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16일 (수)
(홍) 성 고르넬리오 교황과 성 치프리아노 주교 순교자 기념일 우리가 피리를 불어 주어도 너희는 춤추지 않고 우리가 곡을 하여도 너희는 울지 않았다.

성극ㅣ영화ㅣ예술

K톨릭-드라마: 시간을 되돌리면 행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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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6-09-15 ㅣ No.188

[K톨릭: 드라마] 시간을 되돌리면 행복할 수 있을까?

 

 

“만약 그때로 돌아간다면….” 어린 시절, 타임머신을 탄 영화 속 주인공이 과거의 어느 때로 가거나 먼 미래로 시간 여행을 하는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보곤 했습니다. 주인공처럼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다면 어디로 갈까? 상상의 나래를 펴기도 했지요. 아직 아이였던 때라 역사 속 영웅들을 직접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최근 방영된 〈멋진 신세계〉와 〈판사 이한영〉은 이러한 상상을 흥미롭게 풀어냈습니다. 〈멋진 신세계〉의 강단심은 조선의 희빈이었지만, 사약을 받고 죽는 순간 현대로 타임슬립해서 배우 신서리의 몸으로 살게 됩니다. 조선 시대의 인물이 현대에 오게 되니 온갖 우여곡절을 겪게 되지만 마침내 사랑하는 사람과 해피엔딩을 맞이합니다. 〈판사 이한영〉의 주인공도 괴한의 습격으로 죽게 되지만, 10년 전으로 돌아가 과거의 잘못된 선택을 바로잡고 정의를 실현합니다. 몇 년 전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던 〈선재 업고 튀어> 역시 사랑하는 남자를 살리기 위해 여주인공이 과거로 되돌아가는 판타지입니다.

 

이처럼 시간 여행 드라마에는 과거에 저질렀던 실수를 바로잡고, 사랑하는 사람을 살리고, 자신을 불행하게 만든 원수에게 복수하는 설정이 자주 등장합니다. 우리는 왜 이런 이야기에 끌리게 될까요? 아마도 누구나 한 번쯤은 후회하며 되돌리고 싶은 때가 있기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과거를 바로잡으면 현재가 새롭게 변화된다는 시간 판타지는 많은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여겨집니다. 드라마의 상상력은 단순히 재미를 추구하거나 헛된 망상을 표현하는 것은 아닙니다. 시청자는 드라마가 펼쳐 놓은 상상의 세계에서 현실과 다른 경이로움을 느끼기도 하고, 후회와 상실, 실패를 넘어 다시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싶은 갈망을 품기도 합니다. 하지만 선형(線形)적인 시간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은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시간을 거슬러 갈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전혀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시간의 주인이신 하느님을 믿는다면, ‘지금이 바로 매우 은혜로운 때’이고 ‘지금이 바로 구원의 날’이 됩니다.(2코린 6,2 참조) 주님은 우리가 바꿀 수 없는 과거까지도 당신의 사랑 안에서 새로운 의미로 변화시키실 수 있는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성경 안에서 과거에 매여 있지 않고 새로운 삶으로 나아간 인물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베드로는 수난을 앞둔 예수님을 세 번이나 부인했습니다. 바오로 사도 역시 그리스도인들을 핍박하던 박해자였습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그들의 과거를 없던 일로 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새로운 사명의 출발점으로 바꾸어 주셨습니다. 드라마는 과거를 바꾸어야 현재를 구원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우리가 믿는 하느님께서는 현재를 변화시켜 부족하고 불행했던 과거마저 새로운 의미로 구원하시는 분이십니다. 그러기에 하느님과,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오늘이야말로 가장 소중한 시간입니다.

 

[2026년 9월 13일(가해) 연중 제24주일 서울주보 6면, 박정아 율리아 수녀(성바오로딸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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