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6일 (수)
(녹) 연중 제12주간 수요일 너희는 그들이 맺은 열매를 보고 그들을 알아볼 수 있다.

영화ㅣ음악 이야기 영화이야기ㅣ음악이야기 통합게시판 입니다.

가톨릭영화(3) 들백합(Lilies of the Field)

스크랩 인쇄

이규웅 [cine212722] 쪽지 캡슐

2014-11-27 ㅣ No.1871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들백합

원제 : Lilies of the Field

1963년 미국영화

 

감독 : 랄프 넬슨

출연 : 시드니 포이티어, 릴리아 스칼라, 스탠리 아담스

파멜라 브랜치, 랄프 넬슨

 

제 36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

골든 글러브 및 베를린 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

음악 : 제리 골드스미스

 

<천사는 날개를 달고 오지 않는다>

 

들백합(Lilies of the Field)은 다들 알다시피 시드니 포이티어에게 아카데미 영화사상
최초로 흑인배우에게 '주연상'을 안겨준 영화로 유명합니다.  물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에서 이미 '여우조연상'의 수상은 있었지만 '주연상'을 수상한 배우는 시드니 포이티어가
최초였죠.  그것도 '폴 뉴만' '렉스 해리슨'등 쟁쟁한 배우들과의 경합에서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베를린 영화제와 골든 글러브 남우주연상까지 수상합니다. 베를린 영화제에서는
'흑과 백'에 이어서 두번째 수상이었습니다.

 

시드니 포이티어는 최초의 흑인 스타지만 그렇다고 어두운 영화들에 출연한 배우는
아닙니다.  그의 대표적인 영화인 '초대받지 않은 손님' '푸른 하늘' '언제나 마음은 태양'은
모두 밝은 영화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인종차별의 벽'을 넘어선 배우로서의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들백합은 가톨릭영화라고 분류할 수 있습니다.  잔잔한 감동을 주기도 하는 영화인데
가벼운 '코미디'형식으로 영화를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아주 간단히 말하면 수녀원에 천사가

나타나서 뜻깊는 선물을 주고 떠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천사의 모습은

어땠을까요? 일반적으로 연상되는 날개를 달고 거룩한 모습으로 찾아온 것이 아니었습니다.
평범한 흑인청년이었습니다.   물론 '나는 천사다'라고 나타난 것도 아닙니다.  불평을 해대고
수녀들과 실랑이도 벌이기도 합니다. 

 

주인공인 스미스(시드니 포이티어)는 군대를 마친 자유로운 떠돌이 인부입니다.  소위 노가다꾼.
자동차를 주택삼아서 여행을 하면서 일자리도 얻는 흑인 청년입니다.  그가 물을 얻으려 우연히
수녀원을 지나는데 여기서 단단히 이 수녀들에게 '엮이게' 됩니다.  수녀원장은 그를 주님이
보낸 일꾼이라고 여기고 일을 시킵니다.  처음에는 일당이나 얻어가자는 마음으로 일을
시작한 스미스는 무일푼의 가난한 수녀들에게 어쩔 수 없이 발이 묶이게 됩니다.  그런데
설상가상,  이 수녀들은 일을 해준 그에게 고맙다는 인사는 커녕, '주님의 뜻'이라면서 그에게
성당을 지어줄 것을 요구합니다.  자, 이런 막무가내의 수녀들앞에서 이 청년은 어떻게
이 뜻하지 않은 생뚱맞은 요구를 받아들일까요?

 

 

 

 

 단순히 물을 얻으려다가 수녀원에서 꼼짝없이

일을 하게 되는 시드니 포이티어

 

 

 

원장수녀에게 일의 댓가인 급료를 달라고 실랑이를 벌이지만....

