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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풍 위 수줍게 쓴~♡ 연애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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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미정 [NATALIA99] 쪽지 캡슐

2001-10-28 ㅣ No.25845


† 그리스도의 향기


안녕하세요?


서울 노량진 성당 주일학교 교사 최미정 나탈리아입니다.


한주일 동안 잘 지내셨어요?


밤도 깊어가고... 가을도 깊어가고... 우리에게 허락된


사랑도 이와 함께 깊이를 더해가고 있음을 느껴봅니다.


여러분들도 그러세요?


체... 이 계절이 가기 전 나탈리아 여행 다녀온 후 느꼈던...


온갖 감성들을 편지로 써 여러분들께 보내드리려 하는데.


돌아와 거울 앞에 앉은 누나의 성숙한 모습은 아직 아니더라도,


어떤 것이라도 한없이 고개 끄덕이며 받아줄


그저 넉넉한 마음 아직 준비되어 있지 않아도...


우표도 붙치지 않은 제 편지 받아주시겠습니까?


to.


나무 위 주황의 감들이 푸른 하늘에 걸려...


계절의 풍성함을 더해주고 날이 갈수록 익어 떨어져


결국 남은 하나 까치의 몫으로 남아있을 인정스러움이


몹시 기다려지는 이즈음...


나는 가을 바다를 다녀왔습니다.


고개들어 보면 푸른 하늘은 내가 있는 곳...


... 그대로인데 왜 난 미처 단풍의 저리 붉음을


눈치도 못체고 지냈을까요?


붉어버려 계절의 모습을 담고 있는 나뭇잎들을 보며


때론 내 얼굴도 어린 농담 앞에 저 단풍 모양...


부끄러움으로 그들과 하나됨의 색으로 변했버렸고...


어느 길가 둥근 솜털 모양의 낮은키 들풀일까?


그 둥글져 모여있는 홑씨들이 너무 아름다워...


... 작은 탄성도 질러 보았습니다.


그리곤 도착한 바닷가...


발자국 하나도 남기지 못하는 여린 모래 위를 걸으며...


바닷가로 내려갔고 왔다가는 그냥 가버리고 다시 와선


흰 물결로만 부서지는 내 앞에 와선 아무 것도 남기지 않고


사라져 버리는 한 알의 욕심도 없는 그것들이 너무 고와서


나는 아이처럼 웃음만을 물고 그 모래들을... 그 바닷물을


손 안에 쥐었다 놓았다 하였습니다.


자연과 하나되어 그 안에서 人生의 조금은 맛스러움을 담고


귀향했던... 나는 스쳐갔던 바람과 흔들렸던 단풍과


높고 환했던 가을 볕에서 나를 그지없이 아끼는 한 男子와


이 두 사람을 몹시도 사랑하시는 예수님의 사랑을 다시금


살 안으로 깊게 느끼며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나는 오늘 시월이 끝나가는 흐린 시간 속에서


지금도 기억하고 있을 그 날의 여행을 떠올리며...


... 이 밤 헤픈 웃음 흘리며 그저 새삼 행복해지려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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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30주일 간장 종지와 복음 말씀 』


피할 수 없는 손님


아름다운 계절이 끝나갑니다.


들길을 꾸며주던 이름모를 풀꽃들도 다 시들고


빙설과 눈보라, 사나운 북서풍이 강건너 마을에 당도했나이다


피할 수 없는 저 손님을 공손히 맞으라고


지나가는 바람이 일러줍니다


하오나 고치속에 애벌래 몸을 숨기듯 무서운 삼동을


나 그 분 안에 깊이 숨을 것이오니 근심하지 않나이다


조용히 내 의자에 앉아 찾아온 손님을 기다릴 뿐


† 루가 복음 18장 9절 - 14절 』


그 때에 예수께서 자기네만 옳은 줄 믿고 남을 업신여기는 사람들에게


이런 비유를 말씀하셨다. "두 사람이 기도하러 성전에 올라갔는데


하나는 바리사이파 사람이었고 또 하나는 세리였다.


바리사이파 사람은 보라는 듯이 서서 '오, 하느님! 감사합니다.


저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욕심이 많거나 부정직하거나 음탕하지 않을 뿐더러


세리와 같은 사람이 아닙니다. 저는 일주일에 두 번이나 단식하고


모든 수입의 십분의 일을 바칩니다.'하고 기도하였다.


한편 세리는 멀찍이 서서 감히 하늘을 우러러보지도 못하고 가슴을 치며


'오, 하느님! 죄 많은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하고 기도하였다.


잘 들어라. 하느님께 올바른 사람으로 인정받고 집으로 돌아간 사람은


바리사이파 사람이 아니라 바로 그 세리였다.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면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면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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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면 낮아지고.....


.... 자기를 낮추면 높아질 것이다 '고 하셨습니까?


이 파랗고 높은 하늘 아래서 나 작은 키 더욱 낮추이며


당신의 말씀에 좀 더 귀 기울이고 싶습니다.


그러면 잘 들리겠지요?


귀뚜라미의 울음 소리로 찾아오는 당신의 음성을요,


늦은 밤 "나야..." 조금은 헝클어진 목소리로 방문하는


내 연인의 다정한 전화를 통해 찾아드는 당신의 음성을요.


네.. 예수님 이 가을엔 좀 더 낮아지는 사람이 되야 할까 봅니다.



- 2001년 10월 28일 시월의 마지막 주일에 -


... 나의 사랑은 언제나 사계절일 나탈리아 올림.



P.S: " 가을엔 물이 되고 싶다 하셨던 수녀님의 싯말이...


자연과 벗 삼아 무소유의 삶을 사시는 스님의 글 귀들이


... 새삼 이 밤에 다정히도 다가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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