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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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 계시에 대한 이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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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기] 사적 계시에 대한 이해
1. ‘계시들’(구약)과 ‘계시’(신약)
계시는 ‘보이지 않는 하느님’(탈출 33,23 참조), ‘숨어 계신 하느님’(이사 45,15 참조)이 인간에게 접근하여 ‘자기 자신’(발현)과 ‘자기 뜻’(메시지)을 공표하는 사건이다. 하느님에 대한 인식 가능성의 토대인 계시는 ‘은총’이며, 계시에 대한 응답이 ‘신앙’이다.
핸드폰 통화의 세 구성 요소인 발신인, 수신인, 통화 내용처럼, 계시 사건은 ① 계시자, ② 수신자, ③ 계시 내용으로 성립된다. ① 계시자는 계시 주체인 하느님이다. 하느님의 계시는 일방적 주입이 아니라 ② 수신자 인간이 수용 가능한 방법으로 달성된다. 수신자는 일반적으로 ‘청각’(말씀을 들음)과 ‘시각’(행업을 봄)으로 계시를 체험한다. 계시자 하느님의 일관된 ③ 계시 내용은 사랑에 기반한 ‘구원’과 정의에 기반한 ‘심판’이다. 이와 연계한 계시 내용의 핵심 키워드는 ‘회개’와 ‘신앙’이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마르 1,15)
통화의 매개체인 핸드폰과 통신사처럼, 하느님의 계시는 ‘연결 고리’를 통해 실현된다. 이 연결 고리의 차이로 인해, 계시 사건을 보도하는 성경이 구약과 신약으로 구분된다. 구약의 계시(복수형 ‘계시들’)는 이스라엘 민족을 대상으로 ‘다양한 형태의 중간 존재들’(예언자, 사제, 왕 등)을 통하여 세상을 창조하고 구원하는 하느님의 초월적 권능을 소개한다. 신약의 계시(단수형 ‘계시’)는 모든 민족을 대상으로 ‘유일한 형태의 중간 존재’(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세상을 ‘새롭게’ 창조하고 구원하는 하느님의 말씀과 업적을 전파한다. 십자가에서 죽고 부활하심으로써 신약의 계시를 완수한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는 중간 존재만이 아니라 하느님 자신이다. “하느님께서 예전에는 예언자들을 통하여 여러 번에 걸쳐 여러 가지 방식으로 조상들에게 말씀하셨지만, 이 마지막 때에는 아드님을 통하여 우리에게 말씀하셨습니다.”(히브 1,1-2)
구약의 다양한 ‘계시들’은 신약의 유일한 ‘계시’로 집약·완성된다. 곧 예수 그리스도가 계시의 정점이요 절정이다. 구약의 계시가 ‘계시 내용’(예: 율법)에 충실하기를 요청했다면, 신약의 계시는 계시 내용에 앞서 ‘계시자’(하느님)와의 만남을 역설하였다. 구약은 예언자들을 통해 ‘계시자가 전달한 계시 내용’(하느님의 말씀)에 대한 순종을, 신약은 그리스도를 통해 ‘계시 내용을 전달한 계시자’(하느님인 말씀)와의 만남을 부각한다. 이는 유일한 형태의 중간 존재인 ‘예수 그리스도와의 친교’(하느님 나라)로 완결된다. 비유하자면, 구약은 다양한 통신사를 통한 비대면 통화들로부터 ‘구원에 대한 정보’를, 신약은 유일한 통신사를 통한 화상 통화를 기점으로 ‘구원자(계시자)와의 대면 만남’을 계시하였다.
