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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에게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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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자 [tjfgnl8801] 쪽지 캡슐

2011-04-27 ㅣ No.60714

  

봄비에게 길을 묻다 / 권대웅

 

봄비 속을 걷다

어스름 저녁 골목길

아직 꽃이 피지 않은 담장 너머

휘파람 소리처럼 휙휙 손을 뻗어

봄비를 빨아들이는 나뭇가지들

묵은 살결 벗겨내며 저녁의 몸바꿈으로 분주한데

봄비에 아롱아롱 추억의 잔뿌리 꿈틀거리는

내 몸의 깊은 골목은 어찌해야 하는 것인지

저녁 여섯 시에 퍼지는 종소리는

과거 현재 미래 한데 섞이고

비의 기억 속에서 양파냄새가 나

빗줄기에 부푼 불빛들

창문에 어른거리는 얼굴들 얼룩져

봄비에 용서해야 할 것이 어디 미움뿐이랴

잊어야 할 것이 사람뿐이랴

생각하며 망연자실 길을 잃다

어스름 저녁

하늘의 무수한 기억 기억 속으로 떨어지는

종아리 같은 저 빗물들

봄비에 솟아나는 생살들은 아프건만

 

 



 
 
봄비 / 장사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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