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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 세계의 성모 성지: 폴란드, 체스트호바(성모화 성지) - 야스나구라 수도원의 검은 성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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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6-03-03 ㅣ No.2505

[세계의 성모 성지] 폴란드, 체스트호바(성모화 성지)


야스나구라 수도원의 검은 성모

 

 

 

- 수도원 전경, 성지의 규모가 상당하다.

 

1) 성모화의 역사

 

- 야스나구라 성모화

 

 

전승에 따르면 체스트호바의 성모화는 루카 복음사가가 성모님 생전에 나사렛 성 가족이 사용하던 탁자 위에서 직접 그린 것으로 전해진다. 이 성모화는 높이 121.8cm, 너비 81.3cm, 두께 3.5cm로, 아기 예수님을 가리키는 성모님의 오른손이 “내 아들을 보라, 구원의 길이다”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전통적인 호데게트리아 이콘의 양식을 보여준다. 

 

4세기경, 성녀 헬레나가 이 성모화를 콘스탄티노플로 가져왔으며, 로마제국이 전염병과 재난으로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특별한 도움을 베풀었다고 전해진다. 9세기 무렵, 성모화는 안전상의 이유로 북쪽으로 옮겨져 헝가리 부다페스트 인근에 모셔졌다가 다시 우크라이나의 안전한 요새 벨즈(Belz)성으로 옮겨졌다. 1382년, 오폴레 공작 오폴치그는 이교도 타타르족의 침입으로 성모화를 폴란드 오폴레(Opole)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오폴레로 가는 도중에 성모화를 실은 수레가 체스트호바에서 갑자기 멈추었고, 말들은 더는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공작은 성모님께서 이곳에 머무르기를 원하시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빛의 언덕’이라고 불리던 야스나구라에 수도원을 세웠다. 2년 뒤 성모화는 수도원 경당에 모셔졌으며, 이런 소문이 퍼지자 순례자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1430년, 사치와 낭비로 빚에 시달리던 몇몇 폴란드 귀족들이 야스나구라 수도원이 막대한 보물을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수도원을 습격했다. 그들은 기대했던 보물을 찾지 못하자 성배와 십자가 등 성물을 약탈하고 성모화까지 훔쳐 가려 했다. 하지만 성모화를 실은 말이 움직이지 않자 성모화를 땅에 내던졌고, 범행을 체코 이단자들의 소행으로 위장하기 위해 칼로 성모화를 두 차례 내리치는 불경한 행동을 저질렀다. 이어 세 번째로 성모화에 칼을 내리치려는 순간, 칼을 들고 있던 귀족은 그 자리에서 쓰러져 숨졌다고 한다. 이 사건으로 성모님의 오른쪽 얼굴에 두 줄의 깊은 칼자국이 남게 되었다. 이 일로 분노한 폴란드 왕과 영주들은 체코에 선전포고까지 고려했으나 곧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면서 범행에 가담한 귀족들은 처벌받게 되었다. 

 

이후 성모화는 즉시 폴란드의 수도였던 크라쿠프로 옮겨져 복원 작업에 들어갔다. 크라쿠프에 있는 전문가들로는 복원이 어려워 비잔틴 양식에 숙련된 이콘 화가들이 재제작에 가까운 복원을 시도하였다. 그러나 성모님의 얼굴은 더 검게 되었고 두 줄의 칼자국은 사라지지 않은 채 1434년 성모화는 다시 수도원으로 모셔질 수밖에 없었다. 이후에도 여러 차례 흉터를 제거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칼자국은 다시 살아났고 결국 이 자국을 지우지 않고 그대로 남겨두기로 하였다. 

 

한편 1596년, 국왕 지그문트 3세 바사는 수도 크라쿠프가 루터교에 의해 장악되자 가톨릭을 보호하기 위하여 수도를 바르샤바로 이전하기로 했다. 그는 바르샤바에 왕궁과 성당 등 주요 시설을 건립한 후 드디어 1611년에 수도 이전 작업을 완료한 후 바르샤바를 폴란드의 공식 수도로 선포하였다. 그러나 1632년 국왕이 사망한 이후 폴란드의 국력은 서서히 쇠퇴하였다. 1655년 스웨덴 국왕 찰스 10세 구스타브는 폴란드를 침공하여 순식간에 새 수도 바르샤바와 구 수도 크라쿠프를 비롯한 폴란드 대부분의 영토를 점령하였다. 그해 11월, 약 3,000명의 스웨덴 군인이 야스나구라 수도원을 포위하고 공격을 시도하였다. 수도사들과 시민, 군인 등 250명은 성모화 앞에서 “폴란드를 지켜주소서”라고 기도하며 끝까지 항전하였다. 그리고 다행히도 야스나구라 수도원은 외부의 군사적 공격에 대비하여 1616년 지그문트 3세 바사 국왕에 의해 이미 요새화된 상태였다. 스웨덴 군대는 40일 동안 수도원을 공격했지만 끝내 수도원을 함락하지 못하고 물러났다. 

