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8일 (금)
(홍) 성 이레네오 주교 학자 순교자 기념일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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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기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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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03-02-02 ㅣ No.47674

 

 어제는 우리 민족의 명절인 ‘설’날 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길이 막혀 고생을 하지만 고향을 다녀오고,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오셨습니다. 길이 막혀도, 길이 멀어도, 비록 지금 성공하지는 못했어도, 고향으로 발길을 돌리는 것은 고향이, 가족이 어쩌면 우리 삶의 뿌리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고향과 가족은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고향과 가족은 각박한 도시의 삶 속에서 쉽게 잊혀지는 정과 사랑을  나눔과 헌신을 기억하게 해 주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오늘은 주님 봉헌 축일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이집트에서 노예 생활을 할 때, 하느님의 자비하심으로 이집트를 탈출할 수 있었고,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집트를 탈출할 수 있는 결정적인 사건은 하느님께서 이집트의 모든 생물의 맏배를 치신 일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 백성들은 노예 생활을 했던 이집트를 떠날 수 있게 되었고, 그것을 기억하기 위해서 태어난 맏이를 하느님께 바치는 예식을 하게 되었습니다.

 

 성모님과 요셉도 첫 아들인 예수님을 주님의 성전에 바치는 예식을 하기 위해 성전을 찾아갔고, 그것이 오늘 우리가 지내는 주님의 봉헌 축일입니다. 우리 민족이 설날에 자신의 뿌리인 가족과 고향을 찾아 먼 여행을 떠나는 것이 오랜 전통이듯이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맏이를 주님께 바치는 예식은 그들이 하느님께 받은 사랑에 대한 감사의 표시라고 하겠습니다.

 

 어제 저녁에 명동 거리를 걷다가,  '로또‘ 복권을 파는 곳을 보았습니다. 설날인데도 그곳에는 사람들이 많았고, 가게 한쪽에는 “240억입니다. 당첨 되서 심장마비가 오는 것은 책임지지 않습니다.”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쪽에는 신문 기사 내용이 붙어 있었습니다. 전국적으로 로또 복권 열풍이 불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직장인들이, 대도시의 젊은이들이 특히 복권을 많이 사고 있으며, 로또 복권을 위해 ‘계’를 만들기도 하고 있으며, 한번에 10만 원 이상 사는 사람들도 많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실재로 잠시 보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서 로또 복권을 사고 있었습니다.

 

 또 텔레비전 프로를 잠시 보았는데 부자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대기업 총수의 아들들이 얼마정도의 재산을 가지고 있는지 이야길 하면서 우리나라 직장인들과 여대생들은 얼마정도가 있으면 부자라고 생각하는지를 물어 보았는데 대게는 20억에서 30억 정도를 가지고 있으면 부자라고 생각한다고 하였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각종 범죄들을 생각해 봅니다. 인간을 인간답지 못하게 하는 많은 사건들을 생각해 봅니다.  그 원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것은 대부분 재물에 대한 욕심에서 발생하는 것들이라 하겠습니다. 정당한 노력 없이 남의 재물을 탐하는 그런 자리에는 죄의 유혹이 함께 한다고 하겠습니다.

 

 저는 지난 30일 동안 신학생들과  피정을 함께 하였습니다. 한 20일이 지나면 신학생들에게 ‘생활 개선을 위한 선택’을 이야기 합니다. 그리고 그 생활 개선의 기준은 돈과 명예와 권력이 아니라 겸손과 가난과 업신여김의 삶을 사셨던 예수 그리스도 이십니다.  

 

 지난날의 삶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뉘우침이 없다면, 예수님의 생애에 대한 묵상과 관상이 없다면 생활개선은 힘들고 어려운 선택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자신의 삶에 대한 반성이 있을 때, 죄 중에 있는 나를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느낄 때, 그런 나를 위해서 사람이 되시어 몸소 수난을 당하신 주님의 희생과 사랑을 느낄 때 생활개선을 위한 결심을 하게 됩니다.

 

 주님의 봉헌축일을 지내면서 많은 수도원에서는 종신서원을 하게 됩니다. 정결과 청빈 그리고 순명의 삶을 평생토록 살겠다고 약속하는 예식입니다. 삶의 기준을 부귀와 권력과 영예에 두지 않고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살겠다는 다짐입니다.

 

  성전에서 시메온은 아기 예수님을 뵙고 마리아에게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이 아기는 수많은 이스라엘 백성을 넘어뜨리기도 하고 일으키기도 할 분이십니다. 이 아기는 많은 사람들의 반대를 받는 표적이 되어 당신의 마음은 예리한 칼에 찔리듯 아플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반대자들의 숨은 생각을 드러나게 할 것입니다.

 

  오늘 주님의 봉헌축일을 지내면서 내 삶의 기준은 과연 무엇인지 돌아보았으면 합니다. 어느덧 내 삶에도 성당의 규모와 신자 숫자, 그리고 헌금과 교무금의 액수가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아닌지...

그 집의 크기와 그 집의 가구와 그 집의 외양이 먼저 보이는 것은 아닌지..

 

 제대위에 조용히 자신을 태우는 초를 봅니다. 자신은 조금씩 없어지면서 세상에 빛을 주고, 세상에 따뜻함을 주고, 세상에 희망을 주는 것, 이것이 주님의 봉헌축일을 지내는 우리들 삶의 기준이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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