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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 이스라엘: 복음의 길을 가다 (중) 예수의 가르침, 인간의 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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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의 길을 가다] (중) 예수의 가르침, 인간의 길 밀밭과 들꽃 가득한 길 따라 예수 가르침 되살아나
잠시 후 시야가 탁 트이고 드넓은 계곡이 눈앞에 펼쳐진다. 맞은 편 산 앞자락에 있는 마을 이름을 딴 '투란' 계곡이다. 동서로 길게 뻗은 계곡을 따라 77번 국도가 달린다. 지중해 연안 카이사리아에서 갈릴래아 호숫가 도시 티베리아스로 이어지는 도로다. 사실 투란 계곡은 고대부터 서쪽으로는 멀리 이집트로 연결되고 동쪽으로는 갈릴래아 호수 북단을 타고 시리아와 메소포타미아로 이어지는 비아 마리스(Via maris, 바닷길)의 일부였다.
이스라엘은 자신들의 쓰라린 과거를 되새기는 민족, 역사의 교훈을 잊지 않는 민족이다. 그렇다면 예수께서도 이 길을 다니실 때 피비린내 나는 전쟁의 역사, 그 역사의 비극을 떠올리셨을 것이다. 예수께서는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갑자기 저 계곡 아래에서 수많은 병거와 말발굽 소리가 귀청을 따갑게 울리는 듯하다.
2. 복음의 길은 투란 골짜기로 내려와 77번 국도와 나란히 동쪽으로 계속 이어지다가 국도 아래를 통과해 북쪽으로 꺾어진다. 한 시간 가량 걸으니 광활한 밀밭이 펼쳐지고 그 뒤 멀리에 양쪽 모서리 끝이 뿔처럼 솟아 있는 사다리꼴 모양의 지형이 솟아 있다. '히틴의 뿔'이라는 휴화산이다.
눈앞에 펼쳐진 밀밭은 17세기에 프란치스코회 수도자들이 들어와서 조성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밀밭의 뿔'(카르네이 히틴)이라는 이 일대는 예수 시대 때부터 밀밭이 있던 지역이었다. 광활한 밀밭 사잇길을 걷는다. 제자들이 안식일에 밀 이삭을 뜯었다는 복음 말씀(마르 2,23-28)이 떠오른다. 제자들을 비난하는 바리사이들에게 예수께서는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 생긴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생긴 것은 아니다" 하고 응대하신다. '사람이 우선'이라는 말씀이다. 나는 사람을 우선으로 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
밀밭을 가까이 들여다보니 밀만 있는 게 아니었다. 밀보다 더 큰 가라지들도 섞여 있다. 밀과 가라지의 비유(마태 13,24-30)가 생각난다. 서두르지 말라는, 성급하게 굴지 말고 참고 기다리라는 말씀으로 이해된다. 돌이켜보니 기다림의 미덕을 가꾸지 못해 낭패를 본 적이 어디 한두 번이었을까.
"들에 핀 나리꽃들이 어떻게 자라는지 지켜보아라.…"(마태 6,28). "하느님의 나라는 겨자씨와 같다.…"(마르 4,31). 꽃과 관련된 예수님 말씀들이 다시 떠오른다. 모든 걱정 근심을 털어버리고 하느님 나라와 하느님 아버지의 의로움을 먼저 찾으라는 말씀이다. 하느님 뜻을 이루고자 지금 하는 일이 비록 작고 보잘 것 없어 보이겠지만 마침내는 그 수고한 결실을 거두리라는 말씀이다. 하느님께서 섭리하신다. 그분께 맡기고 먼저 그분이 바라시는 것을 행하여라. 0 2,893 0 |
| 번호 | 제목 | 등록일 | 작성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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