2. ‘공적 계시’(계시)와 ‘사적 계시’(계시들)
구약의 예언자들을 통하여 ‘자기 뜻’(계시 내용)을 계시하신 하느님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모든 민족’(수신자)을 대상으로 ‘자기 자신’(계시자)을 계시하였다. 지상 생애 그리고 십자가와 부활을 통하여 ‘하느님’(그분, 당신)과 ‘하느님의 뜻’(사랑의 계명)을 ‘유일하고 완전하게’ 계시한 예수 그리스도가 계시의 완성(최종)이며, ‘공적 계시’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계시 헌장」은 다음과 같이 공언한다. “하느님께서는 당신 선성과 지혜로 ‘당신 자신’을 계시하시고 ‘당신 뜻’의 신비를(에페 1,9 참조) 기꺼이 알려 주시려 하셨으며”(2항), “새롭고 결정적인 계약인 그리스도의 구원 경륜은 결코 폐기되지 않을 것이며,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영광스럽게 나타나시기 전에는(1티모 6,14; 티토 2,13 참조) 어떠한 새로운 공적 계시도 바라지 말아야 한다”(4항).
공적 계시는 세상 끝 날까지 ‘교회 안에서’ 보존되며, 시대의 징표를 식별하면서 ‘교회를 통하여’ 해석·적용된다. 완료된 계시의 구체화를 수행하는 교회는 ‘말씀 선포’와 ‘성사 거행’을 통해 ‘② 수신자’가 예수 그리스도가 전한 ‘③ 계시 내용’을 듣고 보게 함으로써 ‘① 계시자’ 하느님인 예수 그리스도를 현재화한다. ‘신앙 유산’(depositum fidei)을 수호하는 교회는 ‘공적 계시’(예수 그리스도)를 준거로 계시에 관한 수많은 기록 중에 ‘정경’(canon) 목록을 지정했고, 이단들과의 대립 과정에서 ‘신앙 규범’(regula fidei)을 정립했다.
사도 시대와 박해 시대 이후 급성장한 교회 안에 특별한 영적 체험을 바탕으로 ‘중간 존재’(메신저)의 사명감을 지닌 이들이 출현했다. 공적 계시와 대조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지상 생애 이후의 ‘다양한 형태의 계시들’을 ‘사적 계시’(특별 계시)라고 칭한다. 사적 계시의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는 교회의 규범은 ‘사적 계시는 공적 계시에 종속된다.’이다. 사적 계시의 정당성은 공적 계시로부터 부여된다는 원칙을 전제로, 공적 계시의 보존 권한과 책임을 지닌 교회 교도권이 사적 계시의 진실성을 조사하는 인준 절차를 진행한다.
내연 자동차의 비유는 ‘공적 계시’(계시)와 ‘사적 계시’(계시들)의 구분을 위해 유용하다. 엔진, 연료, 차체로 구성된 자동차는 도로 여건에 맞게 가속과 제동을 반복하며 목적지를 향해 운행한다. 하느님 나라로 향하는 자동차의 엔진이 공적 계시(예수 그리스도)다. 엔진이 탑재된 차체는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다. 연료는 신앙 여정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성령이다.
자동차에는 필수 구성 요소 외에 ‘옵션’(선택사항)이 있다. 운전자의 기호와 성향에 따라 운행 보조의 기능을 수행하는 옵션은 운전자의 안전을 보장하는지, 자동차의 목적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검증을 요청받는다. 예를 들어, 옵션 중 하나인 내비게이션은 지도의 신뢰성이 검증되어야만 운전자에게 유익하다. 자동차 옵션에 대한 검증은 사적 계시에 대한 교도권의 인준과 유사하다.
사적 계시의 가치는 필수성이 아니라 공익성에 있다. 공적 계시를 개선·보완·대체할 수 없는 사적 계시는 개별 신자들의 선택 영역에 속해 있다. 사적 계시의 공익성을 조사·공인하는 교도권의 인준이 필요한 이유는 공적 계시에 부합한 안전성 확보, 보조적 차원을 본질적 차원으로 둔갑하는 왜곡 방지, 감각에 치우친 자극적 요소의 현혹으로부터의 방어다.
가톨릭교회 계열의 사적 계시에는 성모 마리아와 이와 연관된 대상물(예: 성모상),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 상처와 ‘성체 성혈’(그리스도의 몸과 피)과 연관된 사례들이 많다. 다음 호에서는 성모 신심과 성체 신심의 의미를 살펴보고 바람직한 신심 생활을 제언하고자 한다.
[성모님의 군단, 2026년 7월호, 김일두 베드로 신부(광주대교구)] 0 14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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