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9일 (수)
(홍)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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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맞이하는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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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선 [peterpan65] 쪽지 캡슐

2002-02-11 ㅣ No.29735

 설이란 명절이 매년이면 돌아오는 날이건만, 저로서는 이번설이 어쩌면 처음으로 맞이하는 설이 아닌가 싶습니다.

 

따로이 고향이 없기에 특별히 어디를 가야할곳은 없었고, 실향민인 저희로서는 그저 갈수 없는 고향에 망향의 시름을 달래곤 했습니다.

 

우연의 일치일까요?

 

묘하게도 사랑하는 나의 아내인 나탈리아 역시도 실향민 가족이라 두집 다 설이래봐야 어디로 이동해야하는 수고(?)없이 그저 집에서 떡국이나 끓여먹는것이 다 일뿐입니다.

 

총각생활을 오래해온 저로서는 설이래봐야 어렸을적 세배돈 받는 재미로 설레였지만 세배돈이 끊기는 나이를 맞이하고서는 남들 명절이지...하는 방관자로 남아 그저 연휴를 즐긴다는 의의 외에는 따로이 느끼는 감정이 특별히 없었습니다.

 

이세상 노총각, 노처녀들이면 누구나가 공통으로 느끼는점이 있지요?

 

바로 일가친척들 모이는곳을 될수 있으면 이핑계, 저핑계 삼아 피할려고 듭니다.

 

만나면 똑같은 멘트인 "왜? 장가(시집) 안가냐? 너같이 멀쩡한놈이 뭐가 모자라서 여태 혼자냐?" 이런 멘트에 일일이 대꾸하기도 귀찮고 또, 납득이 갈만한 답도 딱히 없어서 쭈밋쭈밋 거리는것이 싫어서 입니다.

 

저희집은 형네 가족이 외국에 나가 살기에 두 노인네분들께서 그저 식구들 먹을만큼 약간의 부침개와 만두정도를 만들어 명절을 보내곤 하는데 전 한번도 음식을 만드는일을 거든적도 없었고, 마치 소 닭보듯이 제 관심엔 한참 떨어져 있었습니다.

 

거의 습관적으로 나오는 "새해 복많이 받으십시오!" 라는 인사를 앵무새마냥 떠들고 다녔을뿐이었지요.

 

그런데 사람이 일단 결혼이라는것을 치루게 되면 마치 혁명과도 같이 많은 생활이 바뀜은 당연하고 또, 그만큼 어른이라는 책임감이 여기저기서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지워집니다.

 

오늘 저희집에서는 그저 막내딸같이 구는 둘째 며느리와 함께 두 노인네분이서 만두를 빚으며 두런두런 담소도 나누고 가끔 저의 멘트에 와하하! 하는 벼락같은 웃음이 터지곤 합니다.

 

아버지는 어찌나 행복해하시는지 얼굴 가득 미소가 떠나지 않으시며 연신 코를 씰룩거리시며 흘러나오는 미소를 감추지 못함이 확연히 드러나 보입니다.

 

집안에서 이런 풍경을 본적이 언제이던가? 하고 헤아려보니 아마도 수십년전에나 있었지 않았나 싶습니다.

 

저도 이제서야 비로소 한 일원이 되어서 가서 이것 사와라! 저거 사와라! 하면 심부름을 합니다.

 

예전같았으면 피곤하다는 이유로 그냥 방바닥에 뭉개있었을텐데, 이젠 마누라가 생기니까 일단 마누라가 무서워서 발바닥에 불나도록 뛰어다니며 설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내일은 가까운 친척어른분들께 설 인사를 다닐 계획도 있습니다.

 

바로 이럴때, 저는 아! 상투를 튼다는것이 바로 이런것이구나! 함을 느껴봅니다.

 

설을 지내면 나이가 한살 먹는다고 합니다.

 

저는 이제서야 비로소 2살이 된 느낌입니다.

 

왜냐하면 저에게 있어서는 이제서야 비로소 처음 맞이해보는 설인것 같아 드는 느낌입니다.

 

바로 이러한것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금은보화로도 살수없는 작은행복이 아닌가 싶습니다.

 

행복이란 커다란 궁전에서 금방석에 앉아 세계의 각종 진미음식들을 펼쳐놓고 홍알홍알 지내는것이 아님을 새삼 느껴봅니다.

 

그것도 굳이 포함시키자면 행복중에 하나일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살아감에 있어서 어쩌면 그런 화려한 행복보다는 살아가는 작은기쁨과 감동이 더 크고 소중하다는것을 알아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그런 행복속에는 항상 주님이 함께 하시어 같이 즐기고 계시다는 사실입니다.

 

태생자체가 말구유에서 나신 그분은 체질적으로 그런 커다란 궁전에는 맞지 않을것이란 유치한 생각을 해봅니다.(역시 2살짜리답죠?)

 

전 가끔 너무도 그분을 가깝게만 생각하여 버르장머리없는 표현을 종종 합니다.

 

그래도 갑자기 이런 꿈에서도 상상하지 못했던 행복을 허락해주신 그분께서는 아마도 그런 제가 밉지는 않아 보였나봅니다.

 

그렇다면 이왕 이렇게된것 그분께 내일 세배나 드려야겠습니다.

 

세배를 드린후 넙죽 두손을 모아 내밀어 볼랍니다.

 

누가 압니까?

 

우리가 상상도 못했던 돈보다 더큰 세배값을 주실지?

 

여러분들도 새해엔 부디 건강하시고 하시고자 하는 모든일이 주님안에서 모두 이루어지길 새신랑 새신부가 세배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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