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일 (일)
(백)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이는 내 몸이다. 이는 내 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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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 저도 엄마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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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남현 [kwic] 쪽지 캡슐

2003-12-15 ㅣ No.9645

+ 찬미 아기 예수님.

 

사랑하고 싶기만 한 어머니 ( 하던데로 엄마라 부르리라. 다정하고 싶기에 )

오늘이 금요일이니까 이제 이틀만 있으면 우리 엄마가 L.A에서 오십니다.

노 천명의 시에서 나오는 사슴모양 기다리는 제게 하루가 이렇게 지루할 수가 없읍니다.

 

한달전 일, 열흘전 일, 삼일전 일, 하루전 일, 잊어버리시더니 이젠 금방 앉은 자리에서 하신 말씀도 잊어버려 몇번이고 되물으시는 우리 엄마. 귀여운 우리엄마이십니다.

세상 살이 버거워 치매에 걸리셨고 이제는 신부가 결혼식장에 입장할때처럼 발걸음을 조금씩 옮기실 수밖에 없으신 우리엄마입니다.

 

제가 미국에 처음 오던 날 이제는 마음 놓고 친지 분들 모셔다 식사 대접도 해 드리고 해야 겠다며 그리도 좋아하시던 엄마.

오빠내외가 잘못해드리지는 않았겠지만 그래도 그 뒤엔 무언가 감추어져 있슴이 보였습니다. ( 벌써부터 눈물이 나니 큰일이네요.)

 

미국에 와서 처음 생신상을 차려 성당 노인분들과 봉사자분들을 (팔구십명 정도) 모셨을때 우리 엄마는 어린아이모양 기가 확 살아나셨었지요.

오빠가 세례는 받았어도 쉬는 교우인데 엄마를 성당에 모시고 가지않고 다른 교우들의 차를 타고 다니셨는데 저랑 성당에 가시면서 할머니 할아버지들께 우리 차 타고 가시자며 좋아라 하셨습니다.

이렇게 좋아하시는 엄마랑 노느라 전 6년간 직장도 안다니며 재미나게 같이 살았답니다. ( 미국은 다 맞벌이를 하거든요. 물론 끔찍이도 풍요로운 사람들은 제외하고 말입니다.) 물질적인 풍요로움은 없었지만 엄마와 함께하는 시간이 풍요로운 저는 제가 어머니를 모신다는 생각을 하기 이전에 저의 엄마가 저희를 데리고 살아주셨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막내이기 때문에 다른 형제보다 엄마랑 같이 지내는 시간이 엄청 짧기 때문이지요.

 

그시절 우리 엄마는 아들딸, 며느리들한테 한달에 30만원씩 또 명절때면 보너스로 거금인 백만원씩 주시는 재미로 사셨는데 어느날 돈의 노예가 되 버린 아들들에게 반란을 당하시곤 지금은 아무것도 갖은 것이없이 마음의 병만 감추고 계시다 치매에 걸리신 것 같습니다.

 

우리 엄마가 잊어버리지 않은 것이 딱 세가지가 있는데,

묵주기도하는 것, 그리고 당신의 남편이신 루까 아버님에 대한 기억. 또 저의집 전화번호입니다.

 

사랑한는 엄마,

저를 용서 해 주세요. 잘못했습니다.

이젠 어딜가든 엄마랑 같이 다니겠어요. 하다못해 화장실을 가도 같이 모시고 가겠습니다. 저도 이젠 엄마랍니다. 엄마마음 얼마나 아프셨어요?

용서해 주세요. 잘못했습니다.

 

저의 엄마는 무서움을 많이 타셔서 낮에도 빈집에는 혼자 못있으시지요.

제가 화장실에 가서 오래 있어도 불안해 하십니다.

아마도 많은 시련을 겪으셔서 그런 듯 합니다.

야고보 신부님께서 하신 저는 어느 다리밑에서 줏어왔나보다는 말씀처럼 저와는 달리 조용하시고 내성적이시고 예쁜이 할머니로 불리우시는 전형적인 엄마이십니다.

 

어느 날 언니 집에 놀러가셨다가 예고도 없이 노인 아파트로 가시게 된 엄마.

(오빠가 자기는 어머니를 모셨음에도 돌아온 건덕지가 없다는 거짓말 같은 억지를 따지며 노인 아파트로 보낸것이 아직도 이해,용서가 안되고 있습니다.)

노인 아파트 입주 이틀전에 통보식으로 받은 오빠의 전화에 속된말로 대가리가 터지게 싸운다는 식으로 정말 피를 보며 싸웠는데 엄마의 한말씀에 전 지고 말았습다. " 내 ?구멍 구리다고 잘라버릴 수있나? 그나마 하나 남은 아들을 버릴 순없다 " 하시는 어머니의 말씀에 피를 닦으며 제 마음을 접고 신부님께 달려갔습니다.

어찌어찌하여 노인아파트에서 나오시게 하였는데 전에 착한바오로가 어머니한테 그러면 되냐고 충고할때 사위가 무슨 참견이냐는 오빠의 말이 우리엄마 가슴에 못을 밖은 것입니다. 바오로가 그렇게 애원을 해도 엄마는 사위에게 너무 미안하여 불편한 오빠집으로 막무가내로 들어가셨읍니다.

 

20여년만에 요번 8월에 한국서 온 언니가 그동안의 엄마에 대한 그리움으로 L.A로 모시고 갔다가 이제야 저의 집으로 다시 오시게 되어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지금도 사위에게 미안하시는 어머니께 언니랑 각본을 짰지요. 어머니를 모시면 나라에서 많은 보상금을 준다고,, 이젠 법이 바뀌어 딸이 엄마를 모시면 엄청난 돈을 주는 거라고.. 잘도 속아주셨어요. 아마 돈이 좋으신 모양이에요.ㅎㅎㅎ

 

그동안 치매에 걸리신 우리엄마가 남 같아보여 인정하기 싫었기에 때론 화도 내고 그랬엇는데 , 생각해 보니 정말 다행한 일이었습니다.

우리 엄마는 아직도 제가 암수술 한 것을 모르시고, 바오로가 암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중인것도 치매로 인해 눈치를 못채시고 계시지요.

 

묵상을 해 봅니다.

병든 자식 바라보며 걱정안하도록 치매에 걸리게 하신 것도 주님의 은총입니다.

저를 같이 데리고 사실 수 있도록 치매에 걸히게 하신 것도 주님의 은총입니다.

울 엄마를 통해서 제가 노인들께 열심히 봉사하게 해 주심도 역시 주님의 은총입니다.

잘못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요.

 

오, 주님! 정말 고맙습니다. 주님 사랑합니다.

자비의 주님께 찬미와 영광 드립니다. 이제로부터 영원히 찬양하리라...

 

비록 가끔은 대소변 처리를 잘 못하시는 엄마이시지만 무조건 좋아라 하는식으로 엄마께 대해드리지않고 저도 엄마라는 직함이 있기에 엄마 마음 헤아리며 우리엄마 즐겁개 해 드릴려고 기쁜 마음에 이렇게 긴 글을 죄송스레 썼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 행복하세요.           

                             -- 미국의 베로니카님이 올린 글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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