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8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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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선 예로니모 총장님을 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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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2-08-08 ㅣ No.3922

8월 9일 연중 제 18주간 금요일-마태오 16장 24-28절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 제 목숨을 살리려고 하는 사람은 잃을 것이며 나를 위하여 제 목숨을 잃는 사람은 얻을 것이다."

 

 

<대구가톨릭대학교 최한선 총장님을 기리며>

 

지난 8월 5일,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많은 비가 오던 날, 참으로 안타까운 한 임종이 있었습니다. 참 교육자이자 참 신앙인이셨던 대구가톨릭대학교 최한선 총장님.

 

그분은 4년 전인 1998년 12월 대구대교구 이문희 대주교님의 요청에 따라 대구가톨릭대학교의 개혁과 발전을 위해 대구가톨릭대학교 총장에 취임하게 됩니다. 당시 그분의 총장 임명은 사람들에게 많은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관례를 깨고 사제가 아닌 평신도가 가톨릭대학교 총장이 된 것뿐만 아니리 광주 출신으로 전남대에서 오랫동안 교수로 봉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최총장님은 취임 직후 강도 높은 개혁작업에 나섰습니다. 그분은 "학생 모집난, 재정난 등 지방대의 고민을 해결하려면 우수한 교수를 뽑고 질 높은 교육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농어촌 학생들에게 교육기회를 주기 위해 약대, 의과대까지 개방하는 특별전형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이 덕분에 울릉도 지역 학생들이 의대, 약대에 잇따라 진학하자 울릉군 주민들은 "명예군민증을 주겠다"며 그분을 초청하기도 했습니다.

 

재임시절 그분은 대형 관용차와 호화 관사를 거부하는 등 청빈한 생활을 해오셨는가 하면, 지난 1994년부터 살레시오회에서 운영하는 갈 곳 없는 청소년들을 위한 그룹홈인 광주 돈보스코 나눔의 집과 나자렛집을 적극적으로 후원해오셨습니다. 그 바쁜 총장직을 수행하면서도 꾸준히 살레시오회 제 3회 격인 살레시오 협력자회 양성을 받으시고 올해 서약까지 한 적극적인 신앙인이셨습니다.

 

최총장님은 대학교 안에서도 돈보스코의 예방교육 정신에 따라 가능하면 학생들 가운데 현존하려고 노력하셨습니다. 그전에는 대부분의 학교 공식 행사를 간단한 식으로 대신했었는데, 그분은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학생들이 가톨릭대학교에 왔으면 그 맛을 보게 해야지요. 그러면 그들도 언젠가는 세례를 받게 될 것입니다"라고 말하며 모든 행사를 미사로 시작하고 미사로 끝내도록 지시하셨습니다.

 

부임하던 첫해 그분은 크나큰 십자가를 맞이합니다. 의욕적으로 학교개혁을 추진하던 최총장님에게 의사는 대장암으로 판명되었으니 즉시 수술해야한다는 통보를 전합니다. 수술 후에 의사는 계속 항암제를 맞아야 한다고 권했지만 "이미 전이가 되었는데, 항암제가 무슨 필요가 있겠냐"며 한동안 항암 치료에 응하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대장암의 그 혹독한 고통을 오직 신앙의 힘으로 이겨내셨던 최총장님은 이런 말씀을 남기셨습니다. "생사는 하느님께서 결정하실 문제이지 제가 걱정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지요. 하느님께 의탁하려고 합니다. 고통을 통해서 영광을 드려야겠지요. 살 수 있는 데까지 즐겁게 살겠습니다."

 

지난 5일 이 대학 보직교수들이 모인 장례위원회에서는 최총장님의 또 다른 모습이 드러나 회의장을 숙연하게 했습니다. 그분은 투병생활을 하면서 시신을 의대에 교육용으로 사전 기증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대장암, 시한부 인생(길어야 2년)을 선고받고 나서도 의연히 자신이 맡은 바 임무에 최선을 다하셨던 최총장님의 삶에서 자기 십자가를 끝까지 진 참 신앙인의 모습을 봅니다. 대장암 수술 후에 그 고통스럽다는 항암치료를 받으면서도 가장 먼저 출근하시던 그분의 모습에서 십자가를 잘 진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잘 알 수 있습니다.

 

"주님, 고통가운데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이승의 삶에 최선을 다했던 당신의 종 최한선 예로니모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영원한 빛을 그에게 비추소서."

 

(이 글은 8월 6일자 중앙일보와 살레시오 가족지 제 51호를 참조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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