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고통스럽지 않은 날은 사랑하지 않은 날입니다.”

[편집자후기]

제 책상 옆에는 정말지 수녀님이 30년 동안 쓴 27권(+그림일기장 3권)의 일기장이 있습니다. 작업이 끝났으니 이 아이들,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네요(훌쩍). 《바보 마음》은 그 귀중한 기록들 중에서 가장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문장들, 빛나는 깨달음들을 뽑아서 엮은 책입니다. 페이지마다 담긴 맑은 기도와 따듯한 눈물, 다부진 결심이 가슴을 뭉클하게 합니다. 약아빠진 사람에게도 속없이 친절하고, 자기 것을 챙기기보다 남에게 퍼주길 더 좋아하는, 그런 ‘바보 마음’이 점점 사라져가는 이 시대에 꼭 필요한 메시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수녀님을 만날 때마다 ‘참 대단하시다!’ 싶은 순간이 많았습니다. 큰 조직을 이끌고 계신 분이라 업무가 끝도 없이 많으실 거라 짐작은 했지만, 그 와중에 틈틈이 그림도 열정적으로 그리십니다(책에 수록된 30여 점의 꽃그림도 수녀님 작품입니다). “그렇게 바쁘신데 언제 그림을 그리세요?” 하고 물으니 “쉬고 싶을 때 그려요.”라는 담백한 대답.

수녀님도 가끔 불안과 걱정에 휩싸이신답니다. 평범한 우리들과 마찬가지로요. 그런데 마음이 뿌리째 뽑힐 듯 폭풍 같은 며칠을 보내고 다시 그 일을 돌아보면, 결국 시간이 지나 저절로 해결되거나 미리 애태워봐야 소용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랍니다. 나이가 많든 적든, 얼굴이 잘났든 못났든, 결국 우리에게 오늘은 오늘뿐이죠.

너무 바쁘게 살면 혹은 별로 필요도 없는 무언가를 가지려고 애쓰다 보면, 나의 근원적인 부분을 잊고 살게 됩니다. 자신을 되돌아보고 성찰하는 시간이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종교가 있다면 기도가 그 역할을 해주겠죠. 저에게는 이 책이 기도와 명상이었습니다. 책을 만들면서 제 마음을 들여다보고 제가 보내는 하루하루의 시간을 반성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수녀님을 만나고 책을 만들면서 저는 세상이 계속 이렇게 나쁘게만 돌아가지는 않을 거라는 희망을 얻었습니다. 작고 여린 아이들을 사랑으로 강단 있게 키워 세상에 내보내고, 그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이렇게 애쓰고 헌신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가슴 벅찬 감사와 안도를 느꼈습니다.

우리는 매일 충격적인 뉴스와 야박해지는 세상사로부터 알게 모르게 상처를 받습니다. 진심은 그게 아닌데, 자꾸만 마음을 굳게 걸어 잠그고 차갑고 건조하게 살아가죠. 하지만 수녀님의 글들은 우리가 잊고 살았던 착한 본성을 되돌아보게 해주고, 상처받은 마음을 다시 말랑말랑하게 만들어줍니다. 단단한 껍질 속에 더 깊숙이 숨기보다는 또다시 상처를 받아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줍니다.

마음은 콩나물처럼 매일 조금씩,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어느 순간 확 자라나는 것 같습니다. 스스로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마음도,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을 향한 고마운 마음도 그렇게 콩나물처럼 조금씩 천천히 자라겠지요. 영혼이 건강해지고 마음이 든든해지는 기분이 이런 것 아닐까요?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도 당신 덕분에 늘 기쁘고 값진 일이 됩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이 책의 맨 앞장에 나오는 메시지입니다. 이 말, 지금 꼭 전해주고 싶은 사람이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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