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7일 (목)
(녹) 연중 제12주간 목요일 반석 위에 지은 집과 모래 위에 지은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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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개 반의 손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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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혜 [sharptjfwl] 쪽지 캡슐

2002-07-08 ㅣ No.6713

 

 

 

저희 아버지는 몇 년 전 산업재해로 인해 왼쪽 손가락 5개중 중간에 3개와 5번째 손가락 반틈이 잘려나가는 사고를 당하셨습니다. 그래서, 여섯 개 반의 손이 되셨습니다.

그때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들은 우리 가족은 너무나 충격이었고 가슴이 아팠었습니다. 누가 그랬던가요, 세월이 약이라고. 지금은 상처도 아물었고, 아픔도 느껴지지 않는다고 하십니다. 하지만, 마음 속에 상처는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러야 없어질까요.

아버지께선 사고 후 버릇이 생기셨습니다. 왼쪽 손을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시거나, 장갑을 낀 채 등뒤로 숨기고 계십니다. 다른 사람에겐 흉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시려고 그러신가 봅니다. 성격이 내성적이라서 말씀이 없으신 편입니다. 저도 그런 아버지를 닮아서 말이 없는 편 입니다.

어느날.. 점심때 였습니다. 아버지께서 그날 따라 회사에서 일찍 돌아오셨고, 전 이미 점심을 먹은 상태였습니다. 현관문을 들어오시자마자..

아버지 : 해원아~ 밥먹자..

딸 : 전.. 벌써 먹었는데요..

아버지 : ....

저는 다음 날이 시험이라 시험 공부에 열중하고 있어서 아무런 생각 없이 대충 대답을 하고 시험 공부를 계속했습니다. 어버지가 손을 다치셨다는걸 까맣게 잊은채 말이죠..

잠시 후,  ’쨍그랑...’

순간 놀란 나머지 재빨리 일어나 부엌엘 가 보았습니다. 아버지는 손수 밥솥에서 밥을 푸시다가 왼손에 들고 계셨던 밥그릇을 힘없이 떨어뜨리신 것이었습니다.

’아차~!’

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깨진 그릇을 주워 담으려고 하셨습니다.

딸 : 아버지, 제가 할께요.

아버지 : ....

저는 무척 죄송했습니다. 그리고 너무나 가슴이 아팠습니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릇만 주워 담았습니다.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했으면 정말 좋았을 것인데. 무뚝뚝한 제가 미워 보였습니다.

딸 : 아버지, 진지 차려 드릴께요. 방에 가서 계세요.

아버지 : 됐다. 갑자기 생각이 없어졌다.

라고 하시면서 방에 조용히 들어 가셨습니다.

그 일을 계기로 머리 속에선 다시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게 곁에서 보살펴 드리고 있습니다.

 

전 요즘 아버지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그 회사는 전에 사고를 당하신 회사 입니다. 회사에서 장애인이 되신 아버지를 계속 고용하고 계신 이유는 사장님이 저희 외삼촌이시기 때문 입니다. 회사 설립을 기술자이신 아버지와 함께 하셔서 망하지 않는 한 계속 다니시게 되실 겁니다. ’공장장’의 역할로써 말이죠.

제가 그곳에서 할 일은 아버지 곁에 있으면서 힘이 든 일을 도와 드리는 역할 입니다. 힘이 센 아버지. 하지만 한 손 뿐입니다. 두 손인 저보단 불편한건 당연한 일 입니다. 그래서 무거운건 맨날 제가 듭니다. 하지만 전혀 무겁지 않습니다. 그건 왜 일까요? 어머니께서 제게 말씀 하셨습니다.

어머니 : 우리 딸은 이제 우리 집에 기둥 이다. 아버지도 손이 저렇게 되셨으니...

여러분들도 제 상황이라면 무겁지 않을겁니다.^^ 이제까지 가족들을 먹여 살리려고 일 하시다가 다치신 손. 가족들만을 위해..힘든 것도  버쩍 들어올리셨던 손이었는데. 그게 무겁다고 생각하면 전 죽어 마땅 할겁니다. 근데 기둥의 역할은 정말 무겁습니다. -_-;

 

집에 과자가 한 봉지 있었습니다. 저는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고, 말이 없으신 아버지는 그 과자만을 계속 쳐다보고 계셨습니다. 그 순간 머리 속에선, ’아버지는 현재 과자를 먹고 싶어하신다.’ -_-+ ’하지만 한손으로 과자봉지를 뜯을 수 없다.’ -_-++ ’고로.. 내가 지금 할 일은 과자 봉지를 뜯는 일이다..’ -_-+++ 라고 번쩍번쩍.. 초고속인터넷.. 누가패쓰~ 처럼.. -_-; 빠르게 회전했습니다.

전 재빨리 과자를 뜯었습니다. 그 과자를 여는 순간.. 아버지는 마냥 좋은듯이 손이 슬금슬금 과자 봉지 속으로 쏙~ 들어 갔습니다. 과자를 먹는 모습이 어린애 같았습니다.. ^_^; 근데 순식간에 과자가 없어졌습니다. -_-;; 벌써 다 드셨던 것 이었습니다.

’얼마나 먹고 싶으셨으면 순식간에 다 드셨을까...’ ’차라리 말씀이라도 하셨다면...’

앞으론 한 손으로 뜯을 수 있는 과자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아버지는 물론 다른 장애인두 불편하지 않도록 말이죠....^^ 아버지 손은 어떻게 보면 너무나 귀엽습니다. ^^ 하지만 그 손을 다른 사람이 본다면.. 어떨까요..?

 

시내를 돌아 다니다보면 배에 뭔가를 깔고 기어 다니시는 분들도 있고, 손을 비비 꼬고 어정쩡하게 걸어가시는 정신지체장애인도 보게 되고, 눈이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을 보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전 그런 분을 볼 때마다 너무 안타까워서 눈을 감아버립니다.

그런 후, 다시 눈을 떠 도와줄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도와 드립니다. 예전에는 무서워서 피하곤 했지만 지금은 그렇게 되더라구요. 다른 사람이 아닌 내 아버지를 생각하면서 말이죠.

사고는 한 순간 입니다. 여러분들도 장애인이 될 수 있으며, 장애인의 가족이 될 수 있습니다. 장애인을 보면 우선 피하지만 말고 보살펴 주고 따뜻하게 감싸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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