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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교회ㅣ기타

부온 프란조3: 요리사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의 만남 (중) 밀라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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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6-13 ㅣ No.670

[창간 34주년 기획 “부온 프란조(Buon pranzo)!”] (3) 요리사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의 만남 (중) 밀라노(Milano)에서


밀라노에서 요리하며 주방기구 설계하고 식탁용 수건 제작

 

 

이탈리아 ‘밀라노 두오모’. 두오모(Duomo)는 하느님의 집을 뜻하는 라틴어 도무스(Domus)가 어원으로, 이탈리아의 경우 도시를 대표하는 성당을 가리킨다. 두오모는 돔(Dome)을 뜻하기도 하며, 두오모 근처에는 항상 시청이나 중요한 행정 관서가 있다.

 

 

시뇨르 레오나르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1482년에 9월, 이립(而立) 30세에 당신이 피렌체에서 밀라노로 떠난 이유에 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요리에 전념하다 보니 베로키오 공방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고, 개업했던 세 마리 개구리 식당에서 최선을 다했건만 3년 만에 문을 닫았으니 이것저것 생각나는 아이디어를 스케치하거나 좋아하는 악기를 연주하며 하루하루를 보낼 수밖에 없었겠지요. 그러다가 피렌체의 로렌초 일 마니피코의 추천으로 밀라노의 스포르차 공작 루도비코 일 모로에게 가게 되면서 요리와의 또 다른 인연이 시작됐지요.

 

 

밀라노에서 요리와 또 다른 인연 시작

 

당신이 밀라노에 도착했음을 증명하는 문서는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1483년 4월 25일 성 프란치스코대성당(지금은 없어졌지만, 당시엔 두오모 다음으로 큰 성당)에 그릴 그림 ‘동굴의 성모님’(La Vergine delle rocce)에 대한 계약서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당신이 엔지니어링, 군사무기 제작자, 조각가, 건축가, 화가로서의 준비가 되었음을 선언하는 것 같은 ‘아틀란티코 원고’(Codice Altantico)입니다. 이 메모에 당신의 위대한 발명품의 그림과 글이 총망라된 걸 봤어요. 밀라노에 와서 당신이 썼던 아틀란티코 원고에는 오늘날 우리가 쓰는 주방기구가 5가지나 설계되어 있더군요. 왼손잡이용 코르크 마개나 회전하는 고기구이 불판, 달걀 슬라이서, 마늘ㆍ후추 분쇄기 등 주방 작업을 단순화하고 속도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도구도 설계했던 걸 봤습니다. 특히 수백 년간 끓는 냄비에 축축한 린넨을 덮어쓰던 서양에서 냄비 뚜껑을 만든 건 큰 혁신이었지요.

 

드디어 당신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왔습니다. 스포르차 가문의 혼례식을 기회로 혼인 축제 총책임자로 임명되면서 주방의 조건, 식탁 매너, 육류보다는 채소로 만든 요리 메뉴 등 다양하고 완벽한 계획을 생각해 내고 실천에 옮겼습니다. 향연 하는 동안 당신은 르네상스식 왕실 연회의 낡은 에티켓을 깨려고 많은 노력을 하였지요. 예를 들면, 스포르차 공작가의 정사각형 문양이 새겨진 식탁용 수건을 제작했던 게 생각납니다. 루도비코 일 모로는 음식을 먹다가 입이나 손에 음식이 묻을 때면, 셔츠 소매나 식탁보에 쓱쓱 닦거나 하얀 털을 가진 애완동물을 곁에 두고 그 털에 닦고는 했지요. 그래서 만들게 된 식탁용 수건이 밀라노 귀족들 식탁에 화려하게 등장합니다. 이 수건의 사용법을 모르던 귀족들은 수건을 머리에 쓰거나 점잖게 자신의 의자에 깔고 앉았지요. 식탁에 차려진 맛있고 귀한 음식을 이 수건에 둘둘 말아 슬쩍하기도 했다나요? 이 식탁용 수건이 오늘날 우리가 ‘냅킨’이라고 부르는 것이지요.

 

‘아틀란티코 원고’에는 오늘날 우리가 쓰는 주방기구가 5가지나 설계되어 있다. 그림은 달걀 슬라이서(왼쪽)와 회전 고기구이 불판 설계도면.

 

 

500년 전 주방의 조건과 식탁 에티켓 제시

 

자, 이제 당신이 주장한 주방의 조건을 보겠습니다. 부엌을 완벽하게 관리하기 위해서는, 항상 정돈되어 있어야 하고, 화덕의 불은 항상 켜져 있어야 하며, 끓는 물은 항상 이용 가능해야 하고, 바닥은 항상 깨끗해야 하며, 씻고 다지고 얇게 썰고 껍질을 벗기고 자르는 기계가 배치돼야 하고, 나쁜 냄새가 나지 않도록 하고 연기가 나지 않도록 함으로써 항상 쾌적한 상태를 유지해야 하며, 주방에 음악이 있어야 한다고 했지요? 시뇨르 레오나르도, 이 주방의 조건은 저의 생각과 일치합니다.

