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1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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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원짜리 달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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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원 [hying728] 쪽지 캡슐

2000-10-05 ㅣ No.1855

10월3일 개천절날.

우리집 막내이자 하나밖에없는 금덩어리 아들의 마지막 운동회를 하였습니다.

그전날, 다니는 태권도 학원이 선정되어 운동회 도중에 시범이 있다고 하며 문방구에 파는 런닝화를 사달라 하더군요.

어짜피 사줄 가격이 6000원하는 런닝화를 사주며 생색을 냈습니다.

"야 내일 달리기 하거든 잘좀 뛰어라, 운동회 달리기 한번하면 일년이 기록되는데 엄마도 한번 1등하는 아들 구경좀 해보자.마지막 운동회 이니까 한번 1등해보고 초등학교를 졸업해야지."

계속되는 엄마 얘기에

"좋아요. 한번 열심히 뛰어보죠. 그대신 포상금 걸으세요."

알았다는듯  아주 자신있고 의기양양 하게 대답을 했습니다.

"어쭈 자신있다 이거지.1등하면 1000원, 2등하면 800원, 3등하면 500원, 4등하면 300원, 5등하면 100원 포상금을 주노라."

이쯤에서 우리 아들이 몇등을 했는지 아시겠죠?

운동회날은 공휴일이라 사람들이 지난해 보다 더 많이 왔습니다.

드디어 결전의 순간. 6학년답게 장애물 달리기를 할때가 왔습니다.

준비선에 잔뜩 벼르고 있는 아들과 학교에서나 복사단에서 단짝이자 수준이 꼬옥 맞는 녀석이 섰습니다.

폼은 1등이라도 할것 같았는데 꼴찌에서 두번째로 달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내아들은 설마... 그래도 명색이 태권도가 3품이고 6년이나 태권도 학원을 다녔는데...꾸준히 운동을 해왔으니 설마 중간은 하겠지..

그것은 기대하는 엄마의 생각 이었습니다.

드디어 두꺼비 같은 아들차례.

잔뜩 벼르며 폼잡고 있는 아들이 너무나 귀엽고 우습기만 하더니...

아니, 엉덩이를 셀룩거리며 뛰는 꼴찌를 다투는 한아이가 설마하니 나에 아들 일수가.....

장애물을 넘을때 그물망을 기어 지날때  순간순간 밀려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것은 믿을수 없는 사실이 너무나 너무나 우습다는 거지요.

내 하나밖에 없는 아들녀석이 그 금덩어리 같은 그 녀석이 꼴찌에서 두번째로 100원짜리 달리기를 달리고 있다는 사실이 왜그리 밉지않고 사랑 스러운지요.

전날 큰소리 칠때부터 알아 봤어야 하는건데...

이상하다 난 저시절에 달렸다하면 1등을하여 공책이나 연필을 한아름씩 받아 왔었는데.. 꼴찌를 이해못하던 날리는 달리기 실력 이었는데...

얼마후 너무나 당연한 표정으로 당당히 나타난 아들녀석이 흔한말로 속이 있는건지 없는건지 점심식사에만 관심을 둡니다.

그저 신난 운동회날 인거죠.

점심시간후, 그 런닝화를 신고 언제 장애물 달리기를 5등 했냐는 듯이.

운동장 한가운데에서, 절도있고 정확하게 폼잡고 그 많은 사람들앞에 여러가지 시범을 선 보였습니다.

주위 아는 사람들로 멋있다 칭찬을 받고 기분좋아하는 아들의 표정관리 모습이라니......100원짜리 달리기는 아무 생각조차 없습니다.

그렇게 자리지키며 자라고 있는 아들이 그저 흐뭇하니 너무나 이쁩니다.

저녁에, 온가족이 식사를하며 장애물 달리기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우습기만 하다는듯이 함박 웃음을 머금은 남편의 한마디.

"야 그래도 열심히 최선을 다했으니 6명중에 5등을 했지 살살 뛰었으면 6등을해서 그나마 포상금 100원도 못받았잖아.그렇지않니 시메온?"

역시 그 아들 아빠다운 말씀.

"맞아 맞아 그렇지만 어디가서 내동생 이라는 얘기는 하지마." 누나인 딸아이가 장단치며 거들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짖습니다.

"그런데 학교에서 반번호가 5번인데 어떻게 5등을 했을까?... "

천연덕스럽게 말을 하는 아들녀석.

그녀석이 복사단에서 책임감을 갖고 새벽부터 저녘까지 자기차례에 한번도 빠지지않고 으젓하게 신부님을 돕는 복사로서,

가난한 친구들을 생각할줄아는 마음씨 착한 세상에 둘도없는 나에 아들 이랍니다.

내년에 중학교에 가면 가톨릭 소신학교?를 다닌다 말하여 엄마를 떨리는 마음에 조심 시키며 제법 묵주신공도 잘 하는.....  

아들의 마지막 운동회날은 계속되는 달리기 얘기로 5등을 축하하며 즐거워하는 우리가족은,

마음이 따뜻하니 정겹습니다.

우리 가족안에 충분히 즐거울수있는 사건이고 각자가 만들어낸 작은 행복 이니까요.

자꾸만 상상만 해도 웃음이 나오는 아들녀석의 실룩 거리던 통통한 엉덩이 모습이 오래도록 기억이 남을것 같습니다.

"시메온,끝내 100원짜리 달리기로  초등학교 운동회가 남겨지겠군."

짖꿎은 엄마에 저도 우습기는 한지 어처구니 없다는듯 웃습니다.

 

제 아들을 기억하는 분들은 상상을 하시며 즐거워 하시겠죠.

그때그  그 시메온이 그렇게 자라고 있습니다.

내년에 중학교를 간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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