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8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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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치는 남자가 아름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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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선 [peterpan65] 쪽지 캡슐

2001-11-20 ㅣ No.26598

 악기를 한가지 이상씩 연주하는 사람들을 보노라면 참으로 멋있어 보이지 않습니까?

 

저는 악기라고 해봐야 노래방에서 탬버린 흔드는 전공(?) 빼고는 다룰줄 아는게 하나도 없는 관계로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을 보고있으면 참으로 부럽기도하고 묘한 컴플렉스도 느끼곤 한답니다.

 

말이 나왔으니 한말씀 더 추가하노라면 이 탬버린 흔드는것도 약간의 쇼맨십이 필요합니다.

 

흥이 나는 자리에선 그저 미친척하고 맥주병마개를 양쪽 눈에 착하고 붙이면 신기하게 붙습니다.

 

그런다음, 담배개피를 양쪽 귓구멍과 코구멍에 끼워 넣은후 넥타이를 머리에 두르고 흥이 나게 흔들어대면 주위사람들 포복졸도 합니다.

 

물론 다음날 개망신 당할 각오는 단단히 해둬야합니다.

 

하지만 이게 또 장점도 없지않아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다음 회식때 돈이 없다며 2차 안간다고 슬쩍 잔머리 굴려서 빠질라고 제스쳐 취하면 여기저기서 돈 걱정은 하지마라며 끌고 갑니다.

 

왜냐? 그 개망신덕분에 분위기 메이커로 이미 확고한 자리매김을 했기에 가능한겁니다.

 

그래서 신나게 공짜술도 얻어 먹곤 합니다.

 

그러나 오늘 할말은 이따위 공짜술 얻어먹는 비법을 전수하고자 글을 적는것은 결코 아닙니다.

 

여러분은 비가 추적추적 분위기에 젖을만큼 알맞게 오는날 실내에서 피아노앞에 앉아 직접 연주하며 멋진 팝송이나 샹송을 부르는 남자를 상상해보신적 있습니까?

 

아마 모르긴해도 이런 장면을 상상하시는 자매님들중엔 벌써 기혼, 미혼을 떠나 입에서 자기도 모르는새에 "어머~어쩜!"하는 작은 감탄사가 나올수도 있습니다.

 

녜! 바로 오늘은 이런 장면을 실제 연출한 어느 남자의 얘기를 하고자 함입니다.

 

물론 가수나 연예인의 얘기는 아닙니다.

 

어쨌든 이 남자로 말씀드릴것 같으면 확실하게 아직 미혼입니다.

 

또, 시인의 아들이자 여러사람의 존경을 받고 있는 청년이기도 하지요.

 

이 멋진 청년은 그외 다룰줄 아는 악기도 많습니다.

 

악기 얘기가 나와서 잠깐 얘기를 삼천포로 빠뜨려 저의 과거를 회상하노라면 고등학교때 음악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중간고사인가? 아무튼 이 음악시험을 우리의 전통악기인 단소를 연주하는것으로 점수 처리한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당시 우리학교 녀석들은 너도나도 그 단소들을 사가지고 맹렬히들 연습하고 있었지요.

 

물론 저도 그중에 한명이었고 말입니다.

 

그런데 제 기억으론 그때 음악선생님이 그 단소로 하다못해 [학교종이 땡땡땡]이라도 연주하면 90점 이상, 또 완주는 못해도 흉내를 냈다하면 70점 이상, 그리고 그냥 빽~! 하고 소리만 내도 60점 이상, 그리고 계속 훅! 훅! 하고 헛바람나는 소리만 내면 여지없이 50점이하로 점수를 평가했던 기억이 납니다.

 

성적에 관심있는 아이들은 너도나도 학교에서 틈만나면 단소를 들고 불어제꼈습니다.

 

쉬는시간, 점심시간, 심지어는 학생들 공부하느라 피곤할것 같다하여 문교부에서 허가낸(?), 다들 고요히 잘수있는 수학시간에도 그 적막을깨고 뒷자리에서 빽~! 하고 소리를 내어서 여러 학우들 수면 방해죄(?)로 끌려나가 빽~! 소리 한번 지른죄로 "퍽!" "퍽!" "윽!" 하는 이상한 악기소리(?)도 종종 들리곤 했습니다.

 

그런데 전 이상하게 악기연주에 소질이 없는지 암만 그 단소란 놈과 씨름하며 불어봐도 계속해서 후~~~욱! 후~~~욱!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얼굴이 마치 몰래 술훔쳐 먹은놈 마냥 새빨개졌을뿐 도통 그 묘한 단소소리가 나질 않는것이었습니다.

 

노력해서 안되는 일이 없다고는하나, 전 아무리해도 구제 불능이었지요.

 

이윽고 그 음악시험때 제 차례가 되어 앞에 나가 기를 쓰고 불어봤지만 역시 타이어 바람 빠지는 소리만 계속해서 들리는거지 뭡니까?

 

그래도 어차피 낙제점수, 혹시나 5점이라도 더줄까싶어 그 후~~~욱! 하는 바람소리로 아리랑을 입으로 연주했습니다.