 

이어 식탁 에티켓을 보겠습니다. ‘손님은 식탁에 앉지 않아야 하고, 식탁 위에 발을 올려서도 안 되며, 식탁에 너무 오래 머물러서는 안 된다. 아무도 접시에 머리를 대거나 허락을 구하지 않고 남의 접시에서 음식을 가져와서는 안 되며, 먼저 허락을 구하지 않고 먹다 만 음식 조각을 남의 접시에 올려놓아서도 안 된다. 손님은 남의 식탁보에 칼을 닦거나 칼을 이용해 식탁을 조각해서도 안 되고, 식탁에서 음식을 집어 가방이나 장화에 숨겨두었다가 나중에 먹어서도 안 된다. 먹던 과일을 다시 과일 그릇에 넣거나 식탁 위에 뱉어서도 안 되고, 옆에 사람을 꼬집거나 핥아서는 안 되며, 코를 킁킁거리거나 팔꿈치를 구부리거나 눈을 굴리거나 찡그려서도 안 된다. 손님은 모형을 만들거나 불을 피우거나 식탁에서 매듭을 짓거나 새를 식탁에 놓아서도 안 되고, 뱀이나 딱정벌레도 놓아서도 안 된다. 손님 옆에 여자가 있으면 노래를 부르거나 말하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악당처럼 굴면 안 될뿐더러 어떤 손님도 식탁에서 음모를 꾸미지 않아야 한다. 손님은 웨이터를 때려서는 안 된다(자기방어를 위한 경우는 제외). 토해야 한다거나 소변을 봐야 한다면 식탁에서 떠나라.’ 500년 전 식탁의 에티켓이지만, 지금 제가 사는 현대에도 적용되는 에티켓도 있군요. 잘 새길게요.

 

 

‘최후의 만찬’ 그리는 데 3년이나 걸린 이유

 

시뇨르 레오나르도, 당신이 거의 20년을 밀라노에서 살면서 이뤄냈던 많은 예술 작품들, 특히 ‘최후의 만찬’(Il Cenacolo)에 등장하는 식탁을 세세히 보고 이 지면에 쓰고 싶었습니다만, 포기하였습니다. 당신이 날마다 벽만 쳐다본다든가, 사람 많은 시장에 돌아다닌다든가, 차려 놓은 식탁의 음식을 먹다가 포도주를 마시며 사색에 빠진다거나, 그림은 안 그리고 왜 저렇게 세월을 보내는지 모르겠다거나 하는 식으로 수도원 수사들이 일러바치기도 했지요. 당신의 실력으로 단 한 달이면 그릴 그 벽화를 ‘왜 3년이나 걸렸는지’ 조금은 이해가 갑니다. 해서 감히 당신의 그 식탁을 넘겨 볼 자신이 없어 최후의 만찬의 식탁 얘기는 접습니다.

 

“그래, 알차게 보낸 하루가 행복한 잠을 주듯이, 잘 보낸 삶은 행복한 죽음을 낳는다.”(Si, come una giornta ben spesa d lieto dormire, cos una vita ben usata d lieto morire.)

 

당신이 했던 말은, 당신이 얼마나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살아갔는지 엿볼 수 있게 해줍니다. 오늘 하루도 알차고 성실하게 살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오늘은 이만 줄입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레시피 - 레오나르도의 달걀 요리(Ripieni uova di Leonardo)

 

▲ 준비물 : 삶은 달걀 3개, 약간의 로비올라 치즈(이탈리아의 발라먹을 수 있는 크림 타입 치즈), 건포도, 소금, 후추, 민트, 샤프란, 프레체몰로(prezzemolo, 이탈리안 파슬리), 튀김기름, 밀가루, 그라나 파다노(Grana Padano), 박하 잎, 생강, 깐넬라(Cannel, 육계)

 

→ 달걀을 완숙으로 삶아 반을 자른 다음 노른자를 빼내 그릇(볼)에 담는다.

→ 건포도는 미지근한 물에 불렸다가 꼭 짠 다음 다진다.(너무 잘게 다지지 말아야 함)

→ 샤프란도 미지근한 물에 색을 낸다.

→ 민트, 프레체몰로, 박하 잎, 육계 등을 잘게 다져 놓는다.

→ 노른자 담긴 볼에 로비올라 치즈, 다져 놓은 건포도와 나머지를 다 같이 넣고, 소금과 후추를 넣고 살살 버무린 다음 동그랗게 빚어 밀가루에 굴린다.

→ 달궈진 튀김 기름에 20∼30초 튀긴다.

→ 흰자 안에 넣는다.

 

모니카의 팁

 

로비올라 치즈 대신 리코타나 필라델피아를 대신 써도 된다. 식물학의 대가였던 레오나르도가 쓰던 여러 가지 향신채는 구하기 어려우니 집에 있는 향신채를 써도 된다. 삶은 흰자를 밀가루→달걀 물→빵가루에 묻혀 20∼30초 튀기면, 보기도 좋고 맛도 있다. 물론 레오나르도는 흰자를 튀기지 않았다. 시뇨르 레오나르도께 양해를 구했으니 선택은 독자들의 몫이다.

 

[가톨릭평화신문, 2022년 6월 12일, 고영심 모니카(디 모니카 di monica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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