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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낙태를 둘러싼 법적 논란: 모자보건법 개정안과 가톨릭교회의 가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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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6-05-06 ㅣ No.2121

[돋보기] 낙태를 둘러싼 법적 논란 : 모자보건법 개정안과 가톨릭교회의 가르침 (1)

 

 

지금 우리나라는 그 어느 때보다 눈부신 발전을 이룩한 것 같습니다. 경제 규모는 세계 10위권 안팎을 유지하고 있으며, 특별히 한국의 대중문화는 전 세계인들의 관심과 사랑을 한껏 받습니다. 제가 2008년도 로마로 유학을 나갔을 당시에도 대한민국은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였습니다. 

 

한 번은 시골 본당에 사목 체험을 나갔다가 은퇴하신 노 사제 한 분에게 봉성체를 간 일이 있었는데, 그 신부님은 저에게 집에 텔레비전이 있냐고 물어보실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 불과 10여 년밖에 지나지 않은 지금 우리나라는 전 세계인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듯합니다. 최근에는 코스피 주가지수가 유례없이 상승하여 전 국민을 들뜨게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빛나는 발전을 이룩한 순간에도 한 편에서는 인간 생명, 특별히 가장 약하고 힘없는 생명에 대한 위협과 파괴가 자행되고 있고, 특별히 그 위협은 법의 형태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의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최근에 발의된 모자보건법 개정안들입니다. 저는 앞으로 3개월간 낙태죄를 둘러싼 법적인 논란과 더불어 낙태에 대한 교회의 입장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헌법재판소의 헌법 불합치 결정과 법적 공백

 

현재 우리나라는 낙태에 대한 법적 규제가 거의 사라진 상황입니다. 왜냐하면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가 형법의 낙태죄 규정에 대해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헌법재판소는 당시 낙태죄 규정, 즉, 자기낙태죄(제296조 제1항)와 의사에 의한 업무상 동의 낙태죄(제270조 제1항)가 태아의 생명권을 우선시하면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지나치게 침해하고 있다고 판단을 내린 것입니다. 

 

헌법재판소는 낙태죄의 폐지를 연기하면서 2020년 12월 31일까지 문제가 되는 형법 조항에 대해서 개정할 것을 주문했지만 낙태죄에 대한 개정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2021년 1월 1일부로 두 조항은 폐지되었습니다. 결국 현재 대한민국에서 낙태를 규제할 수 있는 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2024년에 유튜브에 올라온 36주 된 태아의 만삭 낙태 영상은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으며 낙태죄의 법적 공백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형법 개정의 지연과 모자보건법 개정안의 발의

 

헌법재판소의 결정 이후 몇 가지 형법 개정안들이 발의되었지만, 낙태 허용 주수와 처벌 규정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대체 입법은 무산되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형법 개정에 대한 부담을 피해가면서 낙태에 대한 법적 규정을 담을 수 있는 모자보건법 개정안들이 발의되었습니다. 모자보건법은 1973년 2월 8일 제정되었는데, 이 법안은 자녀와 산모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려는 목적을 표명하면서도 형법으로 금지되어 있던 낙태에 대한 허용 사유를 규정하여 사실상 낙태를 합법화시킨 법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낙태 허용 사유는 모자보건법 제14조에 명시되어 있는데, 우선 임신부 본인과 배우자가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또는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강간이나 준강간에 의한 임신, 인척간의 임신 그리고 임신의 지속이 임신부의 건강을 위협하는 경우로 총 다섯 가지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사실 모자보건법 제정 당시에는 소위 사회 경제적 사유를 추가하려고 하였지만, 천주교 등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혀 사회 경제적 사유가 삭제된 법안이 제정된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유로 낙태를 실행한다고 해도 시행령을 통해서 임신 24주 이내에만 낙태 수술이 허용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번 제22대에서 발의된 모자보건법 개정안은 모두 4개입니다. 민주당에서 3개의 법안이 남인순, 이수진, 박주민 의원의 대표 발의로 제안되었고, 국민의 힘에서는 조배숙 의원에 의해서 모자보건법 1건과 형법 개정안 1건이 발의되었습니다. 이제 이 법안들의 내용과 문제점들을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남인순 의원 대표 발의안(의안번호 2211448)

