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1일 (토)
(홍) 성 유스티노 순교자 기념일 당신은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 것이오?

따뜻한이야기 신앙생활과 영성생활에 도움이 되는 좋은 글을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아버지의 눈물

스크랩 인쇄

정탁 [daegun011] 쪽지 캡슐

2001-07-02 ㅣ No.3982

             아버지의 눈물

 

 교사를 꿈꾸며 한 평 남짓한 고시원에 몸을 의지해 공부하였건만 결과는 낙방이었습니다.

실의에 빠져 있던 저는 오늘 친구와 함께 계룡산에 올랐지요.

그리고 집으로 오는 길, 문득 터미널 한 귀퉁이에 눈길이 머물렀고 오래 전 그날이 떠올랐습니다.  

94년 여름, 논산 훈련소로 입소하는 날이었습니다.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집을 나서는데 아버지가 따라 나서셨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가니 걱정하지 마시라고 말렸지만 아버지는 장에 볼일이 있어 가는 거라며 저만치 뒤에서 따라오셨습니다.

 

그렇게 멀찌감치 떨어져 마치 남인 양 읍내까지 왔고, 저는 터미널로 아버지는 장으로 가셨지요.  

논산행 버스에 올라 두려움 반 설렘 반으로 친구들과 떠들고 있었습니다. 그때 친구가 내 어깨를 툭 치더니 창밖을 가리켰습니다.

저만치 터미널 한 모퉁이에 장에 간다던 아버지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백발이 성성한 아버지는 서 있기가 힘드셨는지 모서리 한쪽 귀퉁이에 쭈구리고 앉아 내가 탄 버스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팔남매의 막내로 어려서부터 또래 부모님보다 나이 많고 초라한 아버지를 부끄러워하던 못난이 아들녀석은 그 순간에도 아버지의 사랑보다 초라한 아버지를 보고 친구들이 무슨 생각을 할까 염려했습니다.  

 

그런 내 마음을 아는 듯 버스는 출발하였고 아버지의 앞을 지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아버지의 두 눈이 붉어지는가 싶더니 굵은 눈물 방울이 툭 떨어졌습니다.  

 

그 아들이 군에서 철들어 이제는 당신의 소중함을 알고, 그 누구보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시기만을 바랍니다.

아직도 늘 걱정만 끼치는 아들이건만 아버지는

 

"뭐든 한번에 이루어지는 건 없는 법이다"

 

하며 제게 한결 같은 힘이 되어 주십니다.

 

             박상희 님

 



741 0

추천 반대(0) 신고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