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1일 (토)
(홍) 성 유스티노 순교자 기념일 당신은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 것이오?

따뜻한이야기 신앙생활과 영성생활에 도움이 되는 좋은 글을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사제관 일기114/김강정 시몬 신부

스크랩 인쇄

정탁 [daegun011] 쪽지 캡슐

2001-10-10 ㅣ No.4811

            사제관 일기 114  

 

 

감사의 정이라며 향수 한 병을 선물 받습니다.

향수 선물은 처음이라 받고도 난감합니다.

도대체 사제에게 향수라니......

....

언젠가 미사봉헌 후에 한 신자가 조심스레 말씀을 건네셨습니다.

"신부님. 성체를 영할 때마다 화장품 냄새가 납니다...."

그 후론 가능한 화장품도 때에 맞춰 쓰고, 향이 순한 것들만 골라 쓰곤 합니다.

그런 오늘, 향수를 선물 받았던 것입니다.

......

사제와 향수....

마음씀이 고와 받아는 뒀지만,

아무래도 사제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선물 같습니다.

사제에게는 그보다는 더 본질적인 향기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인위적인 냄새의 향수보다는 사제의 바탕에서 우러나오는 향기라고나 할까.....

몸의 냄새를 가려주는 향기가 아니라,

몸의 냄새를 풍겨주는 향기라야 하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사제는 향수를 뿌려야 할 존재가 아니라,

향기를 뿌려줘야 할 존재여야 할 것 같습니다.  

......

항시 소원하거늘,

세상과는 다른 향과 색을 지녔으면 좋겠습니다.

화려하고 요란하기보다는 무색 무취의 색깔이고 향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색깔도 냄새도 없으면서, 색깔과 냄새가 있는 삶......

느낌으로 살면서, 그 느낌이 향이 되고 색깔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향수 한 병에 사제 삶의 밑그림을 다시 그려봅니다.

사제로서의 색깔과 냄새를 바로 내고는 있는지....

제대로 예수냄새는 풍기고 사는지....

스승을 얼마나 닮아있는지....

모두 모두 물음조차 부끄러운 삶인 것 같습니다.

아직도 사람의 냄새가 더 많이 나고,

아직도 세상을 더 많이 닮아있기에,

한 사제의 밤은 부끄럽고 죄스럽기만 합니다.

.....

살수록 향기 없는 삶이기만 한데,

언제쯤이면 참 향기를 제대로 낼 수 있을지....  

장미꽃비를 내리겠다던 소화성녀의 유언처럼,

제 삶의 마지막도 꽃비처럼 터뜨리다 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꽃처럼 아름답고 풋풋한 향기로 제 삶도 그리 닮아가고 싶습니다.

......

내일의 삶에는 사람의 냄새보다는 예수냄새를 더 많이 풍겨야겠습니다.

나날이 조금씩을 닮아 언젠가 스승을 닮은 사랑을 이루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향수 한 병의 귀한 교훈을 가슴에 새기며, 향기를 잃지 않도록

오늘의 깨달음을 소중히 간직하겠습니다......

 

 

                                          괌성당에서 퍼온글입니다.

 

--------------------------------------------------------------------------------

 



645 0

추천 반대(0) 신고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