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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온 프란조6: 프란치스코 교황 (1) 요리에 진심인 호르헤, 열린 마음으로 누구에게나 직접 음식 대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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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7-05 ㅣ No.675

[창간 34주년 기획 “부온 프란조(Buon pranzo)!”] (6) 프란치스코 교황(제266대, 1936. 12. 17 ∼ ) ①


요리에 진심인 호르헤, 열린 마음으로 누구에게나 직접 음식 대접

 

 

프란치스코 교황 가족 사진. 아래 가운데가 교황이 훗날 인간적으로나, 영적으로나 성장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고 술회한 로사 할머니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두 예술가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가 내게 남겨준 의미 깊은 메시지는 ‘작은 디테일(Detail)이 나머지 모든 것을 대변해 준다’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삶의 작은 부분까지 책임있게 살아갔기에 그들 삶과 예술 전체가 500년이 지난 지금까지 후대에게 보여지고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어 나는 우리의 역대 교황들이 선호했던 요리는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먼저 현 교황인 프란치스코에 대하여 써보고자 한다.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Jorge Mario Bergoglio), 교황 이전의 그의 요리에 관한 열정이 어떠했는지, 어떤 맛있는 레시피가 우리에게 선사될지 무척이나 흥미롭다. 아울러 프란치스코 교황의 바티칸 내 산타 마르타(Santa Marta)의 집 식당에서의 구체적 일상과 함께 우리에게 건네는 “부온 프란조!”의 의미와 고민을 나누고 싶다. 프란치스코 교황에 이어 베네딕토 16세, 성 요한 바오로 2세, 바오로 6세 등 역사 속의 교황들과의 만남을 이어나가고 싶다. 물론 그들이 좋아했던 요리의 레시피와 함께!

 

어린 시절의 프란치스코 교황.

 


호르헤가 즐겨 요리한 ‘칼라마리 리피에노’

 

어렸을 적 ‘호르지토’(Jorgito)라고 불리던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는 소년 시절부터 주방에 들어가는 걸 좋아했다. 물론 가족을 위한 요리를 즐겨 했는데 맛도 좋아 가족들은 이구동성으로 그의 요리 실력을 칭찬했다. 어느 날 어머니가 마지막 여동생을 출산하는 중에 마비 증세가 오자 장남 호르헤는 주방으로 들어가 식사를 준비해야 했다. 그것도 흔쾌히. 호르헤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 중 최고로 꼽는 것은 ‘칼라마리 리피에노’(Calamari ripieno, 오징어 요리 : 오징어 속을 채워 놓은)이다. 여동생인 마리아 엘레나도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오빠는 “훌륭한 ‘칼라마리 리피에노를 해냈다”고 말하였다. 그녀의 말처럼 호르헤가 요리했던 음식 중에 가족들의 기억으로는 단연 칼라마리 리피에노가 꼽힌다. 아르헨티나에서의 그들의 성스런 주일 점심은 이탈리아 전통 요리로 긴 시간 동안 가족과 함께했었다고 기억하며 호르헤는 자신을 인간적으로나, 영적으로나 성장하게 해 줬던 건 로사 할머니와 함께 보낸 시절이었다고 회상한다. 주일의 신성함을 할머니에게서 들었고, 미사 후에는 가족들과 긴 점심을 함께하였는데 오후 5시, 아니면 오후 6시, 간혹 저녁 7시까지 이어졌다. 주일의 식탁은 함께하는 시간이었다.

 

 

요리에 대한 열정으로 식품화학 과정 전공

 

그는 이탈리아 북부 피에몬테의 흰 리소토(Risotto alla piemontese)와 바냐 카우다(Bagna Cuda)를 아주 좋아하는데, 그의 가족이 피에몬테(Piemonte)에서 아르헨티나로 이주하기 이전에 그의 고향과 연결된 맛이어서 그랬을 것이다. 피에몬테에서 그의 가족은 바르베라 품종의 포도주 바르베라 다스티(Barbera d’Asti)와 몬페라토(Monferrato)를 만들었으며 카페와 제과점을 운영했다. 1929년 아르헨티나로 이주하였고, 1936년에 부에노스아이레스(Buenos Aires)에서 태어나 다섯 자녀의 장남으로 성장하였다. 어느 날인가, 어렸을 적에 무엇이 되고 싶었느냐는 로마교구 한 어린이의 질문에 그는 “정육점을 하고 싶었다”고 답했다고 한다. 어렸을 적 할머니와 시장을 갈 때마다 보았던 정육점 주인에 매료되었던 것이다. 또 그는 할머니의 과자와 흰 리소토에 진한 향수가 남아 있다.