 

4개의 모자보건법 개정안들 가운데 가장 먼저 발의된 남인순 의원의 법안은 약물 낙태의 도입을 위해서 먼저 낙태를 가리키는 인공임신중절이라는 용어를 새롭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인공임신중절은 ‘수술’이라고 정의가 되어 있었다면 개정안은 인공임신중절을 ‘인공임신중지’라는 보다 중립적인 용어로 변경하고 이를 ‘임신을 중지하는 행위’라고 정의하여 약물을 사용한 낙태까지도 그 범위 안에 포함시켰습니다. 그리고 낙태 허용 사유를 명시한 제14조를 삭제하고 처벌 조항도 삭제하여 여성 혼자 결정하여 임신 전 기간에 걸쳐서 어떤 사유에 의해서든지 낙태가 가능한 길을 열어 놓았고, 낙태에 대한 건강 보험을 적용하는 규정을 신설하였습니다.

 

 

이수진 의원 대표 발의안(의안번호 2211635)

 

이수진 의원 대표 발의안 역시 ‘인공임신중절’이라는 용어를 ‘인공임신중지’로 바꾸면서 약물 낙태 도입을 허용하고 있고, 제14조 역시 여성 본인의 동의에 의해서 의사가 낙태를 시행할 수 있다는 규정을 제외하고 전부 삭제하였습니다. 이 법안 역시 낙태 허용 주수를 명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만삭 낙태가 가능한 길을 열어주었다고 할 수 있으며, 낙태에 대한 의료보험 혜택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수진 의원의 발의안은 특별히 임신 출산의 지원을 위한 상담 기관 설치를 규정하고 있지만 상담의 여부가 낙태 허용 여부를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박주민 의원 대표 발의안(의안번호 2215713)

 

박주민 의원 대표 발의안은 인공임신중절의 용어를 변경하지는 않았지만, 그 정의에서 ‘약물 투여나 수술 등 의학적으로 인정된 방법’이라는 문구를 사용하여 약물 낙태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14조의 허용 사유를 전부 삭제하였으나, 여성이 의사로부터 낙태 시술을 받기 위해서는 먼저 상담사실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법안 역시 만삭 낙태의 길을 열어 놓았다고 볼 수 있으며, 미성년자도 보호자 동의 없이 낙태가 가능하도록 규정하였습니다.

 

남인순 의원과 이수진 의원의 개정안은 낙태에 대해서 건강 보험을 적용한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낙태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것은 임신을 일종의 질병처럼 규정하는 것이며, 건강보험료를 지불하는 모든 국민이, 심지어 낙태를 반대하는 사람들까지도 낙태에 협력하게 만드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성모님의 군단, 2026년 4월호, 박은호 그레고리오 신부(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 조교수)]

 

 

[돋보기] 낙태를 둘러싼 법적 논란 : 모자보건법 개정안과 가톨릭교회의 가르침 (2)

 

 

지난 시간에 우리는 모자보건법 일부개정안들 가운데 민주당에서 발의된 3개의 법안을 살펴보고 그 문제점을 지적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글이 연재되는 가운데 또 다른 모자보건법 개정안이 발의되었습니다. 바로 진보당 소속의 손솔 의원이 대표 발의한 모자보건법 일부개정안(의안번호 2217327)입니다. 손솔 의원은 모자보건법과 함께 국민건강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2217328)을 발의하여 낙태에 대한 의료 보험 적용을 제안하였습니다. 손솔 의원이 대표 발의한 모자보건법은 지난 호에서 소개해드린 법안들의 내용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인공임신중절이라는 용어를 인공임신중지로 바꾸고, 약물 낙태를 도입하며, 낙태 허용 사유를 삭제하였습니다.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낙태에 의료 보험 혜택을 주기 위해서 국민건강보험법에 대한 개정안을 제안하였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방향의 개정안이 가지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지난 시간에 잘 살펴보았습니다.

