게 두 가지 상반된 태도를 취하게 됩니다. 우선 사회에 대한 비판적 관점의 ‘표현주의(expressionism)’, 그리고 직면한 아픈 현실을 외면하고 비현실적이고 아름다운 세상에서 도피처를 찾는 ‘환상적인’ 작품을 들 수 있습니다. 

 

유대계 러시아 출신인 샤갈은 ‘환상주의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중력의 법칙을 초월한 행복한 꿈속의 공간에서 그가 꿈꾸는 파라다이스를 펼쳐냅니다.

 

이는 스테인드글라스로 표현한 <에덴의 동산>입니다. 중세 고딕시대 성당 내부를 가득 채운 스테인드글라스, 색유리 조각들을 납선으로 용접하여 연출한 색과 빛의 향연. 이는 ‘빛’ 그 자체인 하느님의 속성을 직접적이고 효율적으로 담고 있습니다.

 

유대인으로 깊은 신앙심을 가진 그에게 성경은 작품 세계의 주축을 이뤘습니다. 프랑스 메츠, 샤르트르, 랭스 그리고 독일의 마인츠, 예루살렘 의학센터 내 유대인 예배당 등 여러 곳에서 유리화를 만날 수 있습니다. 그가 염원한 천상의 영원성과 신비를 나타내기에 절묘한 스테인드글라스.

 

그가 즐겨 사용한 짙푸른 배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천상계로 들어갑니다. 독일의 마인츠 슈테판성당 내부는 온통 환상적인 푸른 스테인드글라스로 가득 차 있는데, 이는 구약의 ‘에덴의 동산’을 나타냅니다. 에덴의 평화로운 지상낙원은 풍요롭게 무성한 지상의 녹색 나무와 천상의 푸르름으로 하나가 되고, 눈부신 태양 아래에는 천사가, 그 아래에는 나체의 아담과 이브가 서로 사랑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며 사랑을 속삭입니다. 이들 주위에는 수탉, 염소, 뱀 등의 야수들이 대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평화롭습니다.

 

샤갈의 놀라운 사랑 메시지를 마음에 새깁니다. “인생과 마찬가지로 예술에서도 사랑이 바탕이 되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

 

[가톨릭신문, 2026년 7월 5일, 박혜원 소피아(서울가톨릭미술가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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