 

 

 졸지에 교회를 짓고 수녀에게 노래와 영어도 가르치는

천사같은 사나이가 되는 주인공

 

?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실제로 천사가 나타난다면 화려한 날개를 단 모습이 아닌 바로
이 영화속의 시드니 포이티어의 모습처럼 평범한 인간의 모습일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비단, 천사뿐만이 아니라 예수가 부활해서 나타나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소 엉뚱하고 코믹스럽게 전개한 이 영화는 사실 독일에서 망명한 가난한 수녀들앞에
천사가 나타나서 교회를 지어주고 떠나는 감동적인 기적을 다룬 내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인간들은 '기적'을 믿기도 하고 기대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기적이라는 것은
어떤 절대적인 큰 힘에 의해서가 아니라 작은 선행과 작은 베품에서 일어나는 것입니다.
동독에서 망명하여 수천마일 떨어진 미국 남부의 황량한 시골마을에서 자급자족을 하면서
가난하게 살아가는 수녀들,  그 마을에는 성당건물조차 없어서 마을 사람들은 길에서
미사를 드리고 신부역시 이동식 차를 타고 다니면서 어렵게 복음을 전합니다.
수녀들은 주님이 꼭 사람을 보내서 교회를 지어 줄 것이라고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수녀들의 믿음, 마을 사람들의 바램을 해결해 준 인물은 바로 평범한 떠돌이 잡부인
흑인 청년이었습니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이 영화의 원작자체에서 시사하는 점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일상 생활에서 '흥부의 박씨'를 막연히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그 흥부의 박씨는 바로 우리 눈앞에 항상 놓여 있는데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기적이나 행운은 막연히 게으르게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찾고 이룩하는 것이죠.

평범한 떠돌이인 시드니 포이티어는 낮에는 벽돌을 나르며 성당을 짓고 일을 쉬는
시간을 이용하여 독일 수녀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기도 합니다.  그리고 주일날 수녀들을
먼 미사장소까지 태워다주는 충실한 기사노릇을 하고,  일주일에 두 번 불도저 운전으로
받는 일당으로 '줄줄이 사탕(이 추억의 줄줄이 사탕이 이 영화속에 등장합니다)'을 비롯한
간식을 수녀들에게 사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수녀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받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뜻이다'라는 말 한마디를 들을 뿐입니다.  이렇게 엉뚱한 이야기같지만 그 속에서
의미하는 뜻은 깊습니다.   후반부에 마을 사람들이 여럿이 출동하여 함께 도우면서 성당을
완성해 가는 과정은 영화를 보면서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듭니다.  출연하는 인물들이
거룩한 성인의 모습이 아닌 아웅다웅하면서도 순박한 시골마을의 사람들로 그려진 것도
오히려 더 감동적입니다.

 

 

  

                                     랄프 넬슨 감독(왼쪽)이 직접 출연                      

 

 

  

 

시드니 포이티어의 과장되지 않은 무난하고도 자연스런 연기는 과연 인종차별을 극복할
능력을 지닌 명배우였다는 것을 실감하게 만들고,  원장수녀역의 릴리아 스칼라의
능청맞은 연기도 보기 좋습니다.  랄프 넬슨 감독은 시드니 포이티어를 고용하고 벽돌을
기부하기도 하는 재료상역으로 직접 출연까지 합니다.  영화중간에 시드니 포이티어와
수녀들이 함께 부르는 'Amen'이라는 노래 장면도 보기 좋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얼굴 찌푸림이 전혀 생길 일이 없는 평화롭고 즐거운 영화였고,  억지로
감동을 주거나 그런 것도 없습니다.   자연스런 일상처럼 다소 코믹하고 평범하게
흘려보내면서 자연스럽고 흐뭇한 느낌을 솔솔 주는 영화입니다.  

 

가톨릭을 소재로 한 좋은 영화들은 많습니다. 토마스 모어의 일대기인 '사계절의 사나이'를
비롯하여 빙 크로스비 주연의 '나의 길을 가련다'  그레고리 펙이 신부로 나오는 '천국의 열쇠'
제니퍼 존스가 아카데미 상을 받은 '성처녀'등 유명한 작품만 여럿 있습니다.  그중 시드니 포이티어
주연의 이 '들백합'은 가장 순수하고 흐믓하고 자연스러운 카톨릭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Amen'을 수녀와 함께 노래하면서 슬며시 떠나는 그의 모습은 잔잔한 감동을 줍니다.

 

이 영화처럼 이 세상에 '따뜻함'이 항상 충만하기를 바라게 되네요.

 

ps1 : 당시 유명배우가 출연한 아카데미상도 받은 영화인데 국내에는 개봉되지

        않았습니다.  

 



1,247 1

추천 반대(0) 신고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