 

 

형법 개정 없는 모자보건법 개정의 문제

 

그런데 우리는 앞서 살펴본 모자보건법 개정안들이 담고 있는 내용적인 문제점들을 지적하는 데 그칠 수는 없습니다. 이미 언급했던 것처럼, 2019년에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모자보건법이 아닌 형법의 낙태죄 규정에 대한 결정이었습니다. 기존의 형법 조문이 헌법에 불합치한다는 결정을 내렸고 2020년 12월 31일까지 문제가 되었던 형법 규정을 개정하라는 주문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결국 국회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이행하지 못하였고, 그로 인한 입법 공백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민주당과 진보당의 모자보건법 개정안은 그와 같은 입법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서 제안되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형법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모자보건법을 개정하는 것은 낙태죄가 거의 사라진 현재의 상황을 그대로 유지한 채 새로이 약물 낙태를 도입하고, 낙태에 대한 보험적용을 하자는 것입니다. 결국 모자보건법을 개정하는 것은 현재의 입법 공백을 해소하지 못하고 오히려 낙태를 더 용이하게 만드는 개정일 뿐입니다. 그리고 모자보건법만을 개정하는 것은 국회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이행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헌법재판소가 헌법에 불합치한다는 사실을 결정한 법은 모자보건법이 아니라 형법이기 때문입니다.

 

 

조배숙 의원의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안 발의(의안번호 2214037, 의안번호 2214038)

 

조배숙 의원의 경우 모자보건법 개정안과 형법 개정안을 동시에 발의하면서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습니다. 먼저 형법 개정안에서는 처벌 대상이 되는 낙태를 임신 10주 이상으로 규정하였습니다. 이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반영한 것으로 10주 이내 태아의 낙태를 처벌하지 않게 된 것입니다. 더불어 이 개정안에는 폭행이나 협박으로 낙태를 강요하는 죄에 대한 처벌을 신설하였습니다. 

 

조배숙 의원은 형법에서는 10주 이상 태아에 대한 낙태를 처벌하도록 규정하면서, 동시에 모자보건법에서는 예외적인 상황에서의 낙태를 22주 이내로 제한하였습니다. 이는 일반적으로 22주부터 모체 밖에서 생존이 가능하다는 사실과 연관됩니다.

 

조배숙 의원의 모자보건법 개정안은 법의 보호를 “모성 및 영유아”에서 “모성 및 태아, 영유아”로 변경함으로써 태아 역시 국가의 보호 대상임을 명시하였습니다. 그리고 기존의 낙태 허용 사유를 규정하던 제14조를 유지하면서, 낙태 허용 사유들 가운데 우생학적 사유만 삭제하고 나머지는 유지했습니다. 이는 형법으로 낙태죄를 처벌함과 동시에 제한된 조건에서만 예외적으로 낙태를 허용한다는 기존의 방침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물론 조배숙 의원의 법률안이 가톨릭교회의 가르침과 부합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톨릭교회는 모든 인간이 수정되는 순간부터 하나의 인격체로서 보호받아야 한다고 가르치기 때문입니다. 다만, 현재 전면적으로 낙태를 거부하는 법안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조배숙 의원의 법률안은 최대한 태아의 생명을 지키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낙태를 반대하는 의사와 병원의 문제

 

수많은 태아의 생명과 여성들의 건강 이외에도 낙태가 합법화될 경우 초래되는 문제는 다양합니다. 그 가운데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양심적 거부의 문제입니다. 만일 모자보건법과 같은 법률을 통해서 낙태가 합법화되고 정당한 의료 행위로 인정된다면, 낙태를 반대하는 의사나 병원이 낙태를 강요당할 위험이 생깁니다. 일반적으로 의사들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환자의 요청을 거부할 수 없습니다. 현재 의료법 제15조는 다음과 같이 규정합니다. 

 

①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는 진료나 조산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한다.

