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5일 (수)
(녹) 연중 제18주간 수요일 아, 여인아! 네 믿음이 참으로 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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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영성의 샘: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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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11:14 ㅣ No.2295

[영성의 샘]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들

 

 

가끔 어떤 방문은 실패처럼 끝납니다. 문을 두드렸지만 반갑게 맞아 주지 않습니다. 오랜만에 연락했지만 대답은 짧습니다. 조심스럽게 안부를 물었지만, 상대는 어색하게 웃거나 말을 돌립니다. 병원에 찾아가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한참을 앉아 있다가 조용히 돌아올 때도 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마음속으로 묻게 됩니다. ‘오늘 내가 한 일이 무슨 의미가 있었을까.’ 그런 날이 있습니다. 기도해도 달라지는 것이 없어 보이고, 찾아가도 열매가 없어 보이고, 기다려도 아무도 돌아오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는 날이 있습니다. 내가 애쓴다고 무엇이 달라질까. 내가 기억한다고 그 사람이 살아날까. 내가 바친 묵주기도 한 단이 정말 누군가에게 닿을까.

 

하지만 하느님의 일은 우리가 보는 자리에서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씨앗은 땅 위에서 먼저 자라지 않고 어둠 속에서 뿌리를 내리고, 아무도 모르는 시간 속에서 생명을 준비합니다. 은총도 그렇습니다. 어떤 기도는 바로 응답하지 않고, 어떤 방문은 그 자리에서 열매를 맺지 않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포기하지 않고 남겨 둔 작은 사랑을 통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람의 마음을 다시 만지십니다.

 

사람은 큰일 때문에만 살아나는 것이 아닙니다. 누군가 내 이름을 기억해 주었다는 사실 하나로 다시 살아갈 힘을 얻을 때가 있습니다.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누군가 조용히 안부를 물어 왔다는 이유만으로 마음 한쪽이 무너질 때가 있습니다. 아직도 누군가 나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오래 닫아 두었던 마음의 문을 아주 조금 열어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우리는 그 순간을 다 보지 못합니다. 내가 한 번 찾아간 그 발걸음이 훗날 그 사람이 다시 성당 문을 바라보게 한 작은 시작이었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사랑은 함부로 실패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성모님의 삶도 그러했습니다. 성모님은 이해되지 않는 말씀을 마음에 간직하셨고, 불안한 길에서도 떠나지 않으셨고, 사람들이 흩어지는 순간에도 십자가 아래에 머무셨습니다.

 

성모님의 사랑은 소란스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끝까지 있었습니다. 우리에게 맡겨진 사랑도 그렇습니다. 우리가 누군가의 인생을 한순간에 바꿀 수는 없습니다. 마음을 닫은 사람을 억지로 열 수 없습니다. 멀어진 사람을 내 힘으로 끌고 올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사람이 완전히 잊히지 않도록 기억할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이 돌아올 길을 잃지 않도록 작은 불빛 하나를 켜둘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의 이름을 하느님 앞에 조용히 올려 드릴 수 있습니다.

그것은 작은 일이 아닙니다.

 

 

사람은 결과를 보지만, 하느님께서는 사랑을 보십니다

 

세상에는 누군가의 이름이 사라지는 일이 너무 많습니다. 바쁘다는 이유로, 오래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제는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는 이유로 잊힙니다. 그런데 누군가는 그 이름을 계속 기억합니다. 활동 수첩 한쪽에, 묵주기도 한 단 안에, 조용한 방문길 위에, 미사 중 짧은 기도 안에 그 이름을 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있기에 교회는 아직 따뜻합니다.

 

레지오 단원들은 어쩌면 그런 사람들입니다. 대단한 일을 했다고 말하지 않아도, 누군가의 이름을 마음에 품고 걷는 사람들.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자리에 다시 한번 마음을 두는 사람들. 쉽게 돌아오지 않는 사람을 쉽게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 성모님처럼 조용히, 그러나 끝까지 곁에 머물고 싶어 하는 사람들.

 

때로는 지칠 수 있습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수 있습니다. 활동 보고는 한 줄로 끝나고, 실제 마음은 그 한 줄보다 훨씬 무거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그 한 줄 뒤에 숨어 있는 발걸음과 망설임과 기도와 눈물을 아십니다. 사람은 결과를 보지만, 하느님께서는 사랑을 보십니다. 사람은 성공을 묻지만, 하느님께서는 충실함을 기억하십니다. 그러니 너무 빨리 실망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오늘의 기도가 헛되지 않습니다. 하느님 안에서는 사랑으로 한 일이 그냥 없어지지 않습니다.

 

어쩌면 누군가는 지금도 버티고 있을지 모릅니다. 성당에서 멀어진 것이 아니라, 돌아갈 힘을 잃어버린 것일지도 모릅니다. 믿음이 없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먼저 손을 내밀어 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때 필요한 것은 거창한 말이 아닐 때가 많습니다. “잘 지내셨어요?” “생각이 나서 연락드렸습니다.” “기도하고 있습니다.” 이 짧은 말들이 어떤 사람에게는 다시 살아갈 이유가 됩니다. 내가 완전히 잊힌 사람이 아니라는 것. 내 이름이 아직 누군가의 기도 안에 있다는 것. 하느님께서 아직 나를 포기하지 않으셨다는 것을, 사람은 그런 작은 사랑을 통해 다시 느낍니다. 그러니 오늘도 누군가의 이름을 마음에 품고 걸어가십시오.

 

교회는 큰 목소리로 사람을 붙드는 곳이 아닙니다.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이름을 끝까지 기억하는 작은 마음들로, 오늘도 한 영혼이 돌아올 길을 남겨 두는 곳입니다.

 

[성모님의 군단, 2026년 7월호, 김대중 베드로 신부(원주교구 의림동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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