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7일 (목)
(녹) 연중 제12주간 목요일 반석 위에 지은 집과 모래 위에 지은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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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놀라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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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02-10-24 ㅣ No.41380

 

 시골에 살 때는 외국어를 쓸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잘 못하는 영어지만 조금 아는 단어를 이야기해도 시골의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는  놀라운 표정으로 신부를 바라보십니다. 우리 “신부님은 영어도 기가 막히게 잘하신다!” 사실은 그저 귀동냥으로 들은 말 몇 마디 한 것  뿐인데 말입니다.

 

 특별히 하는 운동도 없고, 그래서 식사를 마치면 동네 한바퀴 도는 것이 습관이 된지라, 명동에 와서도 산보를 다니곤 합니다. 조용한 남산의 산책로를 따라 걷는 것도 좋은 산보입니다. 길가에 떨어지는 낙엽을 보는 것도 즐거움이요, 수많은 차량들의 소음을 벗어나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것도 즐거움입니다.  

 

 남산에 갈 시간이 없으면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는 명동거리와 남대문 시장으로 산보를 가게 됩니다. 분주하게 걸어가는 사람들의 활기찬 모습을 봅니다. 즉석에서 벌어지는 야외 노래방에서 신나게 노래를 부르는 젊은이들의 자유로움을 봅니다.

 

 화려한 불빛아래 거리를 가득 메우는 사람들을 보는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시골에서는 화려한 불빛도 별로 없고, 그렇게 거리를 가득 메우는 사람은 더더욱 볼 기회가 적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일이 있습니다. 그리고 명동, 남대문이 국제화된 도시라는 것도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시골에서는 거의 들어볼 수 없었던 외국어를 아주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길에서 김을 파는 젊은이도 유창하게 일본어를 하고 있었습니다. 패션시계를 파는 친구도 시계의 좋은 점을 일본인들에게 물론 일어로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남대문에서 김치를 파시는 아주머니도 약간은 서툴러 보였지만  일어로 김치를 팔고 있었습니다.

 

 그밖에 영어, 러시아어, 스페인어를 조금씩은 구사하면서 물건을 파는 상인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상인들은 좀더 많은 물건을 팔기 위해서 기본적인 회화를 열심히 배우고 있다고 합니다.    

 

 세상 사람들은 하나의 물건이라도 더 팔기 위해서 그렇게 열심히 노력하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친절함과 성실함으로 무장을 하고 목이 쉬도록 그렇게 물건을 팔고 있었습니다. 그분들에게 그런 일들은 어쩌면 놀라운 일도 아니고, 당연한 일이 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면서 잠시 돌아봅니다.

나는 나에게 주어진 그 일들에 최선을 다고 있는가!

아니면 현실에 안주하면서 변하는 세상을 외면하는 것은 아닌가!

 

 눈에 보이는 많은 것들에 대해서 침묵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있습니다. 是非를 가린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도 느끼게 됩니다.

아! 누가 놀라운 지혜와 식별로 침묵하는 많은 이들에게 是非를 가려줄 수 있으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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