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9일 (수)
(홍)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자유게시판

사제가 사제 흉을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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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델리아 [dellia] 쪽지 캡슐

2001-05-06 ㅣ No.20132

찬미예수님!

 

오늘은 미사시간에 신부님의 강론 말씀에서 문득 사제가 따로 있나? 나도 사제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부님은 ’아기돼지 베이브’ 이야기를 사제의 역할로서 비유하셔서 말씀해 주셨는데 사제란 권위적이고 강압적인 양떼 몰이가 아닌, 뒤에서 그들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양떼몰이 베이브와 같아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갑자기 이곳 게시판에서 갑론을박, 주고 받고 하는 의견들이 생각이 났습니다.  참으로 아기돼지 베이브와 같은 친절하고 예의 바르며, 선한 이른바 완벽한 양떼 몰이 신부님들만 계신다면 세상은 더 말할 나위 없이 행복 하겠지요.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우리가 바라는 것처럼 모두가 완전할 수는 없습니다.  아마도 세상 모든 사람들이 철저히 완벽하다면 어쩌면 우리에게 주님이 무슨 필요가 있겠으며 사제가 무슨 필요가 있으며, 법이 무슨 필요가 있겠습니까?  모두가 미숙하고 무능하며 못난 요소를 가진 불완전한 인간들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사랑이 필요하고 용서가 필요하고 또한 간절한 기도가 필요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저는 철저한 불교 집안에서 온 남편과 결혼하여 19년 동안 늘 종교 문제로 툭탁 툭탁 많이 다투며 살았습니다.  어거지로 겨우 영세를 받은 남편은 여전히 미사참례는 하지 않으면서 늘 주님은 자신의 마음을 잘 알고 계시기 때문에 미사 참례를 하지 않아도 주님을 믿고 따르는 본인의 마음을 이해 해 주시리라 믿는다고 버팁니다.  고백성사니, 미사참례 같은 그런 일종의 격식이 무엇 그리 대단하냐며 계속 버티기를 19년째 입니다.  신부님이 마음에 들면 좀 열심히 잘 나가는가 싶다가도 또, 이런 저런 이유며, 혹 새로오신 신부님이 마음에 안든다며 또 냉담하고.... 신부님 때문에 성당가냐 예수님 만나러 성당가지 하는 나의 핀잔에도 아랑곳없이 좌우간 무엇 그리 불평 불만이 많은지 매주일 성당 안가기 위해 내놓는 기발한 변명과 이유는 차라리 애기 같아 제가 그냥 귀엽게 봐 줍니다. 그렇게 거의 20년을 실갱이를 하면서 살았습니다.  아마도, 아직 때가 안되어서 그렇겠거니.... 그렇게 생각하고 미사 참례 때 마다 다음 주에는 꼭 남편과 같이 올 수 있도록 도와 주십시오라고 기도 하기를 몇년.... 주님께서 저의 기도를 들어 주셨던지 지난, 부활절 남편은 고백성사를 보고 저와 매 주일 꼬박 꼬박 미사를 잘 나가는 착한 어린이가 되었습니다.  새로 교리 공부를 하겠다 하여 통신 교리를 신청해 주었습니다.  정말 착하지요? ^0^  (성당 열심히 잘 나갈수 있도록 제 남편 윤 미카엘에게 많은 기도 꼭, 꼭 부탁드려요)

남편이 냉담하는 세월이 길다 보니 자연히 저도 몇 달씩 냉담하기를 여러번 하였습니다.  그때마다 남편은 늘 제게 하는 말이 있습니다.  

’선배 신자가 뭐 그래!  내가 안 나간다고 당신도 안나가나?  그래서야 내가 무슨 본을 받겠나?’ 하는 것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제가 기도를 조금만 소홀히 하던가 잘못을 저지르면 꼭 가톨릭 신자가.....라면서 토를 다는 통에 제가 아주 질색을 하였습니다.

’가톨릭 신자면 모두 완벽한 줄 알아?  나도 사람인데.....’

’선배로서 잘해야 후배인 내가 아! 신자로서의 바른 길은 저렇구나 하고 배우지....’

저는 그때마다 남편의 말을 주님의 말씀으로 받아 들였습니다.  주님은 남편을 통해서 저를 끊임없이 시험하시고 또 남편의 입을 통하여 저를 이끌어 주시고 바로 잡아 주시고 있다고 생각하고 살았습니다.  어쩌면 하느님은 제게 작고 고집 센 한 마리의 양을 보내 주셨던 것 같습니다.  

 

잘 이끌어서 주님 당신께 데려 오라고......  

 

쉽게 데려올 착한 양이라면 제게 보내시지도 않으셨을 것입니다.

 

저를 많이 사랑하시고 저를 믿으시기 때문에 이 고집불통 말썽꾸러기 어린양을 제게 보내 셨을 것입니다.

