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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ㅣ우화

[사랑]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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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8-21 ㅣ No.589

[햇볕 한 줌]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연주

 

 

지난 2013년 영국의 한 경매장에서 바이올린 한 대가 무대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장내가 숙연해집니다. 백여 년 전 명품 브랜드의 모조품으로 만들어진 이 바이올린은 현마저 두 줄밖에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바이올린은 무려 90만 파운드, 우리 돈 약 15억 4천여 만 원에 낙찰되었지만 아무도 놀라워하지 않았습니다. 바로 이 바이올린에 담긴 특별한 사연 때문이었습니다.

 

1912년 4월 15일 북대서양을 건너던 타이타닉호는 암초에 부딪쳐 가라앉기 시작했습니다. 갑판에 바닷물이 차오르자 승객들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습니다. 모두들 살기 위해 몸부림치던 그 때, 의연하게 연주를 하는 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영화 속에서 바이올린 연주가로 등장하는 ‘월리스 하틀리(Wallace Henry Hartley)’는 타이타닉호의 악단을 이끈 실존 인물이었습니다. 하틀리가 이끄는 8명의 연주가들은 이성을 잃은 승객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탈출을 포기하고 연주하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급박한 상황에서 울려 퍼진 아름다운 선율은 놀랍게도 흥분했던 승객들에게 침착함을 되찾게 했습니다. 연주는 침몰하기 10분 전까지 3시간가량 계속됐고 그 덕분에 승객들은 여자와 어린이부터 질서정연하게 구명보트에 태울 수 있었습니다. 구명보트가 부족해 탈출을 포기한 승객들은 연주를 들으며 차분히 생의 마지막 순간을 준비했습니다. 타이타닉호의 마지막 연주를 이끈 이 바이올린은 월리스가 약혼녀로부터 선물 받은 소중한 바이올린이기도 합니다. 바이올린 가방에는 월리스 이름의 W. H. H’라는 이니셜이 적혀있었고 몸체에는 ‘우리의 약혼을 기념하며, 월리스에게’라고 새겨져 있었습니다.

 

승객들에게 마지막 순간까지 희망을 연주하다 죽음을 맞이한 월리스는 타이타닉호 침몰 1주일 후 주변 해상에서 발견됐습니다. 몸에는 바이올린 가방이 묶여 있었습니다. 이 바이올린은 약혼녀 마리아에게 다시 되돌아갔습니다. 그녀는 이 바이올린을 평생 소중히 간직하며 혼자 살다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어둡고 차가운 바다에서 침몰 10분 전까지 울려 퍼진 연주는 수많은 생명을 구한 가장 위대한 연주로 후세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있습니다.

 

[2016년 8월 21일 연중 제21주일 대구주보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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