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9일 (수)
(홍)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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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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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혜 [sharptjfwl] 쪽지 캡슐

2002-10-01 ㅣ No.7356

 

 

 

 며칠 전 아이가 아파 병원에 갔다가 동네 약국에 들렀다.

 

 약사가 처방전을 가지고 조제실로 들어간 사이

 

 약국 안을 서성이며 기다리고 있는데 문이 열리고

 

 시각장애인 아저씨가 걸음이 몹시 불편해 보이는

 

 아주머니의 부축을 받으며 들어섰다.

 

 긴소매 옷을 입은 아저씨의 얼굴은 무더운

 

 날씨 탓에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고,

 

 어깨에는 무척 무거워 보이는 큰 배낭을 메고 있었다.

 

 아저씨를 부축하는 아주머니는 아저씨의 지팡이를 꼭 쥐고 있었다.

 

 두 사람은 이집 저집 가게를 돌며 잡화를 팔러 다니는 부부였는데

 

 약사를 기다리는 모습이 물건을 팔러 온 것 같지는 않았다.

 

 이윽고 조제실에서 약사가 나오자 아주머니가 이런저런

 

 불편한 증상을 설명하며 약을 지어 달라고 했다.

 

 잠시 뒤 약사가 내미는 약봉지를 받아 든

 

 아주머니가 약값을 치르려 하자 약사는

 

 "그냥 가세요. 날씨도 더운데 고생이 많으시네요."

 

 하고 활짝 웃는 것이었다.

 

 잠깐 얼떨떨해 있던 아주머니는

 

 "에그, 미안해서 어쩌나"

 

 하더니 허리를 굽혀 보따리에서 면봉을 꺼냈다.

 

 "이거라도.."

 

 아주머니는 사양하는 약사의 손에 면봉 통을 쥐어 주었고

 

 아저씨와 함께 연신 고맙다며 고개 숙여 인사했다.

 

 약값도 받지 않고 넉넉한 웃음으로 그들 부부의 아픔을

 

 달래 주는 약사의 마음에 면봉으로나마 고마움을 전하는

 

 장애인 부부의 성의는 그 광경을 지켜보는 내게 더위를

 

 잊게 해주는 아름다운 감동이었다.

 

 약국에 마련된 의자에 나란히 앉아서 입을

 

 ’아..’ 벌리는 아저씨에게 한 알씩 약을 넣어주는

 

 아주머니의 모습을 바라보며, 진정한 행복은 우리의 모두의

 

 가슴속에서 우러나오는 것이구나 하고 느꼈다.

 

 

 

 좋은 생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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