 

 

- 요새화된 야스나구라 수도원의 배치도(하늘에서 본 성곽 모양)(좌) 광장에서 본 성지, 야스나구라 성모상이 세워져 있다.(우)

 

 

스웨덴의 철수는 폴란드 전역에 큰 희망과 용기를 주었고, ‘성모님께서 폴란드를 지키신다’라는 믿음이 퍼지면서 성모님에 대한 공경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 야스나구라에서의 항전과 승리를 계기로 농민군과 민병대가 봉기하였고, 귀족들은 다시 왕에게 충성을 맹세하였다. 또한 새로운 명장들이 등장하여 반격에 나섰고, 마침내 1656년 7월 바르샤바를 탈환하는데 성공했다. 이후 폴란드는 스웨덴과 올리바 조약을 체결하며 전쟁을 끝낼 수 있었다. 스웨덴과의 전쟁 중이던 1656년 4월 1일, 폴란드 국왕 얀 카지미에슈는 르부프(현 우크라이나 리비우) 대성당에서 야스나구라의 ‘검은 성모님’을 폴란드의 여왕으로 선포하고, 폴란드의 보호를 간청하는 대서원을 바쳤다. 이로써 야스나구라 성모 성지는 폴란드 가톨릭 신앙의 중심지로 확고히 자리 잡게 되었다.

 

 

2) 야스나구라 수도원 성모 성지

 

성지의 전체 면적은 1만 2천 평에 이르며, 대성당과 성모화를 모신 경당, 묵주 경당, 성 요셉 경당, 역사적 사건의 자료가 전시된 나이츠 홀, 성모화 모심 600주년 기념관, 보물관, 높이 106m의 탑, 그리고 파울리네(Paulinian) 수도회 관련 건물들로 구성되어 있다. 1450년 성모화를 모실 새로운 성모 경당이 고딕양식으로 건립되었으며 이후 여러 차례 보수와 개조를 거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1463년 성모승천 대성당이 봉헌되었으며 문을 통해 성모 경당과 연결되어 있다. 

 

 

- 탑이 보이는 수도원의 입구(태극기도 보인다)(좌) 성모승천 대성당의 내부(우)

 

 

끊임없이 침략하는 스웨덴과 러시아 군대, 그리고 약탈을 일삼는 도적들로부터 수도원을 보호하기 위해 1616년에는 이탈리아 군사 기술자들을 초빙하여 이탈리아식 사각형과 별 모양이 결합된 요새를 축조하였다. 성벽은 전체 길이 약 1.2km, 성벽의 높이 10~12m, 두께 3~4m에 달하며, 요새의 네 모서리에는 보루가 설치되었다. 또한 해자와 대포를 발사할 수 있는 방어 구조도 갖추었다. 1655년 스웨덴 군대를 물리친 이후 야스나구라 수도원은 단순한 수도원을 넘어 폴란드 가톨릭 신앙과 민족정신의 요새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3) 교황의 축복과 봉헌

 

1717년 8월 26일, 교황 클레멘스 11세가 보낸 황금 왕관으로 검은 성모상의 대관식이 거행되었으며, 이때부터 8월 26일은 야스나구라 성모님의 축일이 되었다. 폴란드 출신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1979년 6월 6일 야스나구라 성지를 방문해 성모님께 황금 장미를 봉헌하였고 1983년, 1987년, 1991년, 1997년, 1999년 6월 17일 등 총 여섯 차례 방문하여 야스나구라 성모님에 대한 신심을 전 세계에 널리 알렸다. 이를 기념하여 1999년 8월 26일, 야스나구라 성모 축일에 높이 4.3m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성상이 성지에 세워졌다. 

 

 

- 성모화 경당의 중앙제단, 야스나구라 성모화가 모셔져 있다.(좌)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성상(우)

 

 

2006년 5월 26일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야스나구라를 방문해 성모상 앞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하면서 ‘성모님은 폴란드 민족의 어머니’임을 강조하며 황금 장미를 봉헌하였다. 2016년 7월 28일, 교황 프란치스코는 크라쿠프 세계청년대회 기간 중 야스나구라 성지에서 폴란드 가톨릭 도입 1050주년 기념미사를 집전하였다. 또한 성모상 앞에서 오랫동안 침묵으로 기도한 뒤 성모님께 황금 장미를 봉헌하였다.

 

[성모님의 군단, 2026년 2월호, 최하경 대건안드레아(서울대교구 도곡동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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