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토)
(백) 부활 제3주간 토요일(장애인의 날)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영성ㅣ기도ㅣ신앙

[기도] 식별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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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1-31 ㅣ No.1752

[빛과 소금] 식별이란?

 

 

여러분, 지난 주까지 우리가 ‘하느님과의 관계’로서의 기도에 대해 바라보았다면, 오늘은 그것의 응용 및 적용으로서 ‘하느님의 뜻을 찾아가는 기도’라고 할 수 있는 ‘식별(識別)’에 대해 나눠보고 싶습니다.

 

‘식별’은 개인에서부터 공동체(가족, 단체, 성당, 수도회, 교구 등)에 이르기까지 모두에게 해당하는 중요한 주제입니다. 식별은 우리 앞에 놓인 선택이 가능한 여러 선택지들 중에서 가장 ‘하느님의 뜻에 맞는’ 것을 발견하고 선택하려는 작업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식별을 하려는 개인이나 공동체는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몇 개월이나 몇 년에 이르는 기간을 이 식별에 할애하기도 합니다.(2021년 10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진행되는 제16차 ‘세계주교대의원회의’도 하느님의 뜻을 찾아가는 식별의 시간입니다.)

 

그런데 이 식별의 범위는 비단 교회 관련 사안에만 제한되지 않습니다. 이것은 우리의 소소한 일상의 모든 영역까지도 두루 해당합니다. 예를 들어 “오늘은 무슨 옷을 입을까?”, “오늘 저녁에는 뭘 먹지?”, “나와 틀어져 있는 동료에게 어떻게 다시 다가가지?” 등에서부터, “결혼식 날짜는 언제로 하면 좋을까?”, “현재의 직업을 바꾸는 것이 나을까?”, “재산을 처분하는 것이 맞을까?” 등처럼 다소 큰 사안들까지 모두 식별의 범위에 해당합니다.

 

그렇다면 식별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요? 그러기 위해서 식별의 ‘일반적인 기준들’을 살펴봐야 하겠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 앞에 두 개의 선택지가 있다고 해 보면 우선 이 둘이 선(善)과 악(惡)으로 구별될 수 있는 것인지를 보아야 합니다. ‘둘 중에서 나 자신과 이웃과 공동체에 해를 입히는 것은 없는지.’ 만약 구별될 수 있다면, 당연히 악을 버리고 선을 택하면 됩니다. 왜냐하면, 선과 악은 식별이 명확하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는 식별의 추가적인 기준들을 적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둘 중에 다음의 ‘가치들’을 더 키워주는 방향이 어디인가를 보는 것입니다. ‘정의와 평화’(하느님 나라의 핵심 가치), ‘신·망·애’(향주삼덕), ‘공동선’, ‘자비와 성실’, ‘진실과 용기’, ‘관대함’ 등이 더 커지는 방향이 어디인가를 보는 것입니다. 중요한 기준이 또 하나 있는데요. 그것은 예수님의 공생활 모습 즉, ‘그리스도의 생애 신비’를 바라보는 것입니다. 즉, 복음서에 나타난 2000년 전 예수님 모습에서 그분의 감각과 판단을 배우는 것입니다. “만약 예수님이라면 현재 이 문제를 어떻게 결정하고 판단하셨을까?”라는 질문을 통해 왠지 그분이 하셨을 것 같은 판단을 느껴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볼 부분이 있는데요. 그것은 ‘마음의 평화’가 더 큰 쪽이 어디인가를 보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하느님과 우리 마음의 ‘진동’이 같기 때문에, 하느님 뜻에 맞는 선택을 할 때, 반드시 우리 마음에는 평화가 수반되기 때문입니다.

 

이외에 더 나은 식별을 위한 몇몇 ‘준비 사항’도 있습니다. 기도 생활과 성찰의 일상화, 영성 서적 읽기와 선의를 가진 사람들 사이의 많은 대화, 다양한 정보 수집, 하느님 이미지의 정화(단죄가 아니라 사랑하시는 분), 내적 움직임에 대한 인식, 일정 수준의 내적 자유와 겸손, 형제적 사랑과 위험을 감수하고자 하는 용기, 하느님을 기쁘게 해드리고픈 열망 등입니다.

 

여러분, 위의 과정을 다 거친다 해도 식별은 참으로 어렵습니다. 심오한 하느님의 뜻은 어떤 법칙에 대입하여 알아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성령께서는 우리가 지금 처한 상황에서 최상의 것으로 드러나는 것을 찾고자 하는 우리의 원의를 보시고, 우리를 당신 길에서 벗어나지 않게 해 주실 것임을 우리는 믿습니다.

 

[2022년 1월 30일 연중 제4주일(해외 원조 주일) 인천주보 3면, 송기철 이사악 신부(인천가톨릭대 신학대학 영성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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