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8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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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를 탄 男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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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미숙 [shwang] 쪽지 캡슐

2002-02-06 ㅣ No.29548

 

어서 오세요. 봄빛 가득한 루미네집이예요.

 

어머, 벌써 봄빛 이야기냐구요?

 

네에...루미네집엔 벌써 봄.봄.봄.봄이

 

수줍게   성큼이고 있네요.

 

혹시 영화 <사관과 신사>의 오토바이를 탄 남자...

 

리챠드 기어를 기억하시나요?.....아~~으흐흑!

 

제겐 얼마전부터

 

오토바이를 탄 남자(?) 짝꿍이 하나 생겼답니다.

 

전 한달에 두어번 정도 일요일날 오후엔 늘

 

독거 할머니들을 위한

도시락 배달 + 알파(?) 봉사를 하고 있어요.

 

참 어렵게 결정을 내린 제 나름대로의 작은 봉사였지만요,

 

처음엔 할머니들께 적응하기가 다소 힘들어

 

중도 포기를 하고 싶은 맘이 굴뚝같았지만

 

주님께서 매매를 하실 것 같아

 

겨우 겨우 나이롱 봉사를 하고 있답니다.

 

저희가 도시락을 가져다 드리는 독거 할머니들은

 

우리고 살고 있는 도심 어느 한 곳에,

 

거의 잊혀지고 묻혀지고 관심조차 받지 못한 채 ......

 

추운 겨울 냉방에서 홀로 사시며

 

그날 그날 봉사자들이 가져오는 따끈한 도시락 하나에

실날같은 작은 희망과 기쁨을

 

바라며 살고 계시답니다.

 

미시족 자매님들은 시간이 되는대로 거의 날마다

 

독거 할머님들께 도시락을 배달해드리면서 집안청소와

 

목욕등 할머니들께 필요한 대화와 봉사를 해드리고 있지만

 

제 짝꿍 오토바이를 탄 남자 스테파노 형제님과 전

 

 일요일 봉사만 하고 있어요.

 

어쩌다 우연히 저와 시간이 같아 제 짝꿍이 된

 

스테파노 형제님은 다 낡은 청바지에 점퍼차림을 하고서

 

부르르릉.....오토바이를 몰고

 

어김없이 제 시간에 쨘~~~~ 등장하는

일명 오토바이를 탄 기사랍니다.

 

처음엔 마당에 세워진 오토바이와 왠 젊고 핸섬한 형제님의 모습이

 

봉사자의 모습보단 폭주족 혹은 킹카 or 탱자족처럼 보여

 

내심 저 혼자서 제 짝꿍이 된

 

그 오토바이를 탄 남자가 좀 겸연쩍었답니다.

 

 그지만 왠걸요....????????!!!!!

 

오토바이앞에 작은 바구니를 손수 달아 한 삼십개 정도되는

 

도시락을 담고서 머리털 눈썹털 콧털을

 

멋지게 휘날리며(뒤엔 저까지 달고서)

 

....으아악....꼬부랑 꼬부랑 가파른 언덕길과 좁은 골목길을

 

요리 저리 누비며 사랑의 도시락을 배달하는....

 

강남의 킹카 혹은 탱자같은 그 남자에게

 

저....미스 황....완죤....쁑~~~and 쨘~~ 했답니다.

 

오토바이를 탄 남자 스테파노 형제님은

 

들어가기조차 누추하고 냄새나고 주춤거려지는

 

그 할머니들의 집 문앞에 서서

 

큰 소리로 "할머니, 저 왔어요." 하며  문을 두들기고 들어서

 

"할머니, 저 추워요."

 

"할머니, 저 안보고 싶으셨어요?"

 

하며 잠시 할머니들께 친손자처럼 어리광을 부리면서

먼저 할머니들의 꽁꽁 언 마음을 녹여드린답니다.

 

하루종일 찿아오는 사람이라곤 봉사자들 뿐인 할머니들은

 

그 주름진 손으로 우리 등을 두들기면서

 

온기없는 아랫목에 어서 앉으라고 자리를 내어놓으세요.