 

정당한 사유 안에 의료인의 양심과 전문 지식에 반하는 경우가 포함된다고 해도, 낙태가 의료보험까지 적용되는 합법적인 의료행위로 규정될 경우 의사나 병원에서는 거부 의사를 밝힐 수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와 같은 상황에 가장 먼저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은 낙태를 반대하는 의사와 가톨릭 의료기관들입니다. 양심의 문제 때문에 혹은 기관의 이념에 반하기 때문에 낙태 시술을 거부하는 경우, 의사나 의료기관이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실제로 낙태가 허용된 미국의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낙태 시술을 거부한 가톨릭 병원이 고발당하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된 여러 개정안들 가운데 의사와 의료기관의 양심적 거부를 허용하는 법률안은 조배숙 의원의 모자보건법 개정안뿐입니다. 조배숙 의원의 경우, 낙태를 거부한 의사에게 불리한 처우를 금하고 있으며, 낙태를 시행할 병원은 보건복지부에 신청하여 지정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가톨릭교회의 입장과 현재의 상황

 

그렇다면, 가톨릭교회는 어떤 노력을 기울일 수 있을까요? 일단 분명한 것은 가톨릭교회는 모든 시기에 걸쳐서 낙태를 거부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현재 가톨릭교회가 공식적으로 형법 개정에 참여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합니다. 2019년 헌법재판소는 낙태에 대한 전면 금지가 헌법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명시하였으며, 임신 22주를 전후로 하여 태아에 대한 보호를 달리할 수 있다는 사실도 명시하였습니다. 형법 개정안은 이와 같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부합해야 하므로 전기간에 걸쳐서 낙태를 처벌하는 법안을 만들 수는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형법 개정안에는 낙태가 허용되는 시기가 규정되어야 하며, 그런 면에서 교회는 어떤 협력도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교회는 생명 존중에 대한 입장을 더욱 분명히 표명해야 합니다. [성모님의 군단, 2026년 5월호, 박은호 그레고리오 신부(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 조교수)]

 

 

[돋보기] 낙태를 둘러싼 법적 논란 : 모자보건법 개정안과 가톨릭교회의 가르침 (3)

 

 

현재 가장 시급한 문제는 낙태죄에 관련된 형법을 다시 만드는 일입니다. 그러나 여기에 가톨릭교회가 공식적으로 어떤 의견을 낼 수는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말씀드렸습니다. 왜냐하면 낙태죄의 개정에는 일정 기간까지는 낙태를 허용하는 내용이 포함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낙태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입장 몇 가지

 

가톨릭교회가 낙태를 반대하며 특별히 중대한 죄로 여긴다는 것은 대부분의 교우들이 알고 있을 것입니다. 가톨릭교회는 초대 교회 때부터 낙태를 중대한 죄로 가르쳐 왔고 이 교리는 2천 년을 지나오면서 한 번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낙태는 무고한 인간 생명을 해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가톨릭교회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침해할 수 없는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선포하고 있으며 이는 그리스도께서 선포하신 복음의 핵심이라고 말합니다. 가장 약한 생명부터 시작해서 모든 인간 생명의 침해할 수 없는 가치를 선포하는 것은 하느님의 모습대로 창조된 인간의 존엄성을 선포하는 것입니다. 우리 하나하나가 그렇게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외 아드님을 구세주로 보내주시어 우리에게 분명히 알려 주셨습니다.

 

가장 약하고 무고한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려는 가톨릭교회의 입장은 특별히 낙태죄에 대한 교회법적 처벌 규정에 드러납니다. 가톨릭교회는 교회법 제1397조 2항에 “낙태를 주선하여 그 효과를 얻는 자는 자동 처벌의 파문 제재를 받는다.”라고 명시합니다. 낙태하는 사람은 교회 공동체로부터 배제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낙태에 대한 책임이 여성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남성 역시 여성의 낙태를 묵인하거나 강요 내지 종용하였다면 낙태를 실행한 여성과 똑같은 책임을 지게 됩니다. 

