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일 (일)
(백)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이는 내 몸이다. 이는 내 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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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우리 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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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탁 [daegun011] 쪽지 캡슐

2001-11-20 ㅣ No.5123

 

 

               예쁜 우리 꼬마

 

우리 꼬마가 지난 7월 아파트에서 떨어져 하늘 나라로 갔다. 태어난 지 16개월밖에 안된 아기인데...  

그 애는 고모의 둘째 딸로 늦둥이라서 모두에게 귀염을 받았다.

이제 막 "엄마, 엄마!" 하면서 종종걸음으로 쫓아다닐 때였다.

얼마나 예쁜 짓만 했는데...  전날 저녁에는 자던 애가 엄마 품에 꼭 안겨 자더니 아침엔 유난히도 우유를 달라고 울더란다.

그래서 냉장고 옆 싱크대에 잠깐 앉혀놨는데 싱크대 앞에 있던 조그만 창을 내다봤는지 방충망이 떨어지면서 거기로 쏙 빠졌다고 한다.

그 작은 아기가 아무 소리도 못 내고 14층 아래로 떨어졌으니... 얼마나 아팠을까.  얼마나 무서웠을까...

 

꼬마가 돌 때 입은 색동옷을 입고 관에 들어가는데, 어떤 아저씨들이 얼굴에 난 상처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듣고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상처 좀 난게 어때서...  

옷을 입히려고 팔을 돌리는데 꽁꽁 얼어있어서 돌아가질 않았다.

 

하얗게 얼어있는 주먹 쥔 작은 손을 보니 얼마나 무서웠을까 싶었다.

이렇게 어린 나이에 데려가실 거면 차라리 더 좋은 집에 보내시지...

집에 와서 방에 들어오니 꼬마가 좋아했던 내 화장품들, 꼬마의 옷들, 젖병들이 다시 나의 눈길을 붙들었다. 고모는 학원 원장이라 그 애는 늘 우리집에서 놀곤 했다. 우리 집에 있을 때면 늘 입고 있던 놀이복, 물 먹다가 묻었는지 빨아도 때가 지워지지 않는 조금은 지저분한 옷이 보였다.

 

분홍바탕에 노란 꽃이 그려있는...

너무 앙증맞고 꼬마 생각이 많이 나서 엄마가 버리라는 걸 몰래 꺼내다가 옷장에 넣어두었다.

그러면 안되는 거 알지만 차마 그것까지는 버릴 수가 없었다.

지금은 어디를 가도 그 애가 1년 4개월이나마 있었다는 흔적이 없다.

 

모두 태우고 모두 버려서.  아무 흔적이 없으니 세월이 흐르면 우리 예쁜이 꼬마가 모두에게서 잊혀지는 게 아닐까 마음에 걸린다.

 

내 마음속엔 아직도 그  애의 기억이 생생한데.  요즘도 아침에 일어나서 이것저것 하다가 오후 2시쯤 되면, 우리 꼬마가 엄마 손잡고 우리 집으로 뛰어 들어올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우리 꼬마, 지금쯤이면 말도 조금 더 배우고 뜀박질도 더 잘하고. 언니가 더 많이 놀아줬을 텐데...

꼬마의 모습이 떠오른다. 내 방에 들어와서 화장놀이도 하고, 슈퍼에 가서 바나나 우유도 사 먹고,   곰 모양 젤리도 사 먹고... 우리 꼬마는 슈퍼에 가서 바나나 우유를 사주면 자기 손보다 더 큰 우유를 꼭 감싸 쥐고, 너무 맛있는지 걸을 생각도 안하고 가만히 서서 마시곤 했다. 언니가 놀아주다가 화장실에 가면 "엄마아!" 하고 화장실 문 두드리던 것도 생각나고, 방문을 슬그머니 열어 얼굴을 들이밀고 천진한 눈으로 환하게 웃던 모습도 떠오른다.

 

 

우리 예쁜 꼬마를 어떻게 잊을까?

 

우리 꼬마,  좋은 곳으로 갔으면 너희 엄마 꿈에 나타나  주었으면 좋겠다. "엄마, 나 좋은 데 있어요." 하고 예쁜 짓, 윙크도 해주었으면 해. 고모가 너무 마음 아파하시니까. 잘 있고, 아프지 말고. 하느님께 얼굴에 난 상처랑 몸에 난 상처랑 다시 예쁘게 해달라고 언니가 기도하고 있을께...

 

     

          김지혜.  성북동 성당 예비신자로 스튜어디스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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