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9일 (수)
(홍)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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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신부님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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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02-07-07 ㅣ No.35888

새 司祭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지난 7월 5일에는 잠실 실내 체육관에서 서울 대교구 사제 서품식이 있었습니다. 이날 서품식에는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장관인 크레센스 세페 추기경님이 함께 하셨습니다. 그리고 서품식 중에 교황님의 강복도 주셨습니다. 추기경님께서는 새 사제들에게 좋은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요한 복음 15장의 말씀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이제 나는 너희를 종이라고 부르지 않고 벗이라고 부르겠다. 너희가 나를 택한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택하여 내세운 것이다. 그러니 너희는 세상에 나가 언제까지나 썩지 않을 열매를 맺어라" 을 주제로 훈시를 해 주셨습니다.

 

 

 

 저도 이제 새로이 사제가 되시는 동료 사제들에게 축하와 환영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릴 때 밥을 먹으면서 늘 듣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꼭꼭 씹어서 먹어라!" 물론 밥을 그냥 삼키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바쁜 일상에서 우리는 그 밥을 대충 씹고 삼키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의 건강을 위해서는 밥을 꼭꼭 씹어서 먹는 것이 좋습니다. 건강한 사람, 장수하는 사람은 무엇을 많이 먹어서가 아니라 조금을 먹더라도 맛을 음미하면서 꼭꼭 씹어 먹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만나고 그 안에서 평화를 얻는 것도 이와 비슷합니다. 대충 대충 자신을 돌아보아서는 하느님께서 얼마나 나를 사랑하시는지 알기가 어렵습니다. 또한 내가 받은 하느님의 사랑이 얼마나 크고 고마운지 느끼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많은 지식과 배움이 있다고 해서 하느님을 온전히 체험하는 것도 아닙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을 솔직히 들여다 볼 수 있을 때, 성서에서 들려주는 그 말씀 , 그 장면에 내가 함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주님과 함께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이제 본당에서 함께 하게 될 이웃과의 만남도 그렇습니다. 화려한 언변과 격정적인 토론도 좋지만 그저 상대방의 이야기를 조용히 경청할 때 우리는 더욱 깊이 이웃의 아픔과 기쁨에 동참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그리스도의 깃발 아래 있어야 합니다."

이런 우화가 있습니다. 개미에게는 삶이 '일'이며, 나비에게는 삶은 '놀이'이고 두더지에게는 삶은 치열한 전투이다.

 

 사제로서의 삶은 무엇일까 생각합니다. 그것은 놀이일수도 있지만, 일로 다가 올 수도 있지만, 그리스도의 깃발과 사탄의 깃발이 대치한 긴박한 전투이기도 합니다. 성서의 곳곳을 보아도 이런 전투의 긴박함을 찾을 수 있습니다.

 

 형제를 죽이기도 하고, 야곱은 하느님과 싸우기도 하였으며 올리브 산에서 예수님께서는 내적인 전투를 하기도 했습니다. "아버지 아버지의 뜻에 어긋나는 일이 아니라면 이 잔을 제게서 거두어 주소서. 그러나 제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소서."(루가 22, 42) 바오로 사도도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여러분은 죄와 맞서 싸우면서 아직 피까지 흘린 일은 없습니다."(히브 12, 4)

 

 사탄의 무기는 이기심, 명예욕, 시기, 질투, 욕망 등이며

그리스도의 무기는 평화, 진실, 진리, 겸손, 인내 등이라 하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사탄의 무기로는 절대로 승리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바오로 사도는 악을 선으로 갚아야(로마 12, 21) 이길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주님께서도 "아버지께서는 악한 사람에게나 선한 사람에게나 햇빛을 주시고 옮은 사람에게나 옳지 못한 사람에게 똑같이 비를 내려 주신다. 너희가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들만 사랑한다면 무슨 상을 받겠느냐?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 같이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라(마태 5, 45)"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또 하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처음 출전하는 축구선수처럼, 처음 등판하는 투수처럼 그 길이 처음에는 무척 긴장되고 떨리고 때로 경직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다가오는 모든 짐을 혼자서 해결해야하고, 혼자서 짊어져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축구가 한 선수만이 잘 해서 되는 것이 아니듯이, 야구가 투수만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니듯이 우리의 이 길도 혼자만이 해결 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늘 주님께 의지하고, 주님께 맡기면서 지내면 어느덧 나를 이끌어 주시고, 나를 후원해 주시는 주님의 커다란 사랑을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서품 기념 상본에 성서의 말씀을 적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제 그 말씀을  삶을 통해서 드러내시기를 바랍니다.

십여 년 전에 제가 상본에 적었던 성서 말씀이 생각납니다.

"눈물을 흘리며 씨 뿌리는 자 기뻐하며 곡식을 거두어들이리라. 씨를 담아 들고 울며 나가는 자 곡식 단을 안고서 노래 소리 흥겹게 들어오리라.(시편 126장)

 

신부님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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