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일 (일)
(백)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이는 내 몸이다. 이는 내 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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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줄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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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경 [ppebble] 쪽지 캡슐

2003-02-04 ㅣ No.8131

 

어릴적부터 아버지는 술에 취했다 하면

어머니에게 화를 내고 손찌검까지 하셨다.

 

내가 고등학생이 되던 해 아버지는 관절염이 심해져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되었는데, 그때 부터 늘 술에 빠져 지내셨다

 

그날도 아버지는 잔뜩 취해 어머니에게 이유없이 화를 내고 계셨다.

그런 모습에 화가나 폭발한 나는 소리를 버럭 질렀다.

 

"제발 그만 좀 해요.한두 번도 아니고... 부끄럽지도 않아요?

'엄마 불쌍한 사람이다.너희들 엄마한테 잘 해야 한다.'

맨날 그런 말 하면서 왜 엄말 그렇게 못살게 굴어요.

아버진 그런 말 할 자격도 없어!"

 

그 일이 있고 나는 아버지를 피해 다녔다.

아버지도 그 동안 술을 전혀 입에 대지 않으셨는데 그렇게 닷새째 되던 날,

학교에서 돌아와 보니 아버지가 다시 술을 들고 계셨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찾으니 어서 가 보라고 몇 번을 말했지만 실망이 컸던

나는 내 방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결국 안절부절못하시는 어머니 때문에 안방으로 건너갔더니

아버지는 이미 잠들어 계셨다

 

잠든 아버지의 모습은 너무나 쇠약해 보였다

하얗게 센 머리카락,늘어진 눈꺼풀, 푹 패인 볼, 내려앉은 어깨,

핏줄이 심하게 불거진 가느다란 손....

 

돌아서 나가려는데, 아버지 옆에 하얀 종이쪽지가 눈에 띄었다.

얼마나 매만졌는지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그 종이를 펼쳐 든 순간 눈앞이 흐려졌다.

 

'막내에게,미안혔다'

라는 단두 줄의 편지

초등학교도 간신히 졸업한 아버지는 삐뚤어진 글씨로

그렇게 당신의 마음을 적어 보인 거였다. 그

리고 그 옆에 다 부서져 버린 초코파이가 있었다.

 

눈도 안 맞추고 말도 하지 않았던 며칠동안,

마루에 앉아 주머니 속에서 자꾸 무언가를 만지작거리던

아버지의 모습이 눈물속으로 번져갔다.

 

 

 

 

- MukulCast 좋은글 게시판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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