 

1952년, 16세 고등학교 시절에는 이러한 요리에 대한 열정으로, 그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외곽에 위치한 이리고옌(Hiplito Yrigoyen)산업연구소에서 식품화학 과정을 전공했다. 음식 분자를 미각에 가장 좋은 맛으로 바꾸는 반응 화학물질을 연구했다. 또한, 그는 히케시어 바흐만(Hickethier and Bachmann)연구센터에서 물과 식품의 지방 물질 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일을 찾았다. 그로 인해 현재 이탈리아의 유명한 쉐프들과 요리에 적용할 분자 요리(Molecular Cuisine, 식재료의 분자구조를 변화시켜 만든 요리), 액체 질소 등에 쉽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이다. 요리에 대한 그의 이러한 열정은, 그가 전통 아르헨티나 과자인 프랄린(Praline)과 알파조르(Alfajores)를 베어 물며, 또 이탈리아 커피를 마시며 그가 신부가 되고 싶다는 것을 부모에게 밝히기 이전의 일이었다.

 

- 젊은 시절, 요리를 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항상 식탁 한가운데 음식 놓고 어울려 먹어

 

그는 손님이 있을 때면, 흔쾌히 앞치마를 두르고 주방으로 달려가 음식을 준비하는 것을 좋아했다. 요리나 조리법에 대한 열정은 모르긴 몰라도 그의 삶의 일부였다. 또한, 그가 마련하는 식탁은 반드시 어울려 먹는 공동체성이 반영되었는데, 식탁 한가운데 항상 음식을 놓았다고 한다. 이는 음식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함께 평화의 인사를 하고 나눈다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공동체 생활을 했던 신학생 시절에도, 주교였을 때도 요리를 하였음은 물론 그는 아르헨티나 전통 돼지고기 구이 요리도 하였고, 시간이 없어 파스타를 못 만들 때는 햄이 들어 있는 샌드위치나 엠파나다스(Empanadas)를 사다 먹었는데 라틴아메리카 특유의 고기, 치즈 등이 들어있는 것이다. 또 부에노스아이레스대교구의 교구장 대주교일 때는 성당 앞 제과점에서 알파조르(Alfajores)와 엠파나다스를 자주 사 먹곤 했다고 한다.

 

교황 이전의 아르헨티나의 호르헤는 열려 있는 마음으로 그 누구에게나 직접 음식을 대접하였다. 누구를 초대하여 음식을 만든다는 것에 소극적으로 되어버린 요즘의 우리에게 주는 그의 메지지는, “소박하지만, 눈을 마주 보고 함께하며 ‘부온 아페티토(Buon appetito, 맛있게 먹어요)’ 하고 진실되게 건네는 웃음과 인사일 것”이다.

 

 

레시피 - 칼라마리 리피에노(Calamari ripieno, 오징어로 속을 채운 요리)

 

▲ 준비물: 칼라마리(오징어) 네 마리, 마늘 한 톨, 달걀 1개, 파르미자노(Parmigiano, 파르마 원산 치즈) 한 작은술, 빵가루 100g, 다진 프레체몰로(Prezzemolo, 이탈리안 파슬리) 조금, 후추, 소금, 올리브유(엑스트라 버진), 약간의 페페론치노(Peperoncino, 이탈리아 작은 고추), 화이트 와인

 

→ 가르지 않은 오징어의 몸통 속과 오징어 다리를 깨끗하게 씻는다.

→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마늘, 페페론치노를 살짝 볶다가 다진 오징어 다리와 소금을 넣고 5분간 볶는다.

→ 또 다른 팬에 빵가루를 살짝 볶아 놓는다.

→ 볼(Bowl)에 볶아 놓은 오징어 다리와 빵가루, 그리고 달걀, 파르미자노, 프레체몰로, 후추를 넣어 살살 버무린다.

→ 오징어 몸통에 버무린 속을 채운다. 이쑤시개로 끝 부분을 닫는다.

→ 팬에 올리브유를 두른 다음, 오징어를 2분간 앞뒤로 노랗게 굽고 화이트 와인으로 붓고 와인의 냄새를 날려 보낸다.

→ 뚜껑을 덮고 20분간 익힌다.

→ 접시에 담고 다진 프레체몰로를 살짝 뿌린다.

 

모니카의 팁

 

큰 오징어는 질기기 때문에 작거나 중간 크기로 구입한다. 와인 냄새를 날려 보내고, 타지 않게 약간의 ‘물’을 넣고 뚜껑을 덮는다.

 

[가톨릭평화신문, 2022년 7월 3일, 고영심(모니카, 디 모니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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