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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마르크보다 값진 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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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회사일로 독일에 출장을 가게 되었습니다. 회사에 입사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그 먼 곳을 혼자 출장가게 되었지요. 13시간 정도 비행해 도착한 곳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였는데 그곳에서 다시 독일 국내선을 타기 위해 5시간이나 기다려야 했습니다. 전 간단하게 저녁을 해결하고 비행기를 기다리다 화장실에 갔는데, 그곳에서 일이 나고 말았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던 손가방을 소매치기당한 것입니다. 현금이랑 카드, 여권, 비행기표까지 다 있었고요. 갑자기 등줄기에서 땀이 쫙 흐르더군요. 일단 가까이 있는 경찰을 찾아가 짧은 영어실력으로 상황을 설명했지만 그 경찰도 영어를 모르는지 독어로 얘기를 하더군요. 그야말로 천리타향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데, 낯익은 한국사람을 발견했습니다. 독일까지 13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오는 동안 제 근처에 앉아 있었던 여자 분이었습니다. 저는 급히 달려가 독어를 할 줄 아는지 물어보았죠. 다행히 그녀는 독일에 나온 유학생으로 독어를 잘했습니다.
그녀가 일단 경찰에게 전후상황을 설명하자, 경찰은 우리를 공항 경찰본부로 데려갔고, 그곳에서 분실신고서를 작성했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알아보니 비행기는 티켓팅을 했기 때문에 탈 수 있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그녀는 자신의 비행기 시간을 연기하면서까지 제 문제를 모두 해결해 주었습니다. 몇 번이나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헤어지려는데, 그녀가 “혹시 식사비나 도착해서 탈 택시비는 있어요?” 하고 묻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제 주머니 속엔 한국동전 몇 개가 고작이었거든요. 제가 머뭇거리자 금방 눈치 챈 그녀는 독일돈 100마르크를 선뜻 내주었습니다. 나중에 꼭 돌려 드릴 테니 연락처나 주소를 알려 달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그녀는 “다음에 같은 처지의 분을 만나면 저랑 똑같이 도와주시면 돼요” 하며 환한 웃음을 남기고 사라지더군요.
아직도 그때 그 밝은 미소를 가진 유학생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전 그날 100마르크보다 더 값진 마음의 친절을 배웠지요. 다시 만나면 정말 정중하게 고맙다고 인사하고 싶습니다.
- 좋은생각 손홍석님(경남 창원시 팔용동)의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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