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8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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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눈엔 돼지만, 부처 눈엔 부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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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경 [kreuz] 쪽지 캡슐

2002-07-09 ㅣ No.35923

 

속담 중에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더 나을 것도 없고 더 못할 것도 없이

그 밥에 주어진 반찬이면 그 밥이나 그 나물이나

거기서 거기라는 말이지요.

그래서 다른 사람 앞에서 남편이 잘난체하며 아내를 욕할 때나

혹은 한팀으로 일하는 사람이 다른 팀에게 자기팀원 욕을 하면

다들 뒤돌아서서 그러지요.

그 밥에 그 나물이지 뭐.....

 

그런데 참 이상한 점은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옛 어른들의 속담이 하나 그른 것이 없다는 겁니다.

 

이 게시판에서 종종 흠모의 대상이 되시는 신부님들 중에서

제가 아는 신부님도 계시거든요.

개인적으로 볼 때 나름대로 단점이란 단점은 다 쓸어안고 계시는 분인데도,

그런 단점을 그 본당 분들은 전부 해태눈이라서 못 보시는지

좋은 점만 칭찬하시기에 바쁘시다는 겁니다.

 

왜 저에게는 단점이 보였던 신부님이

그 본당의 신자분들에게는 떠나보내기 아쉬울 만큼

훌륭한 신부님으로 보이는 걸까요?

 

아, 그럼 단점을 알고 있는 제가,

칭찬하시기에 바쁜 그 본당 신자분들보다

훨씬 뛰어난 관찰력과 단점을 판단할 식견에다가

남을 씹을 수 있을 만큼의 판단력과 높은 인격을 갖춘 사람이라는 증거일까요?

 

(사람들이 착각하는 일들 중 하나는

다른 사람을 욕하면 자신이 잘나보일 거라는 생각이지요.

특히 그 욕설의 대상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나름대로

존경과 흠모의 대상이면 더 좋죠.

그런 사람의 흠집을 찾아낼 만큼의 집중력과 끈기와 인내를

나름대로 자랑하고 칭찬받으려는 생각이라고나 할까요?)

 

옛 야화 중에

태조 이성계와 무학대사의 농담 따먹기 이야기가 있지요.

아들에게 왕좌를 물려주고 심심했던 태조가 무학대사를 불러다놓고

농담 따먹기를 하자고 청하면서 먼저

’나는 대사가 돼지같이 보이요’라고 하자

무학대사는 ’저는 폐하가 부처님으로 보입니다’라고 했습니다.

태조가 얼굴을 찌푸리면서 ’농담을 나누자고 했더니 왠 칭찬입니까’하자

무학대사는 씨익 웃으면서 결정타를 날리지요.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고, 부처님 눈에는 만물이 부처로 보이지요’

 

예...맞습니다.

저는 돼지라서 그 신부님이 돼지로 보였고

그 본당 신자분들은 부처님이라서 그 신부님이 부처로 보인 거겠죠.

 

자꾸 오늘따라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옛 속담과

’돼지 눈엔 돼지만 보이고, 부처님 눈엔 부처님만 보인다’라는 말이

삶은 호박에 젓가락 꽂히듯

팍팍 제 가슴에 와서 꽂히는 이유는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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