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8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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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와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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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원 [kosopooh] 쪽지 캡슐

2002-07-11 ㅣ No.36016

 

지난 6월은 월드컵의 열기로 대한민국이 들썩였습니다. 저도 거리 응원에 재방송에 재방송까지 마치 축구에 환장한 사람 마냥 월드컵에 심취하며 축제를 즐겼답니다.

월드컵은 그야 말로 전국민을 환희와 감동의 도가니 속으로 몰아넣으며 희망과 자신감, 그리고 많은 가르침을 남겼지요.

 

히딩크와 대표 선수들... 생각만 해도 너무 멋지고 자랑스럽지요.

히딩크와 선수들의 믿음, 국민들의 하나된 모습처럼 하느님, 신부님과 수도자, 평신도의 모습도 월드컵 때처럼 일치한다면 하느님은 어떻게 생각하실까 잠시 상상을 해봤어요.

어설픈 논리지만 "하느님이 히딩크라면 성직자, 수도자는 천주교인을 대표한 태극 전사/ 성직자, 수도자가 히딩크라면 평신도는 태극 전사이자 붉은 악마..."

 

히딩크는 학연, 지연 그리고 스타의식에 젖어있던 선수들을 과감히 대표팀에서 탈락시키고 성실하게 노력하는 흙 속의 진주들을 선발한 것처럼 하느님께서도 성직자 수도자를 택하실 때, 평신도를 택하실 때 마찬가지일겁니다. 성당에서 학연, 지연 때문에 영세받기 어렵고, 성당 다니기 힘든 경우는 아마 없는 듯하지요.

 

성직자 수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대표 선수들처럼 엄격한 훈련을 받습니다. 하지만 이을용, 안정환이 페널티킥 실축하듯이 실수하실 때도 분명히 있고, 안정환이 골든골 넣은 것처럼 이을용이 터키와 1-1 동점을 만든 것처럼 기쁨과 행복을 주실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을용 선수를 생각할 때 (특히 언론에서) 페널티킥 실축한 걸 더 부각시키지 황선홍과 안정환에게 어시시트하고, 동점골 넣은 것은 잘 부각시키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평신도들은 신부님의 희생과 힘겨워하시며 눈물짓는 모습은 외면하고 금방 잊어버리지만 행여 꼬투리 잡히면 단점들이 봇물터지 듯 쏟아져나올 때가 있습니다.

 

우리가 천주교에 입교할 때 미모 경쟁을 하는 것도 아니고, 대학 입시처럼 과중한 학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것도 아니고, 그저 지극히 정상적인 교육(?) 이후에 때가 되고 마음의 준비만 갖춰지면 세례를 받고 진짜 가톨릭 신자가 됩니다. 영세를 받았을 때는 누구나 한번쯤 "나는 하느님 앞에 이런 신자가 되어야 겠다"하고 다짐을 했을 것입니다. 처음부터 악의적으로 신부님 수녀님 괴롭히고, 천주교를 교란시키겠다는 마음으로 영세를 받지는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영세 때의 믿음과는 다르게 어느 순간 " 나는 xx신부님 혹은 xx수녀님이 싫어서 성당에 안다닐꺼야", "신부님이 나한테 이렇게 해? 내가 가만두나봐라" 하며 미움의 감정이 싹틀 때가 있습니다. 심지어는 대표 선수가 히딩크 감독 노릇까지 해보겠다는 것처럼 마치 자신이 신부님인양 주교님인양 행세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히딩크가 월드컵 이전에 5대0 이라는 별명으로 언론과 여론, 축구계 인사들의 질타를 받기도 했지만 자기 소신껏 노력한 결과 대한 민국의 영웅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신부님 옷벗어라, 자질없다"하며 외치다가 히딩크 같은 신부님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닌가 한번쯤 생각해볼만 하지요.

이탈리아와의 경기 중에 설기현, 안정환 부진하다고 관중석에서 선수 교체하라고 무던히도 외쳤지만 히딩크는 자신의 선수들을 믿었기 때문에 빼지 않았고, 두 선수는 결국 동점골과 역전골을 넣었습니다. 우리도 종교 생활을 함에 있어서 신부님 수녀님과 평신도 사이에 이런 굳건한 믿음이 지속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신부님 수녀님의 싹이 평신도이듯 이런 신뢰와 믿음이 바탕이 될 때 성소자 증가뿐만 아니라 전교도 성공하리라고 생각됩니다.

 

히딩크가 대표 선수들을 최고 멋진 선수들로 변모시켰지만 히딩크가 명감독으로 불리울 수 있었던 것은 그라운드에서 열심히 뛰어준 선수들 때문입니다. 이처럼 신부님이 평신도를 멋지게 가꾸어주실 수도 있지만 평신도가 신부님을 멋쟁이 신부님으로 만들어드릴 수도 있겠지요.

 

지난 주 앞으로 신자들의 히딩크를 희망하며 새로운 신부님들이 탄생하셨습니다. 우리가 월드컵 때 간절히 염원했던 것처럼 새신부님들의 붉은 악마가 되어준다면 하느님 앞의 멋진 태극 전사로 신자들 앞의 멋진 히딩크 신부님이 탄생하시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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