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순례ㅣ여행후기
나바위 가던날3~남편의 옛애인들(리노할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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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전역 대합실에 앉아 조금은 처량하고 민망함을 느끼며 술취한 남편을 바라보았다..
오늘 같은날...
절대로 술취해선 아니되는날... 어쩌자고 총회장님이시여... 총무님보기 민망하옵나이다.. 대리운전아저씨 불러놓고도 그냥 운전해 가시겠다니 총회장님! 망극하옵나이다.. 이일을 어찌하옵니까...
앞뒤말 앞뒤행동 연결이 전혀 아니되오니... 이럴수는 없사옵니다... 흑흑..
이렇게 큰 행사를 치루면서 모든 봉사자는 절대로 술취해선 안된다는것쯤 꿈속에서도 잘아는 우리의 서방님이 어이하여 그날 그렇게 마지노선까지 갈뻔했는지... 그냥 이해하기로 했다..
25-6년전 구역일을 하며 사목회일을 하며 어울려 밤이고 새벽이고 맨발로도 뛰어놀던 살갑고 반가운 옛 전우들을 만났으니... 오죽이나 반가왔으랴..
그동안 서로들 다른 은총의 뜰 꾸미느라 가꾸느라 자투리 남는시간 처자식 먹여살리려 회포한번 풀길없었는데... 얼씨구나 좋기도 좋을씨고 날씨도 청명하고 조건없는 만남의장 펼쳐졌으니
처음엔 몸사리던 서방님 ....어느새 마눌님 시야에서 사라져간지라... 행여나 단식끊은 신부님 건강이라도 챙기시나 했더니... 열차칸 건너 건너 또 건너까지가서라도 옛전우 얼싸안고 한바탕 눈물의 회포라도 풀었능강...
행신동구역 사람들...은 옛날에 참 정이 많기도 했다.
황학노.덕노 형제들... 정시복베드로...이기택형제... 신동욱님.. 정다두님.. 글라라님... 티나대모님...데레사.. 최진혁님...얼굴은 떠오르는데 이름은 모르겠는 많은사람들...
밤이면 모여앉아 손에손잡고 하던 성모님과의 묵주기도.. 성서묵상들... 나눔들... 새벽까지 벌어지던 또다른 주님과의 잔치들..
그속에서 부구역장일을 하며 순종했고... 그속에서 구역분과장소임을 다하며 불태웠던 시간들이 있었고.. 그속에서 40대를 이끌며 일치를 일구었던 시절이 있었기에... 함께 술취하고 함께 아파하고 함께 웃었던 동료들...을
오늘 만났으니 얼싸안고 춤이라도 추고싶었으리라...
다리를 수술해 절망에 빠져있을때부터 손잡아 주었던 사람들.. 행신동구역 오밀조밀 친구들...형님들...도 이제는 늙고 주름진 얼굴들되어 옛이야기하며 너도 한잔 나도한잔 하다보니 엄청난 절제와 조심에도 불구하고 기분조오케 알딸딸 되 버렸나보다.
나중엔 119 소방차만큼이나 바쁜 호출에 아들 며느리 손자 앞세우고 달려갔더니.... 5반 반장님.. 구역장님... 길중이 연중이엄마.. 혜진이엄마..마리아.. 서로 손잡고 얼싸안으며 `아이구 얼굴은 그대로네...` 하며 서방님과 함께 2십년 회포풀은 나바위 성모동산은..
돌아와 생각하니
그리움의 매듭풀고 행복했던 땅... 꼬맹이 리노 작은 아기씨에게 프로포즈 했던 땅.. 염치도없고 체면도없이 홀라당 드러누워 쿨쿨 잠들었던 땅..
신부님이 찍어준 사진한장... 지금 모니터화면옆에 대롱대롱 매달려 환하고 행복하게 웃고있는 멋쟁이 저 노신사가 나의 남편이란 사실에 늦은밤 혼자 행복해하며 그날 이십오년만에 만나 약간은 삼천포로 빠진 남편을 용서하기로 했다...
쪽팔린 대합실에서의 기억을 .....
옛날 아주 그옛날...에
사랑했던 남편의 애인들 때문에
오늘 행복한 2%부족한 남편을
그래도 나는 사랑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