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8일 (금)
(홍) 성 이레네오 주교 학자 순교자 기념일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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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미사를 다니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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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02-03-02 ㅣ No.30389

 

 우리 본당은 농촌지역에 있기 때문에 겨울철에는 시간이 많은 편입니다.

그래서 매년 겨울에는 반 미사를 다니고 있습니다.

본당에서 드리는 미사에 익숙해져 있는 분들에게는 반 미사가 어떤 것인지, 그 반 미사의 느낌이 무엇인지 모르실 것 같아서 반 미사의 분위기를 좀 전하고자 합니다.

이번 주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이런 말씀도 하셨습니다.  "내 말을 믿어라! 사람들이 아버지께 예배를 드릴 때 '이 산이다.' 또는 '예루살렘이다.'하고 굳이 장소를 가리지 않아도 될 때가 올 것이다. 하느님은 영적인 분이시다. 그러므로 예배하는 사람들은 참되게 하느님께 예배드려야 한다."

 

 반 미사의 느낌은 마치 라이브 콘서트나 생방송과 비슷한 점이 있습니다. 제대와 교우와의 거리가 무척 가깝습니다. (밥상에 흰 천을 깔고 초를 놓으면 제대가 됩니다.) 미사 참석인원이 작기 때문에 (20명 내외입니다.) 서로의 얼굴과 서로의 숨결도 느낄 수 있습니다. 해설이나 독서를 많이 해보지 않은 분들이 하기 때문에 전례가 매끄럽지는 않지만 그래도  무어라 하는 사람 하나도 없습니다. 반 미사에 참례하는 분들은 '양형 영성체'를 영할 수 있습니다.

 

 반 미사는 전교에 커다란 힘이 됩니다.

가족 중에 신앙을 갖지 않으신 분들도 미사 전례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본당 미사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참례하지 못하는 분(사람 사는 곳이니 교우들끼리 해묵은 감정이 남아 있기도 하고, 시간이 여의치 않기도 하고...)도 반 미사에는 부담 없이 함께 하십니다.  반원들이 한 가정을 위해서 미사 전례를 통해서 함께 기도하는 것은 신앙을 갖지 않은 가족에게는 신앙이란 무엇인지를 조금은 알게 해주는 효과적인 전교입니다.

 

 반 미사는 하나의 축제로 계속 이어집니다.

예비자 교리를 할 때 교리 시간에는 질문하시는 분들이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교리 시간이 끝나고 차 한잔을 마시거나, 약주 한잔하시면 긴장이 풀려서인지 이런 저런 질문도 많이 하시고, 편해서인지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반 미사도 그런 면이 있습니다. 반 미사를 마치면 자연스럽게 먹거리가 나오고 그러면서 대화의 자리가 마련됩니다. 그리 성대하지는 않지만 소박한 시골의 먹거리가 우리들의 입을 즐겁게 하고 즐거워진 우리의 입은 가족의 이야기, 살아가는 이야기 신앙 생활에 대한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성당으로 돌아올 때면 이것저것 음식을 싸주시는 교우분들의 넉넉한 마음도 보게 됩니다.

 

 로마의 베드로 대성전도 보았고, 파리의 노틀담 대성전도 보았고, 명동 대성당도 보았습니다. 웅장한 건물과, 화려한 조각품, 그리고 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엄숙함이 느껴지는 그런 성당도 보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미사에 참례하는 교우분들께서 미사 참례를 마치고 돌아가실 때 어떤 느낌과 어떤 마음으로 가시는지 생각해 봅니다.

하느님께서 주시는 선물을 받고 기뻐서 돌아가시는 분이라면...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주님의 말씀을 듣고서 영적인 충만감에 푹 젖어서 가시는 분이라면....

주님께서 보내신 분의 뜻을 이루고 그분의 일을 완성하는 것이 우리 존재의 의미임을 아시고 돌아가는 분이라면....

또한 사마리아 여인처럼 미사에 참례 할 때 "선생님 그 물을 저에게 좀 주십시오. 그러면 다시는 목마르지도 않고 물을 길으러 여기까지 나오지 않아도 되겠습니다."라고 청하는 분이라면...

그런 분에게 장소는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 이곳에서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주님의 샘물을 마실 수 있다면...

이곳에서 하느님의 선물을 받고 기뻐할 수 있다면...

그러면 우리는 영적으로 참되게 하느님께 예배를 드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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