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7일 (목)
(녹) 연중 제12주간 목요일 반석 위에 지은 집과 모래 위에 지은 집

따뜻한이야기 신앙생활과 영성생활에 도움이 되는 좋은 글을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친구의 마지막 무대......

스크랩 인쇄

이우정 [jsu0819] 쪽지 캡슐

2003-12-29 ㅣ No.9694

 

토요일 저녁 8시 성탄예술제가 지하 소성당에서 있었습니다.

근데 전 자꾸 마음이 아파서인지 눈가에 물기가 맺히려 합니다.

마지막 날입니다.

친구가 하는 이곳에서의 마지막 무대입니다.

예기치 않은 일로 이사를 가야하는 친구

한 3년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들 아이들과 무대를 준비하면서

친구에게는 많은 생각과 기억들이 오갈 겁니다.

 

그래서인지 그 친구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보고 있기마저

겁이 났습니다.

부러 아무렇지 않은 척 하기도 조금은 버겁습니다.

 

이사를 가야하노라 말하며 이른 아침 전화기를 타고 들려오던

친구의 목소리.....그와 더블어 울음 섞인 소리는

나조차도 감당키 어려웠습니다.

그래 얼마간 흐르는 정적이 전부였습니다.

 

냉담을 풀고 처음 성당에 가서 사귄 친구이자 동생

허나 나이는 한두살 어리지만 모든 일에 있어서 나를 능가하는

친구...

그래서 이 친구는 다른 사람들에겐 언니라는 말 잘도 하는데

제겐 쉽사리 하지 않습니다.

내 하는 일들이 아마도 자기보다 어리다고 생각이 되었는지

 

유치원 아이들이 무대 위로 올라 옵니다.

작은 몸집과 앙증맞은 차림은 모든 이들의 시선을 한곳으로

모으기에 충분하더이다.

아이들 앞.....의자에 앉아서 율동을 함께 하는 친구의 모습이

저 앞에 보입니다.

씩씩한 녀석 같지만 제 눈엔 그 녀석의 씩씩함 뒤에 보여지는

허탈함도 보입니다.

 

난.....자모회에서 친군 교사회에서......서로 도우며 그 안에는

좋지 않았던 일들도 더러는 있었지만 우리 둘로 비롯된 일이

아님에 우린 언제나 함께였는데....

어찌 저 녀석과 떨어져 지내야 하는지

미사 중에도....더러는 녀석 생각에 목젖이 뜨거워지고 눈가 또한

뜨거워집니다.

 

참 멀리도 갑니다....

보고 싶어도 쉽사리 가기 조차 힘든 곳으로

허나......마음은 항상 지금처럼 내 곁에 함께 하리라 믿습니다.

 

유치부 아이들의 무대가 끝이 났습니다.

모든 이들의 환호와 갈채가 이어집니다.

녀석 흐뭇하겠다.....그래서 더 슬플지도 모르겠다

가서 녀석 어깨한번 토닥이며 애썼다 말해줄까?

아니야.....굳이 하지 않아도 녀석은 내 이 마음마저

이내 받았을꺼야....

아마도 나조차도 두려워서 일꺼입니다.

그 어깨를 토닥이며 소리내어 꺼억꺼억 울지도 모르니까

 

아이들 생일이며 축일이며 소소하게 챙겨주던 녀석

좋은거 있으면 두루두루 나눠주려 애쓰던 녀석

이 좋은 녀석과 이별 아닌 이별을 해야하니....

 

성당에 여러 친구들은 우리둘을 보며 말합니다.

안맞을듯 하면서도 잘 어우러진다고....

따로또같이.....

 

이 녀석이 부디 그곳에 가서 하는 일들이 모두모두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예수님 깊이 사랑하며 아이들과 함께 한 그 시간들의 보답이

꼭 있으리라 믿습니다.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녀석 생각에 눈물이 흐릅니다.

허나......녀석이 떠나는 그 날엔 크게 웃으며 포옹하고 보낼겁니다.

내 따스한 온기 식지 않도록 잘 담아 두라고.....

 

 



647 0

추천 반대(0) 신고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