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7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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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라는 어려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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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석진 [hotsourc] 쪽지 캡슐

2000-09-20 ㅣ No.14031

 추석 연휴를 마쳤을 즈음, 저는 참으로 안타까운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게 되었습니다. 지하철에서 자리 양보에 관한...그로 파생된 어처구니 없는 한 할아버지의 중태...

 

 사실 그 뉴스를 처음 접했을 때, 일방적으로 어린 학생을 질책하는 언론의 태도가 그다지 곱게 보이지 만은 않았습니다. 그리고 경찰이 죄질이 나쁘다고 했다며, 강력하게 처벌하는 것에 동조의 뜻을 내비치는 언론의 태도 또한 씁슬한 마음을 가지게 하였답니다.

 웃어른에 대한 예를 다하자는 면에서는 백 번 찬성이지만, 물론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려는 연유였겠지만, 한 번의 ’욱’하는 청소년의 실수에 가차없이 단죄로만 일관하는 언론의 모습은 곱게 봐줄 수만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드링크 선전도 보지 못했는지...그 청소년은 "여긴 우리 자리가 아니잖아"...라는 짧은 카피도 기억 못하는 지...정말 그 태도는 한심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하나도 그 청소년이 잘한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평소 언론은 청소년 교육(올바른 가치관 정립 등등)에는 거의 신경 쓰지도 않고, 이런 일을 불러 일으킬 만한 폭력, 선정적인 방송...이른 바 시청률 끌어올리기에만 급급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이율배반적으로 한 사람을 돌팔매질하고 있다는 생각은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이 사건을 다루면서 공중파 방송 앵커들이 보도하는 내용, 그 안에는 용서라고는 도저히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물론 저의 경우에도 이런 상황을 맞아 들여야 할 당사자라면 그 청소년을 용서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제 용서라는 단어는 정말 우리 사회에서 사라지는가 했습니다. 저의 이 닫힌 마음처럼 말입니다.

 너무나도 괘씸할 정도로, 행여 ’욱’이라는 우발성 범죄라고 봐 준다 하더라도 죽음이라는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되었기 때문에, 저 역시 그 청소년 곱게만은 볼 수 없었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된 보도 내용을 들으면서 내내 말입니다.

 

 며칠 전 MBC뉴스에는 결국에는 할아버지께서 고인이 되셨다는 안타까운 보도와 함께, 장례미사 하는 짧은 광경이 다루어졌습니다. 그리고 그 인터뷰 하는 과정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발언을 하신 할아버지의 따님 되시는, 어느 아주머니 말씀이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모든 유가족들의 성숙한 모습에 감동을 많이 받았습니다. 내용이 많이 길긴 하지만 그 보도 내용을 올려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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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인용 앵커 :

지하철에서 중학생을 꾸짖었다가 떠밀려 숨진 할아버지의 장례식이 있었습니다. 유가족들은 슬픔 속에서도 학생을 감싸안으려고 했습니다. 고현승 기자입니다.

 

◆ 고현승 기자 :

오열하는 가족들을 뒤로 하고 염 할아버지는 떠났습니다. 송가의 울림 속에서 유가족과 참석자들은 할아버지의 명복을 빌었습니다. 미사를 집전한 신부는 가해자인 15살 학생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 인터뷰 :

그 학생이 이 분의 죽음으로 말미암아 정말 멸망하는 사람이 되지 않고 새롭게 인생을 찾고 구원받을 수 있는 그런 길이 되어 주기를…

 

◆ 고현승 기자 :

2년 전에 먼저 간 할머니 곁에 할아버지를 묻은 가족들은 슬픔 속에서도 학생을 원망하지는 않았습니다.

 

◆ 염영희 (염 할아버지 딸) :

아이인데 16살 먹은 아이인데, 그 아이 가슴 속에 나쁜 마음이 있으면 얼마나 나쁜 마음이 있겠냐구 그 얘기죠. 나도 새끼 키우는 사람인데…

 

◆ 고현승 기자 :

매일 병원을 찾아와 용서를 빌었던 이군의 아버지는 18일 장례식에는 차마 참석할 수 없었습니다.

 

◆ 이군 아버지 :

제가 [장례식에] 가면 아드님이 울분을 토할 것 같아, 가고 싶어도 못 갔다. 병원까지만 갔다.

 

◆ 고현승 기자 :

철없는 행동이었다고 하기에는 그 결과가 생명에 관한 것이어서 너무 엄청났고 이런 일이 다시 없도록 하는 것은 고인 뒤에 남은 부모들과 사회의 몫이 됐습니다.

MBC 뉴스 고현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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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이 안에는 용서라는 어려운 사랑이 있습니다.

 

 우리가 용서하며 살기에는 너무 벅차다고 생각하며 하루를 살 때, 이렇게 큰 마음으로 문을 열어 용서하시는 사랑을 보여주신 분께...우선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저도 고만한 나이 자식 키우는 입장인데...하시며 인터뷰 하셨던 그 분의 말씀이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될 수 있는 한 마디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례 미사 집전하신 신부님께서는 그 청소년을 위해 기도해 주시고...

 

 우리가 그 학생을 단죄만 하였다면, 그 학생은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기 보다는 오히려 소년원, 교도소 등을 거치면서 사회에 대한 미움과 불신만을 키워갔을 지 모릅니다.

 

 그러나 용서라는 어려운 사랑을 보여준 유가족들과 사회를 보면서 그 청소년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앞으로 이 사건이 어떻게 종결될 지는 모르겠지만...그리고 그 청소년이 어떻게 성장하여 어른이 될 지 모르지만...인터뷰에서라도 그런 말씀을 해 주셨던 그 유가족들의 마음을 우발적인 범죄를 지은 청소년이 읽을 날이 온다면, 그 청소년은 자신의 삶을 새롭게 눈 뜰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그것은 그리스도 부활의 또 다른 증거는 아닐까요?

 

 그 청소년의 새로운 삶에 대한 부활과 너무나 허망하게 세상을 가신 할아버님...그리고 슬픔 속에서 힘을 잃고 있을 할아버지의 유가족 모든 분들을 위해 기도하는 정하상, 김대건 신부님 그리고 동료 순교자 순교 대축일이 되는 오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 말도 아울러 하고 싶습니다. 자랑스러운 그리스도인이여, 정말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어려운 사랑, 용서가 우리들 마음 깊이 새겨들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제가 종교 하나는 참으로 제대로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진작 알았더라면 저도 명동 성당에서 거행 되었던, 장례 미사에 참여라도 할 것을...

 

------천국에서 그 할아버지와 그 청소년이 다시 아래 그림처럼 만날 날을 기도해 봅니다---------

 

 

첨부파일: Cinema Paradise - Love Theme.MP3(2660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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