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8일 (금)
(홍) 성 이레네오 주교 학자 순교자 기념일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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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안테나(25)-고백성사와 고발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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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철 [HL1YE] 쪽지 캡슐

2002-03-16 ㅣ No.30924

                     고백성사와 고발성사

 

  며칠 전에 서울의 모 본당의 자매님에게서 판공성사를 보았다는 이야기와 수천명의 신자들이 단 며칠 만에 고백성사를 보아야 했기에 고백성사가 좀 급하고 형식적이지 않았나?하는 불만섞인 하소연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분은 전의 본당 신부님은 부활절이나 성탄절이 되기 몇달 전부터 판공성사를 앞당겨 주셨기 때문에 그때는 좀더 여유있게  고백성사를 본적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저는 수도회 후원회 일로 미국과 한국 등을 돌며 전세계의 죄인?들을 고백소에서 다 만나고 있습니다. 대체로 신자분들이 자신의 본당 신부님보다는 손님 신부을 선호했기 때문에, 후원회 미사 전후엔 아예 고백소에서 진을 치고 앉아 있어야 합니다. 특히 판공성사기간에는 "수난기약 다다르니" 성가를 부르면서 고백소에 들어가야 합니다. 하지만 그 어렵고 힘들었던 시간들도 제게는 은총의 시간이 이라고 생각됩니다. 때로는 "신부는 죄인에게 항복하소서!"라고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판공성사의 의무감에서 들어 온 분이 있었는가 하면, 수십년 냉담 끝에 주님의 자녀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고백소에 들어온 분들도 만날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통풍도 잘 안되는 고백소에서 수시간 앉아 있다 보면, 고백소의 순교자이셨던 비안네 신부님, 비오신부님 생각도 나고, 마치 그 고백소가 "하느님의 자비와 은총의 세탁기"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즉 남의 빨래를 하다보면 내발도 씻어진다는 말처럼, 고백소에 들어 오는 분도 세탁이 되지만 "주님의 이름으로" 죄를 사하는 제 자신도 세탁이 된다는 체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사제에게 가장 힘든 분은 고백성사가 아니라 고발성사?를 하는 분입니다. 즉 자신의 죄는 고백하지 않고 열심히 남의 죄를 고발하는 분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분들의 고발 중에 몇번 주의를 주었지만 그분들이 못 알아 들으면, 저는 "실례지만 지금 누구의 빨래를 하고 계십니까?" 라고 하면, 그분들이 그제서야 잘 알아 들었던 것 같습니다.  고백성사를 "영혼의 세탁"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진정한 통회(불리고), 고백(돌리고 치고), 보속(말리는)을 통하여 하느님의 깨끗하고 거룩하고 자녀로 다시 태어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굳이 우리가 여러가지 결점이 많은 사제들에게 가서 고백성사를 볼 필요가 있겠는가?"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물론 싸구려 옷는 집에서 간단히 손세탁을 할 수 있겠지만 고급 옷은 세탁소에 맡겨 전문 세탁을 하지 않습니까?  이번 대림절에는 집에서 간단하게 손세탁하지 마시고, 전문 세탁가(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요한 1,29)이신 예수님이 운영하는 영혼의 세탁소인 성당에 가셔서 깨끗하고 거룩한 여러분의 세례때의 모습을 되찾으시길 빕니다. 그리고 한 사제가 교황님께 고백성사를 드림으로 인해 깨끗이 세탁?이 된 실화를 들려드리겠습니다.

 

   뉴욕 대교구의 어느 사제가 로마의 한 성당에 기도하러 들어가다가

성당 입구에서 한 거지를 만났답니다. 그를 얼핏 바라보던 그 사제는, 그가 자신과 같은 날 사제가 된 신학교의 동료임을 알게 되었답니다. 그가 지금 길에서 구걸을 하고 있는 것에 놀라며 그 사제는 거지에게 자신이 누구라고 인사를 하였답니다. 그리고 그 거지에게서 그가 믿음과 소명을 잃어버렸다는 말을 듣게 되었답니다. 따라서 그 사제는 몹시 충격을 받았었답니다.

  다음날 그 사제는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의 개인 미사에 참석할 기회를 가졌었답니다. 그는 언제나처럼 미사 말미에 교황님께 인사를 드릴 수 있었답니다. 자기 차례가 되어 교황님 앞에 무릎을 꿇은 그 사제는 자신의 옛 신학교 동료를 위해 기도를 청하고 싶은 내심의 충동을 느꼈었답니다. 그래서 그는 교황님께 그 상황을 간략하게 설명했었답니다.

  하루가 지나 그 사제는 바티칸으로부터 교황님과의 저녁식사에 그 거지를 데리고 참석해 달라는 초대를 받았었답니다. 그 사제는 그 성당으로 다시 가서 옛 친구에게 교황님의 초대를 전했었답니다. 그리고 그를 설득하여 씻기고 옷을 갈아 입혀 교황님 앞으로 데려갔었답니다. 그날 저녁 식사 후에 교황님은 거지와 둘만 있게 해달라고 사제에게 부탁했었답니다.

교황님께서는 그 거지에게 자신의 고해성사를 부탁하셨었답니다. 그러자 그는 놀라며 자신은 지금 사제가 아니라고 말했었답니다. 교황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었답니다.

 

"한번 사제이면 영원한 사제입니다."

 

그 거지는 "저는 이제 더이상 사제의 권한이 없습니다"라고 고집했었으나,  "나는 로마의 주교입니다. 이제 내가 그 사제의 권한을 수여합니다" 라고 교황님은 말씀하셨었답니다. 그제서야 그 거지는 교황님의 고해를 들었답니다. 그리고 나서 이제는 자신의 고해를 들어달라고 교황님께 간절히 청했답니다. 그리고 그는 몹시 흐느껴 울었답니다. 고백성사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은 그에게 어떤 성당 앞에서 구걸을 하는지 물으시고는 그를 그 성당의 보좌신부로 임명하고 거지들을 돌보는 일을 맡기셨고 거지보다 더 불쌍한 죄인들의 죄를 세탁하는 일을 맡아달라고 당부하셨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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