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11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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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이 되고싶은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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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후고 [okhugo] 쪽지 캡슐

2001-08-08 ㅣ No.4318

< 햇볕이 되고싶은 아이 >

 

아직 바람이 찬 봄날,

화분을 손보러 빨간 벽돌집 뒤켠 공터로 나오니

다섯 살바기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소꿉놀이를 하고 있었다.

모여앉은 아이들이 자기의 꿈을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것이

내 어린 시절의 한자락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흐뭇했다.

그런데 마지막 한 아이가 한참을 말없이 가만히 있었다.

 

"야, 너는 뭐가 될래?"

"그래, 빨리 정해라."

 

친구들이 지친 듯 쪼그리고 앉아

재촉하는데도 그 아이는 망설이기만 했다.

그때 내가 빙긋 웃으며 한마디 거들었다.

 

"빨리 말해라. 친구들이 기다리잖아."

 

그러자 머쓱해진 그 아이가

뭔가 결심한 듯 벌떡 일어서더니

햇볕이 잘 드는 벽으로 뛰어들어가 기대어 섰다.

 

"난 햇볕이야, 너희들 모두 이리로 와 봐."

 

나는 속으로 ’어허, 제법이네’ 하며

그 아이를 힐끗 쳐다봤다.

어리둥절해 하던 아이들도 모두 달려가 그 아이 옆에 섰다.

"와, 따뜻하다" 하며 벽에 붙어 서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정겨웠다.

 

나는 가끔씩 노는 아이들에게 간식을 제공하곤 했다.

오늘은 색색 플라스틱 포크에

토끼모양으로 깎은 사과를 들고 나오다가

무심결에 햇볕이 되고 싶은 아이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우리 할머니는 시장에서 나물을 파는데

할머니가 앉아 계신 곳에는 햇볕이 잘 들지 않아요."

 

그 아이는 잠깐 동안만 할머니를 비추고는

금방 다른 데로 옮겨가는 햇볕이 얄미웠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른이 되면 햇볕이 되어

할머니를 하루 종일 따뜻하게 비춰 줄 거라고 했다.

나는 그 아이를 꼭 안아 주었는데

햇살을 가득 품은 것처럼 따뜻했다.

 

 

- 좋은 생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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