 

제가 흔들릴 때 마다, 제가 포기 할 때 마다 저의 어린양은 제게 믿기 힘들 정도로 정확하고 명쾌한 주님의 말씀을 제게 전해 줍니다.

 

그래서 간혹, 남편이 어린양인지 제가 남편의 어린양인지 정말 헷갈릴 때가 많습니다.

 

그동안 미사 참례는 게을렀지만 마음 깊숙한 곳에 조금씩 주님께 대한 믿음의 싹을 틔어 어떤때는 그의 가슴에 피어난 신앙의 나무 크기에 깜짝 놀랄 때가 많습니다.

 

그 나무는 분명 저의 뒷 모습을 보고 자라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 마다 가톨릭 신자로서 행해야 할 저의 모든 모습에 강한 책임감마저 듭니다.

 

부족한 사제에 대하여 비판이던 비난이던 그 무엇이던 간에 섭섭한 마음을 가지신 교우 여러분께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사제가 꼭 사제복만 입어야 사제입니까?

 

저는 제 자신을 남편의 사제라고 생각 합니다.  또한 제 아들의 사제요 제 이웃들의 사제요 제가 속한 사회의 사제 입니다.  남편 또한 저의 사제요 그가 속한 이웃이나 사회에 대해 사제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주님께 당신의 종이 되고자 맹세한 그 순간 부터 우리는 한마리의 양 역할뿐만 아니라, 냉담하는 교우나 주님의 부르심을 미처 못받은 이웃에게는 사제로서의 역할 또한 주어 졌다고 생각 합니다.  만약 신부님이 계시지 않은 외딴 섬이나 감옥 같은 곳에서 비 신자들만 있는 그 곳에 당신이 있어 그들이 주님에 대하여 알고자 원한다면 당신은 그저 자신은 어린양이라 당신들을 이끌 수 없으니 나에게 묻지 말고 신부가 나타날 때 까지 기다리라고 할 것입니까?  아니겠지요!  그 순간 당신에게는 사제로서의 의무가 주어진 것이라 생각됩니다.  당신이 직접 세례를 주지는 못할지라도 당신 자신이 작은 사제가 되어 그들을 주님께 인도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당신을 나를 작은 사제라고 부릅니다.....

 

자, 이제 당신과 나는 사제가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 자신의 사제 모습을 주님의 눈으로 보고자 합니다.

당신은?... 나는?.... 작은 사제로서 다른 이웃 어린 양에게 상처를 주거나 아프게 하거나 절망하게 한적은 없나요?  

주님께 다가가려고 하는 그들의 앞을 가로막고 주님의 모습을 가려버린 적은 없나요?

이렇게 말하면 또 왠 천사? 하고 비꼬시겠습니까?

천사요?  네!  저는 천사가 되고 싶습니다.  성체를 모시는 이 거룩하고 성결한 몸과 마음을 천사처럼 되고자 매일 깨끗이 닦고 털고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무력하게도 온갖 유혹과 세상의 더러운 욕망에 무릎을 꿇을 때 마다 몸부림 치면서, 두려움에 떨며 주님을 부릅니다.  이 죄인을.... 말라버린 가지를 불 섶에 던져 버리듯 그렇게 버리시지만 말아 주십시요 라고........

 

작은 사제인 우리가 부족한 큰 사제를 도대체 어찌하기를 원하십니까?

그들을 주님께 징벌하시라고 외치실 겁니까?

그들을 마지막 코너까지 몰아 부쳐 사제 옷을 벗기기를 원하십니까?

그들을 욕하고 침뱉고 가시관을 씌우고..... 그리고, 십자가에 높이 매달아 만인이 보는 곳에 매달기를 원하십니까?

만약 당신이 그렇게 하기를 원한다면 계속 하십시요

당신- 작은 사제인 당신도 그 어느날 그리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만약 당신에게 못마땅한 큰 사제가 있다면 기쁜 마음으로 기도 하시기를 권합니다.

주님은 당신을 많이 사랑하시기에 당신의 기도소리가 많이 듣고 싶으신 모양입니다.

계속 그분을 위해 기도 해 보십시요.  당신의 기도에 대한 주님의 응답이 너무 늦다고 생각이 들면, 예수님의 눈으로, 단 한번만이라도 그를 바라 봐 주시기 바랍니다.  혹, 길을 인도하던 아기 돼지 베이브가 힘이 들어 하고 있지나 않나요?  당신이 그의 힘이 되어 주는 작은 사제로서의 역할을 할 수만 있다면..... 그것은 참으로 영광된 일일 것입니다.

 

********

(정말이지....천사소리 듣고 살 수만 있다면 세상에 그 보다 더 큰 행복이 어디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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