 

그리고 낙태죄는 주교님들만이 용서할 수 있는 권한이 있습니다. 신부님들이 낙태죄를 용서하기 위해서는 주교님에게 특별 권한을 받아야 합니다. 그래서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하느님 자비의 해를 선포하시면서 전 세계의 모든 사제들에게 낙태죄에 대한 사죄권을 부여하신 것입니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는 선교 지역이기 때문에 모든 신부님들이 낙태죄를 용서할 수 있는 특별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낙태죄에 대한 처벌과 용서가 이렇게 엄격하게 규정된 것은 가톨릭교회가 낙태를 시행한 여성을 영원히 단죄하거나 차별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그 안에서 모든 인간 생명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보호하려는 교회의 마음을 읽어야 합니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가톨릭교회가 태아의 입장만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가 현행 낙태죄에 대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던 순간에도 현행 낙태죄가 태아의 생명 보호를 위해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명시한 바가 있습니다. 그러나 생명권과 자기결정권이 모두 인간의 기본권이긴 하지만, 그 중요성은 분명히 차이가 납니다. 왜냐하면 생명권은 다른 모든 권리의 토대가 되기 때문입니다. 헌법재판소 역시 “생명에 대한 권리는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다”라고 선언하기도 하였습니다. 생명권을 침해하는 순간 다른 모든 권리의 토대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은 동등하게 다루어서는 안 됩니다. 개인의 자유는 일정 부분 제한될 수 있지만 생명에 대한 제한은 곧 죽음이기 때문입니다.

 

 

임신부의 생명이 위험한 순간의 선택

 

어떤 분은 이런 질문을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약 임신한 여성의 생명이 위험한 순간에도 낙태는 절대 불가능한가? 라고 말입니다. 때때로 의료 현장에서 그와 같은 상황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임신한 여성에게 암이 발견되었고 하루빨리 항암치료를 받지 않는다면 생명이 위험해지는 상황이 있을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예로 자궁 외 임신 같은 경우도 있습니다. 기본적인 원칙은 어머니의 생명과 아기의 생명을 모두 살리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때때로 둘 다 구할 수 없는 극적인 상황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경우, 어머니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치료(태아에게 해로운 항암치료 등)로 인해 의도치 않게 태아가 죽음에 이르는 경우는 용인될 수 있습니다. 이를 이중결과의 원리라고 합니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에도 태아를 직접 죽이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법과 윤리

 

낙태죄의 일부가 폐지된 현재 상황은 낙태가 자유롭게 이루어지는 매우 중대한 상황입니다. 물론 법과 윤리는 다르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법의 변화는 사람들의 양심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여전히 살인죄가 중대하게 처벌되고 있는 상황에서 낙태죄에 대한 처벌의 포기는 낙태에 대한 승인으로 받아들여질 것입니다.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던 사람들은 현행 낙태죄가 실제로 적용되지 않은 사문화된 법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낙태죄가 제대로 적용되지 않았던 이유는 과거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산아제한 정책 때문입니다. 형법으로 금지된 낙태를 모자보건법을 통해 예외적으로 허용하면서 낙태죄가 무용지물이 된 것입니다. 많은 사람이 낙태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낙태죄를 폐지해야 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불법적인 행위가 만연하고 있다면 국가는 보통 더 엄격한 법을 제정하여 그 행위를 규제합니다. 몇 년 전 제정된 소위 ‘김영란법’은 부정 청탁과 뇌물이 만연하기 때문에 만들어진 법입니다.

 

법은 그저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인정해 주기 위한 도구가 아닙니다. 법은 언제나 사람들이 더 나은 모습으로 살아가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미래의 국민인 무고한 어린 생명이 무수히 희생되고 있다면 국가가 그 생명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당연한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낙태가 자유롭게 이루어지는 상황을 방치한다면 국가, 특별히 입법의 책임을 지닌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의 중대한 의무를 저버리고 있는 것입니다.

 

법은 무엇보다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와 공동선을 보호하는 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만약에 법이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를 침해하고 공동선을 훼손한다면 그러한 법은 악법이며 우리는 그 법을 지켜야 할 의무가 없습니다. 생명은 모든 사람의 가장 기본적이 권리이자 이 사회가 함께 보호해야 할 공동선입니다. 형법이든 모자보건법이든 그 개정안이 만들어질 때는 법의 그러한 목적을 실현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리고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악법을 막고 올바른 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할 의무가 있습니다. [성모님의 군단, 2026년 6월호, 박은호 그레고리오 신부(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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