 

할머니들께서 식사를 하시는 동안

 

스테파노는 남자 손길이 필요한 집안 구석 구석을 살피며

 

형광등도 달아드리고 무거운 짐들도 옮겨드리면서

 

다정 다감하게 할머니들의 말동무와 재롱피우기도 하는데

영락없이 친손자와 친할머니 모습 그대로예요.

 

전 처음엔 할머니들께 쉽게 적응이 안되어

 

괜히 할머니 주위만 맴돌거나 이것 저것 하는 시늉만 하거나

 

간혹 무뚝뚝하시고 퉁명스러운 할머니들땜에

 

곤혹스러워하곤 했었는데

 

나이어린 스테파노는 할머니들의 상처받은 경계심(?)과

 

상처받은 마음의 벽(?)을 그 특유의 말동무와 어리광으로

 

여지없이 봄눈 녹이듯 녹여버리고

 

어느새 꼭~ 닫혀진 할머니들의 마음을 똑똑 노크할줄 아는

할머니들의 귀염둥이 손자랍니다.

 

도심 한 공간에 소외되어진 채 잊혀진 이 독거 할머니들을

 

친 할머니와 친 손자의 정으로 꾸밈없이 대하고,

 

마음으로 먼저 할머니께 다가설줄 아는

 

신앙 초보자 스테파노는 저처럼 오랜 신앙생활을 한 사람들보다

 

훨씬 더 주님을 많이 알고

주님의 모습을 많이 닮고 있는 듯 싶어요.

 

글쎄요?

 

이 버려지고 잊혀지고 누추한 할머니들을 단순한 동정이나

 

연민이 아닌 내 친할머니처럼 인격적으로...

 

정말 마음과 마음으로 만난다는건 그리 쉽지 않을거예요.

 

그냥 우리 손길이 필요한 혹은 한끼 식사가 필요한

 

할머니들이 아니라

 

봉사자들이 정성스레 준비한 그 도시락에

 

꾸미지 않은 내 마음을 담아 함께 전해줄 수 있다는 거

 

참 쉬운 거 같지만 쉽지 않은 일이 아닌가 해요.

 

전 이 신세대 스테파노와 함께 짝이 된 후부턴

할머니들을 마음으로 대하는 법을 배웠답니다.

 

제가 진정 제 마음으로 다가설 때

 

외로움과 빈곤으로 꼭 꼭 닫혀진 할머니들의 언 마음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사실 전 스테파노와 짝꿍이 된 뒤론

 

그냥 꾸어다 놓은 핸드백 or 얼굴 마담만 되었지만요...^.^

 

스테파노...

 

아직 젊은 대학생 신분으로 그 나이 또래들과 어울려 놀기보다

 

형님의 오토바이를 빌려와 외로운 할머니들께

 

도시락과 사랑을 나르며

 

오토바이 맨쉽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아직은 어린 우리들의 신앙 초보자이지만

 

전 스테파노의 그 신선한 사랑과 때묻지 않은 순수한 봉사에

잔잔한 감동과 신앙을 배운답니다.

.

.

.

 

그 오토바이를 탄 스테파노가 뒤꽁무니에 저를 달고서

 

한겨울 이마에 송송 땀방울이 맺히도록

 

그 비탈지고 구불 구불한 골목길을 오르내리며

 

할머니들께 밥 한공기에 뜨거운 사랑국을 나르는 모습이

 

얼마나 대견스럽고 이쁜지요?...아마 상상이 안되실거예요.

 

도시락 배달이 끝나고 나면

 

전 겨우 짜장면 한그릇으로 제 고마움을 대신해 버리곤 하지만

 

이마에 송송 맺힌 땀방울에도 아랑곳없이

 

금새 짜장면 한 그릇을 뚝딱 비워버리는

이 아름다운 청년 스테파노 모습속에서

 

전 살아움직이는 참 신앙인의 모습을 엿본답니다.

 

그래서 늘 흐뭇한 일요일 오후.

 

신앙이란?....

 

바로 이런게 아닐까요?

 

         

 

소피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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