 

학우들은 책상을 두드리며 웃어제꼈고 어이없는 음악선생님은 곧이어 제 볼따구 살을 늘려 잡고 흔들어대는 사태까지 벌어졌었지요.

 

아니? 태생이 양반출신이라 악쟁이들 불어대는 단소 못부는것이야 가풍이거늘 어찌 상것(?)들이나 불어대는 그 악기하나 못불었다고 제 애매한 볼따구를 잡고 흔들어댈건 또 뭐가 있습니까?

 

어찌됐든 저는 그후로 악기 배우는것을 단념한놈입니다.

 

제 얘기는 여기서 마감하고 아까 그 피아노 연주한 청년을 계속해서 얘기할까 합니다.

 

아~! 자꾸 그 청년의 신분을 감추고 얘기 계속하면 여러 자매님들 저에게 그 남자 소개시켜달라고 귀찮게 할까봐서 아예 미리 밝히고 시작합니다.

 

그 청년은 다름아닌 저의 본당 보좌 신부님이지요.

 

작년 여름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어느 주일날이었습니다.

 

저의 본당 청년 연합회 출범을 축하하는 자리를 지하 소성당에서 마련하고 간단한 다과와 함께 각단체 장기자랑도 하고 또 개인 장기자랑의 시간을 가졌더랬지요.

 

그때까지 인기하면 한인기한다고 착각하고 있는 우리 주임신부님과 저는 뒷자리에 앉아서 있는 폼, 없는 폼 다잡고 버티고 있었지요.

 

이윽고 사회자가 보좌신부님을 지명했습니다.

 

그때까지 우리야 뭐, 나가서 노래자락이나 한곡 뽑으시겠지~! 하며 안심을 하는데 갑자기 보좌신부님 터벅터벅 걸어나가시더니 한켠에 자리잡고 있는 피아노 건반뚜껑을 척! 하니 여는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때까지만해도 아! 가사를 적어놓은 쪽지를 거기다 숨겨 놨겠거니 했지요.

 

그런데 갑자기 아름다운 피아노소리가 울리며 곡도 아주 아름다운 팝송한곡이 연주되나 싶더니 노래를 폼나게 불어제끼시지 뭡니까?

 

순간 일동은 마치 최면에 걸린듯 넋이 나간채로 그 감동을 만끽하고 있었습니다.

 

바깥엔 적당한 비소리가 나즈막히 들리지요, 피아노소리의 진동은 비오는날 특히 실내에서 더 멋지게 울려대지요, 무슨말인지는 몰라도 어쨌든 이태원 사투리(영어를 말함입니다.)가 노래로 나오지요...아~! 진짜 같은 남자이지만 매력적이더군요.

 

자! 사태가 이러하자 우리의 자매님들 모두 감동받은 얼굴로 보좌신부님을 우러러 보는데...생각해보십시요.

 

그 상태에서 뒤에서 폼잡고 앉아있던 저나 주임신부님이나 어찌 자세를 바로 고쳐 잡지 않을수 있었겠습니까?

 

그리고 사회자가 계속해서 주임신부님도 자리로 모신다고 불러댔지만 한마디로 섟이 죽으셔서 어찌 무대에 오를수가 있었겠습니까?

 

나중에 제가 슬쩍 주임신부님께 "왜? 안나가셨더랬습니까?"라고 조용히 여쭈자 태연한 표정으로 "음~주임신부란...때로는 보좌신부의 기를 살려주어야 하는 덕이 필요한거야!"

 

"음..."

 

기타면 기타, 플룻인가? 오보에던가? 어쨌든 서양피리면 서양피리, 피아노면 피아노...아! 전 어렸을적 계집아이들이나 하는짓인줄 알았던 피아노가 남자에게도 참 크나큰 멋을 주는 물건인줄을 뒤늦게야 깨닫게 된것입니다.

 

성품도 고우시고 사제서품 받으시고 첫 부임지가 하필 새성전 건립하는 신축성당으로 발령이 나셔서 고생도 나름대로 하신 그 보좌신부님께서 그간 정들었던 우리를 뒤로하고 이번에 발령이 나셔서 우리의 곁을 떠나시게 되신겁니다.

 

저뿐만이 아니라 우리 본당의 모든 식구들은 아쉬움을 감출수가 없습니다.

 

저역시 아쉬움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해서 잠 안오는 이밤 그때 그 피아노를 연주하시며 노래하시던 멋진모습이 오늘 갑자기 떠올라 그냥 자판 두들기는대로 몇자 적어봅니다.

 

사족: 형제님들 우리 피아노 한번 배워볼까요?...그런데 질문한가지...그 하얀건반은 뭐고 검은 건반은 뭡니까? 왜? 그런거 구분해놨지요? 그리고 이왕 색깔 구분할려면 빨주노초파남보 일곱색깔로 해놓으면 더 이쁘잖아요?...이상 더 떠들면 제 무식이 뽀록나는 관계로 여기서 접겠습니다. 아~웅! 졸려라!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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